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혜택 인정땐 의료 이용 큰 불편 없어

보장권 밖 여성들엔 무료진료·의료봉사가 큰 역할



◇ 의료보장 혜택자

 서울 포이동에 거주하는 베트남 여성 D씨는 초음파 검사를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이미 여러 차례 방문했던 터라 어색함은 없다. 길거리에서 원장님을 만나면 인사까지 나눌 정도다. 택시운전을 하는 남편도 가끔이지만 같이 들러 얼굴을 비춘다.

 D씨의 경우가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이미 많은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우리 사회 속에 녹아 들어와있고 공식적인 절차를 밟을 경우 건강보험에 가입해 내국인과 같은 수준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기존의 한국인과 한국인이 된 그녀 사이에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상의 격차는 없는 셈이다.

 문제로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은 언어의 장벽이지만 보건복지가족부, 문화관광부 등 정부부처들에서 우선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민간기관에서도 무료로 지원하는 곳도 많아 의료기관에서 이들을 진료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나 불편함은 없다고 말한다.

 환자가 한국어를 모르는 상태라도 통역이 가능한 사람과 동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필리핀 등 영어권의 경우 대부분 의사와 직접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언어소통의 어려움은 크지 않다는 것.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은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이주여성들을 차별하거나 어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공공의료와의 연결

안산 원곡동 원곡보건지소내
외국인문화센터의 조형물.
"만국기 인류"라는 제목의 다문화사회에 대한 상징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언어나 문화 차이에 부담을 느껴 이들을 환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보건소는 민간의료기관과 협력의료체계를 통해 병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환자진료를 지원하는 한편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보건소가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예방접종, 모자보건사업, 건강검진에 치우쳐 있다는 점과 제한된 인력들이 다양한 진료과의 질병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 내 병원들과의 네트워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역별 네트워크 구성의 차이와 보건소에서 환자를 인계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는 병원 측의 의견은 체계 정립과 일반화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주여성 및 외국인노동자의 거주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 주변 민간병원들과는 물론 응급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의뢰할 수 있는 3차병원과의 협력체계도 구성하고 있는 반면 협력의료기관 체계를 이제 구성 중이거나 아직 이에 대한 인식이 없는 곳도 있다.

협력의료기관을 구성하는 방법에서도 보건소와 구의사회가 직접 논의·선정하여 체계를 구성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개인적인 연결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병원에서는 이를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곳이 대부분이고 협력의료기관으로 등록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주여성들을 포함한 환자들이 보건소를 우선해서 찾고 있는 상황에서 질병관리의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1차 의료기관들은 협력의료기관 구성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교류나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 의료보장 혜택 밖

24%는 건강보험 안돼

 국제결혼 이주여성이라면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음에도 모든 이들이 혜택권에 들어있지는 않다.

현재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은 24%,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수는 8%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의료지원이 있지만 대부분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있어 이주여성들은 여기에 포함되는 형식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어떤 종류의 의료보장제도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통해 입원부터 퇴원까지의 진료비용을 500만원 한도에서 보장해주고 있다.

여기에 해당되는 일부 기관들은 한국이주민건강협회가 협력병원 300여개와 네트워크를 구성한 "해피투게더" 사업에 포함되어 더 많은 병원들과 정보·환자를 공유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에서는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를 의료 사각지대로 주목하고 각구의사회 순환제로 무료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관계자는 이 의료봉사에 개원의와 함께 대학병원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어 종합병원급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종교단체들의 활동도 가볍지 않다. 종교단체들은 지자체와 연계하거나 자체적으로 의료팀을 꾸려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지정한 외국인노동자 진료기관과 결혼이민자가족센터 목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증 질환일땐 지원 어려움

 하지만 이런 다양한 무료진료와 봉사가 이주여성에 대한 의료의 공백을 전부 채우지는 못한다. 복지부의 외국인근로자 진료비 지원제도가 적용되는 병원은 지방의 몇몇 대학병원 이외에 국가운영의료기관, 종교단체 운영병원에 한정되어 있어 심각한 질환이나 수술의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는 서울시의사회, 민간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료진료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의 경우 1999년부터 외국인노동자 거주구인 "국경없는 마을"로 지정되어 보건소부터의 의료연계 네트워크가 잘 구성되어 있는 편이지만 중증질환이나 수술이 난감하기는 마찬가지고 불법체류자의 경우는 더욱 힘들다. 종교단체를 통한 의료기관 연결 및 진료비 지원이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볼 수 없다.

 진료받는 환자의 체계적인 관리가 힘들다는 점도 무료진료·봉사에 내재된 문제점으로 꼽힌다. 진료결과 이외에 상세한 신상정보는 불법체류자를 고려해서 기록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무료진료 활동지역이 중복되는 경우에도 주체기관 간에 환자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도 체계적 관리를 위해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일회성 아닌 사회시스템 구축
의료계가 한 발 먼저 나서야


 의료계의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검진 행사들을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행사들은 이주여성들의 보건문제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을 반증하고 있다.

반면 이런 행사들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은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대한의사협회가 한국건강관리협회와 함께 시행하고 있는 이주여성 B형간염 예방접종 사업도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어 홍보의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도 나와있지 않고 담당자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진료에서도 자체적인 계획없이 국제의료봉사단 등 봉사단체들에 협력단체로 등록되어있을 뿐이다.

 병원들도 대책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 이주여성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가정 내의 문제와 함께 정보나 교육을 제공해주는 기관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지만 병원들에서 이를 위한 프로그램은 없다.

대학병원의 경우 외국인진료센터 등이 있어도 의료관광을 타깃으로 운영되고 있을 뿐 이주여성들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만 진료나 봉사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홍보·교육을 하고 있는 현황. 복지부가 시행하는 외국인 대상 의료기관 리스트에서도 대형병원들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들고 보건소와의 연계시스템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도 이들의 방관자적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의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료단체들은 현재의 홍보나 경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의료지원과 내국인으로서 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현재 문제들을 가벼이 보지말고 거대화 되기 전에 체계를 정비해 다문화사회 복지문제까지 발전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당부한다.

 고령화사회에 대처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비추어봤을 때 사전에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체계적인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정부만의 몫이 아니라는 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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