미국내 모임 넘어 다양한 국제교류 모색의 자리


수강 편의위한 요약 CD등 판매
"상업적 운영" 일부 우려 속 대부분 호응

◀Fisherman"s Wharf에서 전남대 피부과 이지범 교수(좌측), 서울성모병원 박영민 교수(중앙)와 함께.

 2009년 3월 6일부터 10일까지 제67차 미국피부과학회(Annual Meeting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가 아름다운 항구도시 샌프란시스코의 Moscone center에서 개최되었다.

 미국피부과학회는 피부과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회 중 하나로 전문가를 위한 전문분야별 코스와 전공의 및 연구관련 인력의 교육을 위한 리뷰 코스로 구성되어져 있다.

이번 학회에는 최근 세계경기의 침체와 미국경제의 하강에 의한 영향 때문인지 미국내 참석자는 물론 전세계의 참석자도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치안도 과거에 비해 많이 악화되어서, 학회기간 치안 인력이 작년에 비해 2배가량 증원되었다고 한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한국인 유학생들도 환율 급등으로 인해 많이 귀국하는 추세라는 설명을 여러 차례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대해서는 다행히 조도연이라는 친구가 스텐포드대학의 이비인후과에서 research fellow로 일하고 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물론 학회기간 동안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정보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미국피부과학회의 학술대회는 표면적으로는 미국내 피부과 의사들의 모임이지만, 실제로는 외국과의 다양한 교류를 모색하면서 상호보완적인 역할분담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학회개막일 전날이나 첫날에는 외국에서 이 학회를 처음 참석하는 사람들을 위해 학회를 알차게 듣는 요령에 대해 소개를 하고, 새롭게 처음 만나게 되는 참석자들이 서로 안면을 틀 수 있도록 간단한 환영회를 마련해서 학회기간동안 다양한 인적교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환영회는 대체로 간단한 다과나 음료 정도만 제공되기 때문에 학회로서도 재정적 부담이 덜하면서도 더 많은 외국인 참가자들의 참석을 유도하여 궁극적으로는 학회의 재정을 튼튼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내 수가 높은피부암 분야도 관심도 높아

◀Fisherman"s Wharf.
학회에 함께 참가한 서울성모병원 전임의 김혜성 선생(왼쪽)과 박사과정 학생인 임윤영 연구원.

 미국피부과학회의 첫날은 주로 피부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 생리학적 역할, 최근에 밝혀진 피부의 새로운 기능들을 리뷰하는 코스로 시작하였다.

각 리뷰코스와 전공의를 위한 교육코스에는 여러 유능한 연자들을 초대하여 강연을 시행하고, 미리 핸드아웃이나 워크쉬트 CD를 구입하거나 인쇄물을 구입해서 노트필기나 메모를 줄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러한 CD나 핸드아웃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에게는 학회의 강연내용을 잘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워낙 많은 강연들과 강좌들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만약 자기가 듣고 싶은 강연들의 스케줄이 겹치는 경우에는 추후에 review summary CD를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상업적으로 학회가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주장들도 있지만, 외국참석자는 물론 미국에서 수련중인 전공의들도 이러한 CD나 핸드아웃의 사전 혹은 학회기간내 판매에 대해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강의의 질적 관리와 청중들의 피드백을 위해서 각 세션마다 연자들에 대한 강의평가를 적어서 제출하고 어떤 연자가 어떻게 잘 강의했는지, 편향성이 있는 강연이나, 다른 관련 회사의 제품홍보 내용이 들어있다면 학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레이저·필러 등 피부미용분야 강의 인기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가 보이는 곳에서 리더스 피부과 김수홍 전문의(오른쪽)와 함께.

 둘째 날과 셋째 날은 피부면역학, 피부미용학, 레이저 및 필러시술에 대한 라이브강의, 피부암의 수술교육 등이 운영되었다.

강의를 듣고 싶으면 먼저 인터넷을 통한 사전등록이나 현장등록을 신청하도록 하는데, 강의실이 협소하거나 라이브관련 교육과 같이 소수의 인원만 들을 수 있는 강의들은 조기에 강의신청이 마감된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레이저나 필러와 같은 피부미용과 관련된 강의들이 가장 먼저 마감되고, 피부알레르기나 피부면역학과 같은 학문분야는 관심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피부암과 같은 분야는 한국의 경우에는 비교적 소외된 분야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인종적 특성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melanoma에 대한 관심과 수술과 관련된 다양한 라이브 강의들에 대해서는 미국내 전공의들의 관심이 많았다.

이는 의료수가가 피부암의 수술이나 관련 검사 및 시술에 대해서 비교적 높게 책정되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회 후반부에는 피부의 가려움증에 대한 기전연구들과 피부노화의 기전, 레이저기기들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가 가장 인기가 많은 강연이었다.

학회지 온라인 발간 한국도 머지않아 문제로 대두될 듯

 피부레이저나 필러의 경우 다른 국제피부미용학회들에 비해 미국피부과학회는 좀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FDA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일 경우 해당 의료기기의 미국피부과학회내 부스참가에 제한을 두는 등 부스참가와 스폰서 규정도 다른 학회에 비해 좀 까다롭다.

그리고 아직 FDA 인증을 받지 않은 의료기기나 의약품에 대해서는 전공의 교육시간에는 간단한 설명이나 소개는 괜찮지만 너무 강조하거나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경우 강연자에게 마이너스 점수를 부여해서 다음번 강의 후보 명단에서 제외시킨다고 한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학회지의 발행에 관한 토의가 있었다. 미국피부과학회지에 대한 토의내용 중 재미있는 사안은 논문접수에서 부터 심사 및 최종 게재 승인까지의 소요시간은 비교적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논문이 최종 발간되는데 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아직도 길다는 불평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내용이었다.

 학회참석자들 가운데는 이제는 아이파드나 e-book 등이 출간되는 시기이므로 굳이 출간물형태의 학회지 발간보다는 온라인 상에서의 발간을 자주 시도해서 case report 같이 많이 밀려있는 논문들에 대해서는 supplement 발간을 시도하자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들도 팽팽했는데 아직은 온라인 발간 전용화로 전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이야기와 함께 아직도 중년층 이상에서는 저널을 읽을 때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출간물로 읽는 것이 더 편하다는 주장들도 제기되었다.

 아마도 머지않아서 한국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논의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김범준 중앙의대 교수·용산병원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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