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 돋보이는 전략을 찾아라"
불황기 대처 따라 5~10년 뒤 설자리 달라져

 비용절감, 임직원 마음관리와 핵심역량 강화 등을 통해 지금의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가. 그러나 기업의 수명은 경제 위기 극복이 끝이 아니다. 호황기에 접어드는 시점에도 남들보다 몇 배의 성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장기성장동력을 찾아 미리부터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LG경제연구원은 "2009년 경영 키워드-위기 관리" 보고서에서 "지속성장의 관점에서 R&D, 설비 투자와 같은 장기적 성장동력을 위한 씨앗은 계속 뿌려져야 한다"며 "자금부족으로 불가피하게 R&D, 설비 투자를 줄인다 할지라도 장기 성장동력 기반을 마련해 가는 노력은 지속성장 관점에서 필요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위기 속에서 단기간의 효율성 향상에만 치중하고, 장기적 관점의 경영에 대해서는 자칫 소홀해질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세계 경기 침체 확산 속에서도 매출이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선 10조 2126억원을 기록했다. 극심한 여행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4/4분기 실적에서 2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99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음에도 흑자전환을 확신하며, 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50%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형 항공기 5대 도입, 중국 톈진화물터미널 건설 투자, 기내 환경 개선 및 좌석 고급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 "명품 항공사"로서의 이미지를 굳혀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병원계 역시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에 연연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 끌고가야 하는 방향인 성장동력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화상 환자가 유독 많은 한강성심병원은 올해 3차병원에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지만 여기에 좌절하지 않고 화상전문병원의 영역을 구축했다. 지난달 한강성심병원 화상연구센터가 복지부 공모 "2008년 하반기 보건의료연구 개발 신규 추진 과제" 중 병원 특성화를 유도해 질병을 극복하는 질병과제 분야에 선정, 5년간 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 것.

 이에 따라 ▲화상 후 신체·심리적 후유증의 재활 치료법 개발 ▲골수줄기세포 및 성장인자를 이용한 화상상처 치유 ▲진피대체물과 배양피부세포를 이용한 바이오인공피부 개발 등의 연구를 수행한다.

 최인근 센터장은 "화상 치료 기술 개발을 통해 화상치료의 질을 높이고, 화상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고, 국가 경제 발전 뿐 아니라 학문적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JCI인증을 받아 해외환자 유치에 유리한 고지에 오른 세브란스병원은 해외환자 유인·알선 법안이 통과된 만큼, 보다 적극성을 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열린 한국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 총회에서 해외환자 진료실적, 국제환자수용 인프라, 해외환자유치관련 업적 등 여러 평가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복지부로부터 "해외환자 유치 대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방동식 세브란스병원 제1진료부원장은 "해외환자 유치 관련 TFT를 적극 가동해 마케팅 범위를 확대하고, 해외 보험사 및 에이전시들과 업무협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명품병원으로 도약을 위해 개명을 선택한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전직원 1800여명을 대상으로 지문날인 서약식을 진행 중에 있다. 개명을 맞아 "최고의 고객만족을 주는 명품병원을 내가 만들겠다"는 교직원 스스로의 다짐을 엄지손가락 지문을 날인함으로써 확인하고, 내원객 대상으로 서약판을 전시해 직원들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병원 자체의 발전만이 아닌, 지역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최근 우수한 조직공학 관련 시설과 연구능력을 갖춘 미국 Wake Forest 재생의학연구소(WFIRM)와 MOU를 맺고, 공동으로 국제재생의학연구소를 개소했다. 양 측은 방광, 요도, 항문 근육조직 재생 공동연구 및 임상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병원은 대구시와 함께 세계 수준의 재생의학 전문 연구기관 구축과 재생의학 관련 산업육성, 재생의학 전문인력 양성을 꾀하고, 올 상반기 중 확정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계 속의 한림"를 기치로 삼고 성장동력으로 "국제화"를 꼽은 한림대의료원은 지난해 한림-웁살라 심포지엄을 연데 이어 지난 9일 "노화와 퇴행성 신경질환"을 주제로 제2회 한림-나가사키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일 석학들과 국내 전문가들이 노화에 따른 신경계의 변화에 관련한 기초연구 뿐만 아니라, 노인성 치매 및 뇌경색 분야의 최근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행사를 주관한 김용선 교수는 "국제심포지엄이 노인성 치매 및 뇌경색의 조기 진단 및 치료기술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히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성장해야 하는 연구에 대해 지속적으로 국제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을지재단은 서울 강남지역에 국내 최초의 대형 족부전문병원을 세워 수익적인 문제로 인해 남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한 영역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다.

 지난해 서울시 논현동에 위치한 안세병원 8층 건물을 매입한 재단은 올해 중으로 족부병원과 종합건강증진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을지병원 관계자는 "족부질환 치료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의료계에 처음으로 족부정형외과를 설립해 지금까지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며 "을지병원의 장점인 족부정형외과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심각했던 예약환자 적체 현상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경영 전문가들은 불황기 위기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위기 시의 대처 능력에 따라 앞으로 5년, 10년 뒤 기업의 미래, 병원의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최병원 연구원은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은 위기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동일한 위기상황 하에서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주가 하락률이 30%나 낮았다는 실증 분석도 있다"고 피력했다.

잘하는 기업은 다가올 위기 상황을 선제 대응해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위기가 발생한 후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후 대응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봤던 대로 병원의 낭비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임직원이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한마음을 가진 채 병원의 핵심역량을 강화해 장기 성장동력을 향해 나아간다면, 위기는 분명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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