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료 "위험비용" 반영 미흡

인간은 누구나 잘살기를 원한다. 잘사는 방법중 질 좋은 의료의 혜택을 받는 것은 절대적이며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의료혜택을 받고 싶어 한다.

최근 통계청 도시가계조사에 의하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구성은 1980년에 외식비와 보건의료비가 각각 1.8%와 6.5%였는데, 2000년에는 11.5%와 4.1%였다.
 
의료보험초창기인 1980년에 비해서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현재 외식비는 대폭 증가하였는데 반하여 의료비는 오히려 감소하였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의료비가 지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국민이 생각하는 기대와 의료현실 사이에서는 얼마나 괴리가 생길 것인지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최근 의료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은 지나치리 만큼 높다. 이런 기대는 국민소득이 만불이라는 시점에서는 당연할 수 있고 또 이에 정부, 의료계는 국민의 기대를 만족시켜야 하리라고 본다.

정부에서는 의료보험을 건강보험으로 제도를 변경하였다.

건강보험제도로 명칭이 바뀌면서 정부에서는 예방, 건강증진, 재활 등의 영역을 모두 포함시키게 되었다.

그 의도는 국민을 위한 선진복지를 추진하는 좋은 제도로 사료된다.

그러나 건강보험제도 채택시 필요한 예산도 증액시켜야 했으나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3저(저보험료, 저수가, 저급여) 정책을 유지할 수 밖에 없게 되어 국민은 건강보험에 대해 만족치 못하고 의료계 역시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산부인과에 대한 건강보험수가는 너무나 불합리한 면이 많다. 산부인과는 의료보험수가가 만들어질 당시에 수가가 낮게 책정되었다.

결국 후에 의료보험수가를 기반으로 상대가치점수를 적용하였으므로 산부인과의 전체 보험수가가 차지하는 율이 낮아 total 상대가치점수가 아주 낮게 책정되었다.

그중 중요원인이 분만료의 상대가치 점수가 왜곡되어 분만 및 제왕절개 분만의 점수가다른 외과계 행위료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예를 보면 정상분만인 경우 질식분만의 경우 총진료비가 만달러(1200만원), 제왕절개의 경우 총진료비가 최소 2000만원 이상인 반면에 우리나라 정상분만 총 진료비는 60만원, 제왕절개분만 총 진료비는 60~100만원이라는 분만수가의 차이를 보인다.

특히 분만은 외국과 비교하여 유독 낮게 책정되어있다.

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분만료는 미국의 46분의 1로 아주 낮게 조사 되었고 타과에 비교해도 유난히 왜곡되어 있다.

분만료가 낮게 책정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빈도 질환 1위에 속해있고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가산정시 항상 억제되어있고 상대수가 점수 재조정 시 항상 불합리하게 적용된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한 상대가치점수에 의한 분만수가시 Risk fee(의료사고 위험에 따른 상대가치점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래 상대가치 점수는(Resourse-Based Relative Value Scale)=의사기술료+진료비용+Risk fee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분만에 대한 상대가치점수 적용시 Risk Fee가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진료를 하여 예기치 못한 나쁜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를 총칭하여 의료사고라고 하며, 의료사고를 둘러싼 의료인과 환자측의 다툼을 의료분쟁이라고 한다.

의료사고가 나면 의사의 과오는 따지지 않고 환자나 보호자에게 시달리게 마련이며 이때 거친 말은 물론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분만은 가장 높은 의료사고가 생기는 영역이며 국내에서도 의료소송중 분만관련 의료사고 소송이 제일 많으며, 외국에서도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의 보험료(malpractice insurance)비용이 제일 비싸서 1980년초에는 연간 1천달러였고 근래에는 2만달러 이상으로 급등하였다.

국내에서도 의료소송 빈도와 액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런 국내 환경에서 분만료의 상대가치점수는 과연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분만은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어떤 경우에는 산모옆에서 여러 직원이 계속 대기하는 노력에 비해 건강 보험 급여가 아주 적은 것은 큰 문제점이다.

더구나 병·의원 산부인과에 근무하는 간호사, 직원들은 힘든 일, 야간일을 피하려 하므로 분만에 참가하는 직원을 구하기 어려움 등의 여러가지 문제들이 따르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전국 분만빈도는 매년 급격히 감소되고 있다.

