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상향이동 관행 사라지고 대거 이동
"높은연봉" 당근에 공공의료기관은 속수무책


 올해는 대형병원들의 의료진 영입 전쟁이 여느 해보다 거세질 전망으로 스타급 의사들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소위 "빅 5"로 불리는 대형병원들이 재도약의 승부수로 "인재"를 선택한 것.

 특히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켜온 순혈주의를 깬 파격적인 의료진 영입과 상향 이동이 아닌 하향, 동급병원 간 이동이 특징이다.

 이같은 변화는 그동안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대형병원들의 인재 확보 전략으로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고대안암병원의 급속한 성장세를 두고 시설투자와 함께 순환기와 소화기 계열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인재 양성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형병원들의 위기탈출 키워드는 "인재"로 모아지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최근 서울아산병원 홍명기, 고대안암병원 박희남, 분당서울대병원 장혁재, 상계백병원 이병권, 이대목동병원 김종윤 교수 등 순환기내과 스타급 교수 5명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오는 3월 1일부터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이같은 대대적인 교수 영입은 최근 세브란스병원이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뇌심혈관질환 연구 선도형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돼 5년간 총 225억원을 지원받게 됐기 때문이다.

병원은 우수 의료진 영입으로 심장혈관병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고려의대 출신 박희남 교수 영입을 계기로 폐쇄적이고 순혈주의적인 그간의 이미지도 쇄신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임상 부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임상교수제를 실시, 신임 의료진 63명을 대거 영입했다. 신임 의료진에는 타 대학 출신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14명은 전임교원, 나머지 49명은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비전임교원 신분으로 오는 3월 1일부터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각 병원에 배치된다.

 세브란스병원 이 철 원장은 "어느 분야나 사람이 중요한데 특히 병원은 사람이 경쟁력으로 앞으로의 교수 임용도 출신 학교를 배제하고 연구나 임상실력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4월 개원하는 서울성모병원도 대대적인 의료진 영입 물밑작업이 마무리된 상태로 6개 중점 육성 센터를 통해 향후 빅 3 병원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놨다.

 가톨릭중앙의료원 남궁성은 의무원장은 신년사에서 "아무리 시설이 훌륭하고 친절한 병원이라고 해도 진료의 수준이 높지 않으면 환자들이 찾지 않는다"며 "선택과 집중을 뿌리삼아 보수적인 진료보다는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진료로 변화를 꾀할 것"이라며 의료진의 역량강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서울성모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국내외의 의료인 규모가 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아산병원 등 동급 이상 병원 및 가톨릭대 산하 병원의 역량있는 교수들도 속속 영입되며 공개채용 외에도 특수분야에 대한 교원을 추가적으로 선발하고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의료진도 초빙한다는 전언이다. 

서울성모병원이 내세운 센터 중심형 병원으로 안착하기 위해 각 진료과 핵심인재들을 한데 모아 이른바 "드림팀"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서울성모병원행을 위해 일찌감치 강남성모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교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성모병원 모 교수는 "각 진료과 핵심인재들이 서울성모병원에 모여 최고의 진료를 펼칠 것"이라며 "지역, 학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서로 화합하고 존중하는 의식전환이 남은 과제"라고 의료진 간의 견제를 염려했다

 건국대병원은 송명근, 백남선, 황대용 교수에 이어 서울아산병원 김원동 교수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울산의대 학장을 역임한 인물로 폐결핵 및 폐질환 분야의 명의로 손꼽힌다.

연세의료원, 스타급 5명·신임교수 63명 영입
서울성모, 외부 영입 의료진 규모 70여명 달해
건국대병원, 재단 전폭적 지지로 꾸준한 러브콜
중대병원, 하권익 의료원장 취임…대거 스카웃 예상


건대병원은 재단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취약한 진료과에 스타 교수 영입을 지속적으로 시도, 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방침으로 최근에는 원자력병원 이비인후과 이용식 과장도 건대병원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병원 한 관계자는 "백남선, 황대용 교수에 이어 건대병원의 의사 스카웃이 무섭다"며 "돈 많은 대형병원이 높은 연봉을 내세워 의사를 빼가면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고 공공의료기관의 한계를 토로했다.

원자력병원 이비인후과에는 현재 4명의 의사가 있으며 이중 심윤상 박사는 정년퇴임을 얼마 남겨놓지 않아 병원의 고심이 더욱 크다.

 하권익 신임 의무부총장을 맞이한 중앙대의료원도 우수 의료진의 대거 영입이 점쳐진다.

산그룹이 중대의료원을 인수하면서 전 서울대병원장 출신 박용현 회장의 후광이 있는데다 하권익 신임의무부총장이 서울의대 동창회장을 맡고 있는만큼 서울의대 출신 의료진들이 중대병원으로 옮길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학교원 인사제도 자율화 법령 개정으로 명예교수의 재직기간을 대학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바뀌면서 스타급 의사들의 하향이동 추세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일전에 모 의대교수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놓고 "타교 학생들이 내 후배가 되는 것이 싫다"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것이 의사사회 순혈주의의 단편적인 예다.

 극심한 경기불황에 가만히 있어도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시대는 지났다. 병원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다.

 의사 사회내 진정한 순혈주의 타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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