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프시겠어요","얼마나 답답하세요"로 시작을

2. 의뢰형으로 공손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전에 내 친구와 차한잔 할 때였다.

그 친구도 서비스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으므로 아마도 서비스에 관련된 감각과 정보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 사람이었다.

그 친구는 종합 병원에 60살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진료를 받으러 갔다.

진료를 보는 내과의사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처음에는 "안녕하세요"라고 이야기 하더니 그다음부터는 내내 명령형으로 이야기하더라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보세요", "허리띠를 풀어보세요", 말끝에만 "요" 자를 붙였지, 내내 명령형이더라는 것이다.

환자는 느끼지 못했지만 내친구는 서비스 관련지식을 숙지하고 있는 이유로 아마도 좀 더 민감하였을 것이다.

의사의 환자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지만 권위의식 측면에서는 판검사보다 더한 것이 의사라고들 이야기 한다.

환자도 그렇고, 의사도 그렇고, 의뢰형보다는 일방적인 지시에 익숙해 있기에 그럴 것이다.

"누워보세요"는 "누워 보시겠어요"로, "옷좀 올리세요"는 "옷좀 올려 보시겠어요", "접수하세요"는 "접수하고 오시겠어요"같이 의뢰공손형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특히 주니어 닥터인 경우에는 환자에게 훨씬 더 고상하게 보이게 된다.


3. 칭찬하라

환자에 대한 칭찬은 "당신의 몸의 주인은 당신이다"라고 말하는 무언의 교육이다.
 
환자에게 칭찬을 하려면 환자에게 무엇을 하라고 확실한 요구를 한 후 여야 한다.
 
"이러면 좋구요, 저러면 좋구요"라고 중구난방의 상담보다는 확실히 환자가 병원에 있는 동안에 해야할 일을 정해주어야 병의 증상이 좋아지는 것 같다.

즉, 환자가 할 일과 의료진이 할 일을 반드시 갈라주어야 한다.

상담내용을 써서 침대 머리맡에 붙여 놓아도 좋다. 그런 경우에 환자에게 칭찬을 할 수 있는 꺼리가 생긴다.

칭찬을 하면 환자도 좋아한다.

그리고 자기몸의 주인이 자기임을 알게 되고 의료진은 자기를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으로 된다.

외래에 얼굴이 심하게 다쳐서 살이 패인 환자가 왔다.

환자는 파킨슨 병으로 진료받고 있는 중이었고 이에 보호자가 모시고 온 경우였다. 환자의 질환상 병원에 자주 치료받으러 오기는 어려웠다.

이에 환자 보호자에게 집에서 상처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일정기간이 지난후 다시 병원에 오라고 하였다.

다시 외래에 왔을 때 상처는 어느정도는 관리되었지만 의도했던 것 만큼은 아니였다. 그러나 그곳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칭찬을 했다.

참 잘했고 100점은 아니더라도 90점은 된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환자와 보호자는 둘다 좋아했다.

다시 상처관리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일정기간후에 다시 보았다.

상처가 많이 좋아져 왔음은 당연하고 환자나 보호자도 자기들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에게 고마워했다.

칭찬의 효과가 나타난 경우였다.


4. 공감하라

환자는 환자말을 듣고 환자의 어려움을 이해한 의사를 우선은 신뢰한다.

이때 환자의 말에 반드시 공감하도록 하고 진실로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액션이라도 취해주길 바란다.

환자와의 교감형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공감하고 동의는 다르다. 동의는 어렵지만 공감은 쉽게 할 수 있다.

공감하는 표현은 (상대방의 상황을 반복해서 이야기 하고) "그러하셨다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라고 하면 된다. "손을 데이셨으니 얼마나 아프시겠어요", "눈 위쪽 피부가 늘어져 내려오니 얼마나 답답하시겠어요" 라고 하면된다.

그런데 다들 어려워 한다. 해보지 않아서 그렇다.

환자가 오래 기다린후 들어와서 불평하는 경우. "정말 오래기다리셨지요", "얼마나 지루하셨겠어요 죄송합니다"라고 시작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권위적인 것은 없어지지만 권위는 살아나는 순간이다.

한번은 병동의 환자가 저녁에 눈이 안보인다고 호소하였다.

환자는 낮에 혈관 조영술을 받았다. 간호사가 "선생님 환자가 눈이 안보인다고 호소해요"라고 말하길래 같이 가보니 환자는 명암만 구별이 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에 보호자는 노발대발을 하였고 혈관조영술때문이라고 고소하겠다고 난리를 쳤다.

환자보호자의 난리치는 통에 각병실의 사람들이 복도로 내다보았고 분위기는 어수선해 보였다.

방사선과에 문의한 결과 환자의 양상이 혈관조영술 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의 양상과도 달랐다.

방법을 찾아보던중 일단은 MRI 검사를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여 환자보호자에게 MRI 검사를 하자고 하였다.

보호자는 당장 고소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몇십만원이 넘는 검사를 환자측이 부담하여 하라고 한다면서 난리를 쳤다. 그러나 의료진은 어떻게 하든 MRI검사가 필요하였다.

이때 필자는 일단 환자보호자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를 하였다.

"아마 저도 보호자 입장이 되어 우리가족이 이런일을 당했으면 아마도 이보다 더 화가 났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하고 그맘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해 주었다.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유감이라고 표현하였다.

누구든 낮에 혈관조영술을 하고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시력이 떨어진 이유가 혈관 조영술 때문이라고 생각을 할 것이고 나조차도 가족이 그랬다면 보호자 처럼 생각을 했을 것이다.

설령 나중에 밝혀지면 관계가 없을 가능성도 높지만, 아무튼 병원에 와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통감한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설득하였다.

"우리가 잘못을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시술전에 받은 후유증에 대하여 시술동의서에 보호자가 서명을 한 것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시술동의서에 후유증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명시되어있다고 현재 환자의 상태가 저런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책임회피만 하고 있으면 우리가 진짜 나쁜 사람이다.

원인이 병원이 시행한 혈관조영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것은 후에 가려낼 일이고, 지금당장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판단하여 시행하는 것이 환자에게 우리 의료진과 보호자가 해줄 일이다.

지금만 생각하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일반 산업처럼 책임을 지겠다고 얘기는 할 수 없어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 하였다.

환자보호자는 이에 수긍하였다. 공감이란 느낌은 어디서나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그외의 지켜야할 내용도 있지만 중요한 내용만 요약하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