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속 뇌과학 

전임상 단계부터 손상 후 회복까지 응용

파킨슨병 운동장애 환자 심부뇌자극술 증가 추세

■ 퇴행성 뇌질환

 퇴행성 질환은 다른 기관에는 드물게 신경계에만 생기는 독특한 질환으로,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ALS)이 대표적이다.

이 질환들은 서서히 진행되고, 신경계의 특정 시스템에 병변이 국한되며, 증상이 나타나서 임상적 진단이 가능할 때에는 이미 병변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점이 공통된 특징이다.

 예를 들면,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중뇌의 도파민 세포가 적어도 50% 이상 소멸되어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전임상 단계가 상당기간(5~10년 이상) 있으리라 추정된다.

근래에 들어 영상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특히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분야에서의 진단 및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파킨슨병으로 인한 운동장애 환자에 대한 심부뇌자극술 역시 증가추세에 있다. 심부뇌자극술은 치료약제에 대한 부작용이 심하게 진행된 파킨슨병 환자에 시행되는 외과적 치료법으로 시상하핵에 전극을 삽입하여 지속적인 전기자극을 가한다.

 시상하핵과 같은 아주 작은 구조물에 오차없이 시술하기 위해 정위적(stereotaxic) 수술기법과 신경생리학적 방법을 같이 사용해 왔으나, 최근에는 중재적 MRI의 유용성 평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 경우 심부 뇌 구조물에 접근하는 정확도는 1mm 이내로, 시술 결과는 고전적인 접근법과 동등했으며, 수술시간은 단축되었다(Top Magn Reson Imaging 2009;19:213).

 그러나 MRI를 통한 접근시에는 자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재질로 시술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상용화할 만한 제품은 개발중인 상황이다.


비침습적 뇌자극으로 뇌기능 활성·억제

■ 재활의학

 PET은 방사선을 조사하기 때문에 침습적인 방법인 반면, fMRI는 아직까지 부작용이 알려져 있지 않아 이를 이용해 뇌신경치료를 위한 적절한 전략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비침습적 뇌자극법은 자기나 전기를 통해 뇌기능의 변화를 유도하는 새로운 연구분야로, 반복적 경두개자기자극(rTMS)과 경두개직류전기자극(tDCS)이 해당된다.

 rTMS는 빈도, 강도, 기간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있다. 1초당 자극 횟수(frequency)가 고빈도(5~20Hz)인 경우 대뇌피질을 활성화시키는 반면, 저빈도(≤1Hz) 자극시에는 국소적으로 억제한다.

 그렇기에 재활의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뇌 임상연구는 fMRI 등 기능적 뇌영상과 비침습적 뇌자극법의 응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얼마전 "TV 생로병사"라는 프로그램에는 어릴적부터 뇌성마비로 오른손을 못쓰던 환자가 성인이 되어 마라톤을 시작한 후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손가락 사용까지 가능해졌다는 사례가 방영된 바 있다

. 이 사람에 fMRI를 실시하니 왼쪽 뇌에 열뇌증이 확인됐다. 비침습적 뇌자극법을 이용해 오른쪽 뇌를 자극하자 양손 모두 움직임 반응이 관찰되었고, 오른쪽 뇌 운동영역이 두 손의 운동을 모두 관장하고 있었다.

 이같은 사례는 재활의학 분야에서 뇌연구가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중추신경 손상시 다시 자라나지 않는다는 과거의 이론과는 달리 이제는 상당한 정도의 신경 재생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fMRI를 이용한 연구는 뇌질환이나 손상 후 어떻게 신경 재구성(neuromodulation)이 일어나는가와 회복 및 재활치료 후 변화의 형태를 규명하는데 기여한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중추성 통증이 발생할 경우 운동영역을 자극하면 감각영역이 억압됨으로써 통증조절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 역시 fMRI가 준 소중한 정보이다.

 한편 휴식기에도 뇌안에서는 저주파 활성을 보이는데, 움직임이 불가능한 환자에서 fMRI를 이용해 그 양상을 파악함으로써 회복정도에 대한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현재 진행중이다.

 재활의학에서 TMS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평가하는데 이용된다. 신경가소성이란 뇌신경의 손상, 발달, 노화 등에 의한 변화와 배움(학습)이라는 자극에 따라 일어나는 신경의 재구성(reorganization) 및 회복의 근간이 되는 뇌신경의 속성이다.

rTMS는 피질영역과 척수간 연결성의 변화를 매핑하고, 뇌영역과 행동과의 관계를 확인할 뿐 아니라 대뇌피질 기능의 변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rTMS가 운동학습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정상인뿐 아니라 만성 뇌졸중 환자에서 보고되어 있다(Stroke. 2006;37:1471). 이들 연구는 운동기능이 손상된 환자에 대한 rTMS의 치료적 근거를 마련한다.

 rTMS는 또한 FDA로부터 우울증 치료방법으로 승인되었다.



MR·PET 발달로 생전 뇌변화 확인 가능


이 종 식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최근의 눈부신 영상과학의 발달은 임상적 징후와 사후 병리검사에 의존하던 퇴행성 뇌질환의 진단을 생전에 가능케 했다. MRI는 뇌의 구조적인 영상을 제공하는데 반해, PET은 뇌의 기능이나 화학적 영상을 제공하므로 상호 보완적이다.

 파킨슨병과 비정형 파킨슨증의 감별시에 [18F]FDG PET가 매우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의 경우에는 정상 소견인데 반해, 다계통 위축시에는 소뇌 및 피각(putamen)의 대사가, 진행성 핵상마비에는 중뇌와 시상 및 전두엽 안쪽의 대사가, 그리고 피질-기저핵 변성(CBD)의 경우에는 한쪽 뇌반구 피질 및 시상의 대사가 특징적으로 감소되어 있다.

 최근에는 뇌신경의 연결상태를 보여주는 MR DTI 영상기법이 개발되었다. 지금까지의 자료를 보면 MR DTI는 FDG PET과 버금갈 정도로 민감하고, 신경계 시스템별로 병변의 위치 파악(localization)이 가능하여 비정형 파킨슨병의 진단에 아주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그림 1>.

 



















[18F]FP-CIT PET은 최근에 추적자의 생산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어, 수개월 전부터 진료목적으로 사용이 시작되었다.

 이는 특히 파킨슨병 초기 진단용으로 대단히 유용하다.

 파킨슨 증세가 경미한 초기이더라도 [18F]FP-CIT PET에서 특히 피각의 뒤쪽에서 도파민 세포의 심한 소실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국내에 흔한 약물성 및 혈관성 파킨슨증들과의 감별, 루이체치매 진단에도 유용하다<그림 2>.

그러나 이러한 소견은 파킨슨병에 특이한 것은 아니여서 다계통 위축 등도 유사 소견을 보일 수 있다.

 그밖에 [11C]PIB PET은 아밀로이드에 붙은 PIB라는 추적자를 사용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조기진단 혹은 경도 인지장애(MCI) 단계인 전임상 진단에 사용되는데, 아직은 연구단계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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