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서울의대 성인남자 염기서열 해독


"최초" 논쟁 덮고 모두가 협력해야

 
지난해 말 한국인 남성의 개인 유전체(퍼스널 게놈, personal genome) 지도가 해독됐다는 발표로 국내 의료계 및 바이오업계가 들썩였다.

 개인 유전체 해독의 주인공은 가천의과학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의 김성진 원장. 김 원장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물자원정보관리센터(소장 박종화)와 공동연구로 자신의 유전체를 해독, 30억 쌍에 이르는 한국인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소장 서정선)가 30대 한국인 남성의 유전체 해독에 성공한데 이은 주목할만한 성과로 한국인 표준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데 바짝 다가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느 연구팀의 유전체 지도가 "최초"인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성진 원장은 자신의 유전체 지도를 공개하며 세계에서 4번째 개인 유전체 지도라고 발표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의 유전체 지도인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논문을 완성하지 않고 언론에 먼저 공개한 점, 7.8배수의 서열분석에 그친 점 등을 들어 성급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연구 자체가 완벽하지 않아 인정할 수 없으며 "최초"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는 "30대 남자의 유전체 분석을 완료해 작년 5월 대한의사협회 창립 100주년 학술대회와 11월 열린 코리아헬스포럼 심포지엄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며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논문 게재가 완료된 후에 공식적인 언론 보도가 이뤄지는 것이 정확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법이기에 언론발표를 안 했을 뿐"이라고 김 원장의 "최초"라는 수식을 반박했다.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는 한국인 남성의 유전체 해독에 이어 여성의 유전체까지 해독 중에 있으며 아시아인 100명의 유전체 분석을 추진중이다.

 서정선 교수는 지난달 26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미국 마이애미에서 연 동계심포지엄에 초청돼 한국인 유전체 해독 결과를 발표하고 돌아왔다. 이 30대 한국인 남성의 유전체 정보는 국제 데이터베이스인 미국생명공학정보센터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서 교수는 "국제 공인 한국인 유전체 정보 1호인 셈"이라며 "논문도 이미 미국국립생물정보센터(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NCBI)에서 액셉트(accept)됐으며 오는 5월에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성진 원장은 이번 자신의 유전체 해독 결과를 "게놈 리서치" 2월호에 게재할 예정이다.

 서울성모병원 개원기념으로 준비 중인 유전의학 국제학회 및 일본에서 열리는 학회에 초청연자로 나서 전세계 전문가에게 발표하게 된다.

 논문 게재를 기준으로 보면 아직 한국인 최초의 유전체 지도는 없다. 안타까운 점은 "최초"를 놓고 논쟁이 계속되면서 국내 유전체 연구의 성과와 미래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부분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누가 먼저든 국내에서 개인 유전체의 30억쌍 염기서열을 해독했으며 이를 맞춤의학과 예방의학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미국국립암연구소의 로트만 박사는 최근 한국에서의 한 강연에서 "향후 유전체 연구에 관한 한 전 세계 국가는 20만명 이상의 대규모 유전체 자원을 확보한 국가와 그렇지 못 한 국가로 양분될 것이다. 한국은 비록 소규모지만 이미 반열에 올라선 것이 확인됐다"며 우리나라의 유전체 연구를 높게 평가했다.

 전세계적으로 유전체 연구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다른 나라의 연구 정보에 의존하는 "유전체 정보의 종속국"이 될 것이 아니라면 "최초"의 다툼 보다는 관련기관 모두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한국인 표준 유전체를 구축하고 유전의료의 세계적 선두 그룹에 진입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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