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갑은 고등학교 동창 10여명과 순번계를 하고 있는데 갑은 번호 3개를 받아 매달 300만원씩 불입하고 있다.
 그런데 친구인 계주가 반년 전 전화해 부동산 구입에 사용할 돈이 필요한데 계약을 해지당할 위험에 있으니 5000만원만 빌려 달라고 했다. 갑은 마지 못해 돈을 빌려 주었는데, 그 친구는 그 돈도 갚지 않더니 곗돈을 받을 순서가 된 갑에게 곗돈마저 지급하지 않았다. 그 친구는 통장에는 돈이 있는 것 같은데 다른 부동산은 없는 상태이다.
갑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특별사정 없이 계금 안주면 배임죄
계주 통장 바로 가압류 신청해야


 돈과 관련해 그리 드물지도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경기가 불황이다 보니 이런 일들이 더 많아진 듯한 느낌입니다. 더군다나 위의 사례는 형사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낙찰계의 계주는 계원들과의 약정에 따라 지정된 곗날에 계원들로부터 월불입금을 징수하여 이를 낙찰계원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인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월불입금을 모두 징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이를 낙찰계원에게 지급하지 아니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찰계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고 있어 위의 갑의 친구는 상당히 위험한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계라는 것이 한번 계금을 못 주기 시작하면 그 다음까지 연쇄적으로 미지급이 된다는 점에서 전체 계원들은 당분간 혼란스런 상황을 겪게 될 것입니다.

 한편, 갑의 친구가 빌려 간 돈도 만약 부동산 구입 비용이 아니라는 사정이 밝혀진다면 이는 형사상 사기죄를 구성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린 경우 채무자의 변제자력을 따지지 않고 사기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록 형사고소의 해법이 있더라도 친구로서 갑이 자신의 동창을 형사고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단 민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만일 그 친구의 통장에 돈이 들어있다는 정황이 있다면(예컨대 적금 또는 정기예금이어서 그 친구도 쉽게 깨지 못하고 보유하고 있는 것들) 바로 통장가압류를 해야 합니다.

 통장가압류는 법원에 신청을 해서 법원이 그 은행에 "예금채권자에게 돈을 지급하지 말 것"이라는 내용의 통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물론 통장가압류는 그 통장소유자에게 지급정지라는 커다란 쇼크를 주기 때문에 가압류를 하려고 하는 자가 현금을 법원에 공탁케 하고 진행이 되는 까닭에 쉽게 이용할 수 없는 제도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가압류신청자가 자신의 채권에 관해 입증서류를 제대로 보완해 낸다면 현금공탁액을 상당히 줄여 진행할 수 있기에 자신의 증거보유 여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아주 확실한 제도입니다.

 이러한 통장가압류를 통해 채무자는 가압류 금액 만큼의 금액은 인출이 불가능해지고, 때에 따라서는 가압류 만으로 채무액을 지불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가압류에도 불구하고 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민사소송을 제기함과 아울러 형사고소를 당하는 경우에는 돈을 갚더라도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점을 잘 타일러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임의지급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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