올해 통계청 인구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출생아수는 급격히 감소하여 프랑스, 일본보다 낮은 편이고, 직장여성의 증가로 독신녀가 증가하고, 평균 한 자녀만 갖는 가정이 느는 것을 보아서는 출생률 감소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분만을 기피하는 의사수가 늘어나고 분만을 하려고 해도 도저히 의원, 병원을 경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대학병원에서 병원면적과 병원직원 인원수 수입 원가를 분석하였는데 분만실이 가장 불량하게 책정되었다.

또한 최근에 제왕자궁절개 분만율이 세계 1위라고 각종 여론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산부인과 의원들은 결국 분만을 기피하게 되고 아니 분만을 할 수가 없고 비만,주름살제거 등에 눈을 돌리고 그들의 자긍심 마저 점점 땅 밑으로 꺼져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결과 지난해 전국 2천여 산부인과 의원중 분만을 하는 곳은 반이 조금 넘는 정도라고 하였다.

과연 왜 그럴까?

정부는 이에 대한 분석과 대책을 시급히 해야 한다.

분만이 없는 개원가는 더욱 큰일이다. 개원가 산부인과는 행위별 수가체제에서 아주 불리한데 각 행위가 아주 단순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인정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산부인과 외래에서 행해지는 각종 행위가 각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더구나 산부인과 개원의의 외래 환자수가 최근 아주 감소하여 저수가, 적은 환자수로 경영을 할 수 없어 폐원하는 경우가 계속 늘고 있다.

오랜 기간동안 산부인과학회와 개원의협의회에서 질강처치료를 반영하려고 했으나 계속 기각 되고 있고 산전교육 상담료, 폐경기 여성교육 상담료 등은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계속 반영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시대에 걸맞게 여성건강증진을 위한 산전교육상담료, 폐경기여성 상담료, 골다공증교육, 여성 암환자 교육 등이 각각 인정되어 여성건강을 책임지는 산부인과의사들이 보람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겠다.

대학병원에서 행해지는 자궁경부암 치료목적의 광범위자궁경부암수술과 임파절절제시 수술시 단순자궁적출술에 비해서 수술난이도와 수술 후 합병증이 아주 다르다.

여러 가지 부인종양에 대한 자궁적출술시 의료기술의 발달로 질식자궁적출술, 복강경하 자궁적출술 등 아주 다양하게 행하여지고 있으나, 현행상대가치점수는 모두 유사하다.

따라서 현재 산부인과 행위별 상대 가치 점수에 대한 재평가가 절실하다.

산부인과의 현행 건강 보험제도의 개선점을 제시하여 본다.

첫째, 현 상대가치점수를 전면 재평가하여 산부인과 각 행위별점수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힘이 들어도 전 의료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점수(원가분석 등을 정확하게 시행한)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

처음에 정해진 상대가치점수가 낮아서 영구히 낮게 평가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둘째, 상대가치점수 판정 시 Risk Fee는 신설되어야 한다. 원래 상대가치점수 산정 시 3대 요소중 하나이다.

셋째, 현행수가에서 분만료를 다시 재평가하여 현실화하여야 한다.

분만은 질병이 아니므로 좋은 서비스를 받고 축복받은 좋은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분만료가 현실화 되어야 한다.

질식분만은 일본처럼 의료보험에서 제외시키고, 나라에서 분만장려금을 주는 것도 재고가 필요하리라 사료된다.

또한 분만시 생기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인 보호정책이 꼭 필요하다.

지난번 제왕자궁분만 적정성 공청회에서도 시민단체, 언론, 심평원, 의료계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분만은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2세가 출생하는 중요한 순간이지 않는가.
 
넷째, 부인과 외래 행위에 대한 행위수가를 좀더 다양하게 인정하고 현실화 해야 한다.

질강처치료 등은 반드시 인정해야하는 행위이고, 산전상담, 폐경기여성상담료, 골다공증, 암교육 상담료 등을 인정해서 건강 증진과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강보험의 취지가 잘 반영되어야 한다.

다섯째, 부인과의 다양한 수술기법의 행위가 다양하게 인정되어서 산부인과의 의료의 질이 향상되어야한다.
 
마지막으로, 산부인과학회에서 우려하는 것은 모든 병원, 모든 행위를 DRG 적용으로 의료질 저하, 대학병원의 연구와 교육 기능의 상실, 환자들의 불만 등이다.

이의 개선점은 현행대로 선택적 DRG를 적용하고 만일 확대된 DRG가 책정되더라도 대학병원은 이에서 제외시켜야한다.

언젠가 이 모든 사항이 다 이루어져서 적정한 산부인과 진료와 적정한 수가가 반영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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