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슬프게 만드는 백혈병
환자를 슬프게 만드는 드라마



최근 드라마에서 묘사된 백혈병 관련 내용들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까지 구태의연하게 반복됐던 내용의 반복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잘못된 백혈병 정보를 기반으로 나온 의견이라는 것이 문제다. 이번에는 백혈병 환우회에서도 논란에 가세해 일반인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의 잘못된 묘사에 유감을 표하고 수정돼야 할 부분을 짚어주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쉽게 범하는 잘못된 표현들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백혈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있어야 할 부분을 정리해본다.



백혈병은 후천적 질환

 백혈병이 불치병으로 드라마에 등장한지는 매우 오래전 부터다. 1990년대 드라마 속 백혈병 환자들은 치료받을 방법도 없이 죽어갔거나 잘못된 치료방법에 기대다가 죽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죽어가는만큼 극중 백혈병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과거 드라마들이 표현하고 있는 잘못된 백혈병 관련 내용으로는 ▶백혈병은 유전되기 쉽다 ▶말기 암환자의 골수를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다 ▶부모자식간의 골수가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악성빈혈이 급성백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형제가 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골수를 이식할 수 있다 ▶골수를 이식해도 사망할 가능성이 높은 불치병이다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현찬 교수는 "잘못된 드라마의 내용이 환자치료에 방해가 된다"는 제목으로 한국혈액암협회 회보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위의 잘못된 내용들을 지적·수정하고 있다.

 백혈병은 유전이 아니라 후천적인 질병이라는 것, 부모자식간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할 확률은 50%라는 것. 형제 간 HLA가 일치해도 최소 18세부터 이식이 가능하며 일치할 확률도 25%라는 점 등이다.

 백혈병으로 진단된 남성이 드라마를 통해 소아나 젊은 여성만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고 믿고 다른 병원을 찾아간 사례도 소개하며 드라마의 잘못된 설정들이 일반인들의 인식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단적으로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설정들이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10년 사이 백혈병의 진단 및 치료분야의 발전으로 인해 드라마에서 백혈병이 불치병이라는 기본 설정은 많이 사그러들었지만 세부적인 설명에 있어서는 여전히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종영된 백혈병 드라마에서는 여주인공이 생모와 시어머니의 골수가 일치한다는 설정과 골수기증에 대한 내용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골수기증 거부 부채질

 문제는 잘못된 설정이 단순한 이야기의 흥미유발에서 끝나지 않고 백혈병에 대한 인식과 환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이 드라마에서의 백혈병 묘사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타인 간 골수가 일치할 확률은 2만5000분의 1에 불과한데도 시어머니의 골수와 일치한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우연적이다"라고 지적하는 한편 "생모의 골수와 일치한다는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골수기증에 대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형제 간 조혈모세포기증을 거부한다는 설정에 대해서도 최근 형제가 한명이거나 아예 없어 백혈병 환자들의 형제간 골수이식이 거의 희박해진 상황에서 환자나 가족들의 입장은 배려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는 기획의도에서 "각막, 골수(조혈모세포)를 포함한 장기기증의 활성화"라고 내걸고 있는데 반해 부정확한 정보의 전달로 이제까지 쌓아진 백혈병과 골수기증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편견들을 더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었다.

 환우회는 현재 국내의 골수기증 거부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10명의 골수기증 등록자 중에서 7명이 최종 단계에서 거부하거나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로 인해 매년 500명 이상의 백혈병 환자들이 이식을 통해 완치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하고 있다고 밝히며 "골수기증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드라마를 끝내기를 기대한다"는 의견까지 밝히고 있다.


■백혈병의 진실

유병 현황

 국내에서는 이마티닙(imatinib mesilate, Glivec)의 홍보로 인해 만성골수성백혈병(CML)이 자주 언급하고 있지만 유병률은 2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AML)과 급성림프종성백혈병(ALL)이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고 성인에서 각각 60%. 40%, 소아에서는 20%, 80%로 나타나고 있다.

AML은 젊은 층에서 70~80%, 고령층에서 40~60%의 치유율을 보이지만 재발률 역시 50%로 예후가 좋지않아 빠른 시간 내의 치료가 필요하다.

 한 편 CML에 적용되는 이마티닙이 모든 백혈병에 적용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에 환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가볍게 하는 말에서도 정보가 와전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불치병의 굴레는 벗었다

 이제 백혈병은 불치병 목록에서 빠져나왔다. CML의 경우 골수이식 없이도 평생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병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이마티닙을 통해서 열렸고 AML, ALL의 경우에도 표적치료제의 개발로 완치가 가능해졌다.

 또한 항생제, 백혈구촉진제, 수혈 등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도 높은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다. 기본 50%, 보조요법을 같이 실행할 때 성공률이 70~80%까지 나타나고 있고 예후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치료가 힘든 난치병인 것은 사실이다. 치료과정에서 재발하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발생할 경우 관리정도의 문제에서 멈추지 않고 생사의 문제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백혈병 치료에서는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관계가 필수요소로 꼽힌다.

골수이식(조혈모세포이식)

 골수이식에서도 눈에 띄는 발전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골수이식에 대해 고통스러운 항암치료와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에 대한 두려움을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미니골수이식술이 발달하면서 골수이식의 부담감이 줄어들고 있다. 미니골수이식은 초기 항암치료의 용량은 낮추고 면역억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기존에 비해 20~30%까지 합병증 사망률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법은 재발률도 낮추고 예후도 좋았을 뿐더러 고령인구에서도 심각한 동반질환이 없다면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수기증에 대한 소문들

 국내의 골수기증률이 낮은 이유로는 골수기증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부모자식간의 골수이식, 골수이식으로 인한 추간판탈출증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여의도 성모병원 혈액내과 이종욱 교수는 골수기증자는 유전자가 일치해야하기 때문에 부모의 유전자를 모두 받은 형제간 일치는 있을 수 있어도 부모자식 간 HLA 일치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밝혔다.

 또 골수채취의 경우 전신마취 후 기본적으로 골반 뼈에서 추출하게 되기 때문에 이후 2~3일 정도의 휴식을 권한다. 하지만 바로 일상활동을 할 경우 골반에서 시작된 통증이 허리디스크로 오인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남자가 골수를 주면 성욕이 감퇴하고 여성의 경우 임신이 안된다는 근거없는 소문들도 기증 거부율을 높이는 이유라고 말한다.

 하지만 골반에서 추출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후가 좋기 때문에 우선 권장하는 사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항암치료 후의 조혈모세포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말초혈관에서도 추출도 가능하다.

 현혈처럼 간편한 방법으로 공여자의 부담감을 줄일 수 있고 환자의 회복정도도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식편대숙주반응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인 예후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방법의 선택권은 공여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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