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정 욱
서울의대 교수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국제협력위원장



학회활동 "세계로 뻗어 나가자"

세계 수준 맞는 학술지 출판을
국제 협력 대상국 다양화해야

 우리나라 의학 분야의 학술 논문이나 의료기술이 국제적 수준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학자나 의료인 개인 차원이 아니라 학술 단체로서의 국내학회 활동이 과연 국제적 수준이냐는 질문에는 부정적인 답변이 단연코 우세하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개최되는 학술대회에 외국인이 참석한다면 어떤 도움을 받을 것이며, 외국의 저명한 학자가 연자로 초청되었을 때 국내 학자와의 학술 교류가 충분히 이루어지는가를 보면 부정적이다. 학회 활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학술지 상황을 보아도 한국 학술지가 국제사회에서 현저히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혹자는 우리나라 언어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국내학술대회를 포함하는 활동이 국내용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국제 활동은 외국에 가서 하거나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 학술행사로 족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북미나 유럽 중심의 국제 협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한국에 찾아오는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국가들과의 협력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 학회가 회원 개인의 수준 높은 학술 수준을 반영하고 앞으로 더 발전시킬 의지가 있다면 학회 활동도 당연히 국제화 되어야 한다.

 2008년 Thomson&Reuters에서 운영하는 SCI 학술지에 국내 학술지가 9종 추가되었다.

이는 한국 의학 학술단체의 학술 수준이 외국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는 하지만 Koreamed에 등재된 국내 학술지가 130종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많은 국내 학회들이 학술지 국제화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것은 옳은 생각이다.

말하는 영어보다 쓰는 영어가 강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학술지를 통한 교류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국제 교류의 방법이다.

학회 임원진이 1~2년 마다 바뀌는 것이 비하여 학술지 편집진은 임기가 길고, 끝나더라도 논문의 저자로 계속 활동하기 때문에 학술지를 통한 국제 교류 확대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한 학술지 투고 규정을 바꾸고 국내외에서 누구나 논문을 투고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뀐 것은 자랑할 만 하다.

 그러나 아직도 투고·심사 등의 편집 과정이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젊은 교수들의 희생적인 봉사로 임시 운영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외국 논문의 투고는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편집을 마친 후 출판 과정에서 국내 학술지 출판사가 인쇄소 수준이라는 것도 국제화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외국 학술지에 투고하면서 경험하는 외국계 출판사의 서비스를 국내서는 기대하기 힘든 것이 안타깝다.

 국내 출판사의 자구책이나 Koreamed Synapse 등의 노력이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출판은 국내 출판사가 하더라도 출판 후 검색 지원 서비스를 외국계 출판사와 협력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학술지 국제화가 중요한 이유 중 또다른 하나는 국제적인 검색 시스템에 들어가는 것이다. 즉 SCI, Pubmed, Scopus, CA 등에 등재되어 인터넷을 통해 검색 되어야 많이 읽히고 인용되어 인용지수를 높여 좋은 학술지로 평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 검색시스템의 수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Koreamed와 같은 국가별 index medicus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WHO가 주도하는 지역별 index medicus가 준비되거나 운영되고 있다.

즉 WHO 서태평양지역 국가 학술지들을 통합 색인하는 WPRIM(Western Pacific Region Index Medicus, wprim.wpro.who.int)은 한국, 중국, 일본 등 WHO서태평양지역 30여개 국가의 의학 학술 논문을 통합 색인하여 지역 학술지 논문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활용을 증대시키는 사업이다.

 또한 아·태지역 국가의 의학학술지 편집인들이 모여 학술지 발전을 위한 제반 사업을 추진하는 APAME(Asia Pacific Association of Medical Journal Editors, 아시아태평양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가 2008년 서울에서 창설되었고 각 나라 대표 학술지 편집인의 교류와 상호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학회의 국제 활동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이다. 현재 국제화의 상대가 서구 영어권 국가와 특정 아시아 국가에 편중되고 비영어권인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과는 교류가 없다.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교역을 늘리기 위해 아프리카 지역 국가 정상을 대거 초청하는 행사를 하는 것이나, 다국적 출판사가 중국 학술지 출판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가난하던 시절에는 미국에 편중된 의학 기술 수입이 관행화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시아 지역 학술 활동을 강화하고 수평적인 학술 교류가 확대돼야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지역 학회들의 국내 학술활동이 저조한 것이 사실이고 우리의 상대가 누구인지 알기 힘든 경우도 많다.

때로는 그 나라의 민간 학술 단체를 찾기보다 정부 조직이나 WHO 등 국제 기구를 통해 상대를 찾는 것이 효율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학술적 지도자를 찾아 그들을 한국에 초청하고 그들과의 교류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동안 한국의 수평적 국제협력은 대부분 북한이나 연변을 주 대상으로 하고 최근에는 몽골,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한국이 갖고 있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맞도록 국제 교류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우리나라 및 주변국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상호 협력이 중요하다.

 과학 기술 발전은 이미 한국 혼자서 존재할 수는 없으며 우리의 학문 활동이 국제적인 영향력과 함께 책임을 느껴야 한다.

우리 학회는 더 이상 국내 회원을 위한 권익보호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전세계 전문가를 위한 학술 단체 중의 하나로 국제 협력을 이끌 수 있는 학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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