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전체지도 "최초" 다툼 무엇이 문제인가



"선보도 후게재"·"정확성" 논란

 한국인 최초 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김성진 원장(가천의과학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의 유전체 지도는 홈페이지(koreagenome.org)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됐다. 김 원장은 "공개" 여부를 기준으로 세계에서 네번째, 한국에서는 첫번째의 유전체 지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언론이나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는 것이 아닌 논문 발표가 기준이 돼야 한다며 "최초" 타이틀을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



서정선 소장
 
공신력 있는 학술지 발표 때 인정
시퀀싱댑스 7.8배수는 정확성 미흡


"학술적으로 인정 할 수 없다"


 서울의대 서정선 교수(서울의대 생화학교실 유전체연구 소장)는 "학자들이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전문가 평가를 통해 논문을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일반인에게 정보를 공개한 것은 진정한 "최초"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시퀀싱 댑스(depth)가 7.8 배수에 그친 것은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학술적인 가치 또한 의심된다는 것. 시퀀싱 댑스는 분석할 때 깊이를 얼마만큼해서 오류를 줄이느냐로 서 교수에 따르면 학계에서 인정하는 시퀀싱 댑스는 20~30배수다.

 서 교수는 "(가천의과학대의) 이번 발표는 거대한 30억개의 DNA 염기를 어떻게 맞출 수 있느냐를 본 것으로 정보의 핸들링면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라며 "정확성을 올려야 실제 진단과 치료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의 유전체 해독에서 한국인에게 나타나는 새로운 SNP의 갯수가 323만개로 나온 점을 두고도 솔렉사 기기는 잦은 에러로 염기 분석을 20배수 정도 해야하는데 7.8배수에 그쳐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서울의대 유전체연구소에서 실시한 유전체 해독은 약 10만개의 DNA 조각(BAC 클론)을 100번에서 최대 3000번까지도 분석해서 완벽하게 규명했다"며 "유전체 해독은 반복해서 분석할수록 정확성이 올라가며 이같은 하플로이드 시퀀싱(Haploid Sequencing)은 서울의대가 국내 최초"라고 설명했다.

 서울의대 유전체연구소는 한국인 30명의 유전체 분석 연구를 시작으로 100명을 목표로 한 아시아 게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현재 갖고 있는 2대의 유전체 분석기기(고성능차세대서열분석기) 외에 4대를 더 들여와 규모와 속도에 가속을 붙힐 계획이다. 필요한 재원도 뜻있는 회사의 도네이션으로 50억원 가량 확보한 상태.

 자신의 유전체 분석을 원하거나 이 연구를 위해 기부금을 낸 사람들, 유명인들의 유전체를 해독해 "한국인 게놈 전당"에 모으는 한국인 게놈 캠페인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빠른 시일 내 일반인의 개인 유전체 분석이 상용화될 것이란 전망으로 이를 위해 서울대병원 내 위치한 유전체의학연구소도 확장할 예정이다. 현재의 연구동 1층을 120평 규모의 연구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기기나 해외 연구자들도 충원한다. 내년 3월 개소할 예정으로 "미래맞춤의학센터"라는 명칭까지 지어놓았다.


김성진 원장

데이터 분석은 일반 먼저 공개도 무방
분석방법 특성상 정확성 논란은 부당




"왜곡된 시선으로 가능성 막지 말라"

 김성진 원장은 "개인 유전체 지도는 실험이 아닌 데이터의 분석이기 때문에 해석의 의미가 강하다"며 "굳이 논문을 먼저 발표해 검증을 받은 후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유전체 지도 연구에 있어 "선 보도, 후 게재" 사례는 적지 않다. 제임스 왓슨도 논문을 내기 1년 전에 언론에 먼저 결과를 공개했고 중국인인 양후안밍도 마찬가지였다.

 또 분석 방법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시퀀싱 댑스만을 두고 정확성을 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벤터와 왓슨의 시퀀싱 댑스는 7.4배수 전후이며 양후안밍이 처음으로 30배수의 댑스를 보고했지만 분석방법에 차이가 있다.

 김 원장은 "양후안밍은 "Single end", 즉 DNA를 조각낸 뒤 한 쪽 끝에서만 읽은 것이고 이번 국내 연구는 양쪽 끝에서 읽는 방식인 "Paired end"로 분석했다"며 "또 Paired end로 했을 때 6배수 이상이면 98% 정도 매칭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만큼 7.8배수로 시퀀싱된 것에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에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배수를 아무리 늘려도 100% 완벽한 분석은 나올 수 없으므로 비용적인 효용성면에서도 시퀀싱 댑스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초 논란이 유전체 분야의 연구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가능성과 기회의 문을 닫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다만 논란을 야기시키지 않기 위해 앞으로 진행하는 연구에서는 20배수까지 분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선두국가 그룹 진입이 관건

 서 교수는 "결국 한국의 경쟁력은 보건의료에 있다"며 "우수한 의학의 질과 IT를 합병해서 미래예측의학의 첨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는 진단시장으로 핵심은 유전체 정보를 통한 질병의 예측이다.

 IT 기술이 더욱 발전된다면 중국이나 다른 국가의 환자들을 원격진료할 수도 있다.

 유전체 연구가 의료 속으로 들어올수록 의사들의 역할에는 변화가 따라온다. 그동안 진단을 내리는 심판관으로의 역할이었다면 앞으로는 질병 치료가 아닌 관리의 역할이 커진다. 예방의학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의사 역할 질병관리로 이동

 김 원장은 "한국이 유전체 해독 비지니스의 국제적인 경쟁에 진입할 수 있는 시간은 2~3년 밖에 없다"며 "이 시간 안에 진입해서 결과를 만들지 않으면 외국에 로얄티를 지급하는 영원한 후발주자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나라에서 찾은 특정 SNP에 대한 검사를 하거나 진단을 할 때 그 나라에 로얄티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은 범부처간 협력을 통해 현재 30만명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는 복지부에서 질병유전체에 관련한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지만 개별적인 연구에 그치고 있다"며 "정부가 갖고 있는 코호트를 유전체 연구에 활용,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유전체 사업 각국 주도권 경쟁

 현재 유전체 연구는 어느 나라가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주요 연구기관 및 회사들이 유전체 해독에서 어떻게 하면 주도권을 잡고 전략적으로 우월한 포지션을 취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는 단계다.
 최근에는 코호트 여러개를 결합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보다 신속한 연구 결과를 도출하거나 질적 수준이 확보된 국제협력코호트를 만들어 다국가체제로 전환, 민족간, 국가간의 특이성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들이 활발하다.

 ◇ 진행 중인 사업
 ▲ 미국국립보건원 국제컨소시엄: 1000명의 유전체 해독 사업 시작
 ▲ 미국 컴플리트 제노믹스 사(Complete Genomics): 룩셈부르크 정부의 맞춤의학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2만명을 시퀀싱할 예정, 2010년부터 1인당 5000달러에 개인별 유전자 정보 분석 서비스 제공
 ▲ 미국 하버드 대학: 구글(Google)과 함께 10만 명의 유전체 해독 프로젝트(Personal genome project) 공식 출범
 ▲ 영국: 생어 센터(Sanger Center)를 주축으로 1000명의 유전 정보를 해독하는 "1000 Genomes project" 실시
 ▲ 중국: 베이징 유전체센터를 주축으로 999명 중국인의 유전정보를 모두 해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Yan-Huan Project" 실시
 ▲ 사우디아라비아: 여러 회사가 컨서시엄을 이뤄 100명의 아랍인 유전체 프로젝트를 시작, 2010년까지 실시할 예정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