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뇌과학 

정신질환자 뇌 기능 특징적 변화 찾아내

■ 정신과

 뇌연구를 통한 뇌기능지도는 정신과 영역에서도 진보를 이루어냈다. 정신질환이 발병하기 이전에 취약성 요인을 발견하여 병의 발생을 막는 과정부터 발병 이후 진행되어 가는 뇌기능 이상에 대한 치료방법을 개발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정신분열병을 보면 작동기억의 신경 메커니즘으로서 전전두엽과 하측두정엽이 평행한 활성을 보여주는 정상인들과 달리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오른쪽 외측전전두엽에 특정적인 변화가 있다. 이런 변화는 하측두정엽과의 기능적 연결성의 결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Am J Psychiatry 2003;160:919).

 기능적 뇌영상 연구들 역시 정신분열병에서 전두-측두 회로 및 전두-두정 회로의 기능적 연결성의 감소를 증명했다. 이런 결과들은 기능적 뇌 연결성의 단절성이 정신분열병의 핵심적인 병태생리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대한정신분열병학회지 2008;11:20).

 항우울제 반응에 대한 연구에도 fMRI가 이용되는데, 촬영 결과 우울장애가 있는 환자에서는 해마와 편도부위가 감소해 있음이 발견됐다. 또한 항우울제가 이러한 변화시 어떠한 개선을 이끄는지 그 과정을 확인하기 위한 fMRI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항우울제 투여 시 편도, 안와전두피질, 안쪽 전두피질 등의 대사량 혹은 혈류량 변화가 관찰됐다.

 위협과 같은 직접 자극은 편도가 매개하고, 기억을 필요로 하는 공포과정은 해마와 전전두피질까지 함께 반응하는데, SSRI가 이 과정을 모두 둔화시킴으로서 치료효과를 가져옴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항우울제 처치 시 편도의 대사가 감소한 사람들은 치료에 잘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는 치료의 예측인자 확인에 이용가능함을 의미한다.

 우울증 환자에 대한 뇌심부자극술에 대한 보고도 있다. 기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심각한 만성 우울증 환자 6명을 대상으로 뇌내 슬품중추로 불리는 Cg25 영역에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한 후 4명이 기분과 수면 부분에서 두드러지는 개선을 보였다.


의사결정 관여 뇌영상…광고 활용 늘어

■ 뉴로리서치

 최근들어 펀마케팅, 체험마케팅, 브랜드마케팅 등 고객의 마음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은 인간의 의사결정과 선택 과정에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를 마케팅에 적용한 것이 바로 뉴로마케팅, 이를 위한 조사활동을 뉴로리서치라고 부른다.

 뉴로리서치는 무형적이고 비언어적 부분에 대해 설문조사로는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차에 fMRI, 뇌파(EEG), 시선추적장치 등이 개발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조사기법이다.

기업이 막대한 마케팅비용을 투입하기 전에 소비자들의 잠재의식을 과학기술장비를 활용해 정량적으로 계측하는 조사기법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뇌신경과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fMRI 등의 첨단장비를 이용해 영화 예고편이나 화장품 광고, 정치가들의 얼굴을 보고 평가를 내리는 순간 인간의 뇌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를 관찰해왔다.

"Neuron"에 발표된 "신경세포로 본 구매행동 예측"이란 연구는 고객이 상품을 볼 때 뇌의 즐거움과 관련한 부분이 활성화되면 구매로 이어지지만, 상품가격 등으로 뇌의 혐오감과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될 경우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EEG를 이용해 TV 광고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는 광고 시청중 브로드만영역의 피질활동이 쉽게 잊혀지는 광고와 잊혀지지 않는 광고에서 다른 양상을 발견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TV 광고 시청시 전두엽(BA8,9)과 두정엽(BA5,7,40)의 피질 활성화의 정도는 쉽게 잊혀지는 광고 시청에 비해 높았다(IEEE Trans Neural Syst Rehabil Eng. 2008;16:522).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를 신경경제학 및 뉴로마케팅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제안하고 있다.

고객 마음 근본 이해 바탕
일부선 "심리 조작" 비판도
긍정적 측면도 간과 말아야


 ▲어디에 활용하나 = 이처럼 고객의 마음을 보다 근본적으로 이해하고자 도입된 뉴로리서치는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광고효과 분석, 브랜드 이미지 분석, 광고·제품·로고의 디자인, 슬로건 제작, 캐릭터 상품 개발시 고객 선호도 조사, 교육 및 캠페인의 효과 검증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한편 시선을 추적하는 eye tracking 장비는 경고문구 또는 신문광고시 눈에 잘띄는 위치 확인을 가능케 한다.

다임러크라이슬러, P&G, HP, NIKE, 20th Fox 등 해외 유수의 기업들이 이미 뉴로리서치를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으며, 그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fMRI를 통해 브랜드 확장에 따른 무의식적 거부감을 측정하거나, 브랜드 포지셔닝을 파악하는 등의 연구와 적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베일러의대 리그 몬테그 교수에 따르면 펩시(Pepsi)를 마실때 의사결정과 보상에 관한 뇌영역의 혈류량이 보다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다. 이는 고객이 펩시를 더 맛있다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코크의 브랜드를 확인한 채 음료를 마실 때에는 보상에 관한 뇌영역이 보다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고객이 단순히 맛보다는 경험, 브랜드를 바탕으로 구매의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일본 혼다사는 정면에서 봤을 때 화가 난 사람의 얼굴과 같은 디자인을 한 오토바이를 개발해 주목을 얻었다. 인간의 뇌에는 얼굴을 인식하는 신경회로가 있어 얼굴과 유사한 형태에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원리를 이용해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토바이가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보다 빨리 인지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fMRI를 이용한 시험 결과 얼굴모양 디자인의 경우 상대편 차나 오토바이의 존재를 발견할 가능성이 43%나 향상됨을 알 수 있었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 = 그러나 한편으로는 뉴로마케팅에 대해 소비자 심리를 조작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적인 의견이 있다.

또한 의학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연구목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fMRI를 마케팅 분야에서 오히려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도 일고 있다.

울산의대 권순억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는 "학문적 배경이 약한 상태에서 잘못된 해석을 이끌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세의대 김재진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역시 "과학적 증거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않는다"며 "단편적 지식으로 이어진,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한계가 있는 정보를 홍보에 활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최근 들어 뇌연구 분야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대학원생의 "어떤 감정이나 행동이 뇌의 어는 특정부위에서 생겨난다는 일부의 뇌영상(fMRI) 연구 논문들에 잘못된 해석과 분석이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이같은 우려를 증폭시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또는 심리가 뇌의 한 부위에 국한되기보다는 여러 구조들을 상호 연결하는 신경망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지지를 받고 있다며, "합당한 비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뉴로마케팅을 시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상당수의 기업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혼다의 사례에서와 같이 소비자의 안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품을 만드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간과해서도 안될 것이다.



































뇌영상장비들
1 도입시기 2 원리 3 적용분야(연구중 포함) 
 


▶도움말 : 이종식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 / 권순억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 / 김연희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 김재진 연세의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 / 박정민 브레인 리서치 이노베이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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