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시스템은 ´족쇄´ 아닌 경쟁력 수단

각 국가별, 특히 선진국일수록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사항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규제의 본질적인 사항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의료기기의 분류/등급, 최초 허가대상 제품의 신뢰성, 그 제품의 생산체계, 규제 감독기관의 주기적인 감시, 시판된 제품의 문제점 발견시 보고 등이 그것으로서 이러한 규제사항과 품질시스템과의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또한 최초부터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대한 규제사항으로 품질시스템이 요구되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요구되는 품질시스템 개념은 1978년 미국 FDA에서 의료기기제조업체는 CFR Part820 규제사항을 충족하는 품질시스템-엄밀히 말해서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공포한 것이 그 시초로서, 제조공정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사항들을 명기한 이 규제사항은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로 통칭되었다.

이 CGMP는 ISO 9001 규격을 모체로 의료기기에 추가적으로 관리할 사항을 포함한 유럽EN46001 규격과 상호보완·조화를 이루게 되었고, 제조공정뿐만 아니라 설계, 개발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할 사항과 고객불만의 접수과정, 이에 대한 원인조사 및 해당되는 경우 관계기관으로의 통보 등을 명기한 의료기기 품질시스템 규격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현재 의료기기 품질시스템에 대한 각국의 규제사항은 미국 "CFR Part 820 품질시스템 규정(Quality System Regulation)", 유럽의 "EN 46001 품질시스템-의료기기-ISO 9001의 적용에 대한 특정 추가 요구사항", 일본의 경우는 "의료용구의 품질확보기준(의료용구QA 시스템 기준)" 및 "의료용 조명기 등의 의료용구 제조소에서 품질확보에 관한 기준(의료용 조명기등 GMP)" 등이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용구 허가 등에 관한 규정(보건복지부 고시 1997-35호)의 제정에 따라 KGMP라 호칭되는 우수 의료용구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보건복지부 고시 1997-40호)이 제정된 바 있으나 이는 필수 요구사항이 아닌 제조업체의 선택 준수사항으로 반드시 준수해야 할 사항은 선진국과 같은 품질시스템 요구사항 수준에는 미달하는 "품질관리기준적합인정"이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대하여 반드시 품질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가혹한 요건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규제사항으로 인하여 제조업체들의 자국내 발전이 저해되었다면 현재와 같은 그 내용에서의 질적 향상 및 흐름의 확산은 없었을 것이다.

FDA는 이와 같은 품질시스템을 미국에 도입하게 될 경우 자국의 이익 등에 대한 장단점을 검토하여 관보(Federal Register, Vol.61, No.195)에 공개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1991년 미국내 의료기기 사고는 약 10,000건으로 이후 6년간의 voluntary recall을 분석한 결과 총사고의 44%가 설계결함이나 설계관리의 부적절에 기인하여 발생되었음.
 
△1983부터 1991까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고장의 90% 이상이 양산에 앞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할 소프트웨어 검증의 결함(errors)에 기인한 것임.
 
△품질시스템을 도입함에 따른 경제적 영향으로 제조업체 및 감독기관에서 소요될 년간 총 증가비용은 8190만불로 예상되나 투자에 따라 년간 36~44명의 사망과 484~677명의 중상 감소로 년간 1억 8000만불에서 2억 2000만불의 평균이익이 예상됨.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사항에서 최초 허가대상 제품의 신뢰성, 그 제품의 생산체계, 규제 감독기관의 주기적인 감시, 시판된 제품의 문제점 발견시 보고 등의 본질적 사항과 제조업체의 품질시스템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특히 의료기기와 컴퓨터 관련기술의 접목이 빈번해지고, 가정용 또는 자가 치료기구가 보편화되며 의료기기와 약품이 혼합된 병합제품의 증대에 따라 제조업체의 품질시스템 요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품질시스템에 대하여 의료기기의 제조업체가 간과하기 쉬운 일부 사항과 질적인 면에서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열거해 볼 때 그 첫 번째는 경영자가 하여야 할 일이다.

품질시스템에서 경영자의 책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100%라고 말하여도 무리는 아닐 만큼 품질에 대한 경영자의 의지는 매우 중요하다.

경영자는 품질에 대한 방침과 목표를 세우고, 품질시스템 구축 및 유지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 확보와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실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자체적인 내부감사를 실시해 원활하고 효과적인 품질시스템의 이행여부를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이 내부감사 결과, 고객불만, 불량품의 재발방지를 위한 시정조치 등을 안건으로 연 1회 이상의 경영검토를 실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검토를 통해 더욱 향상된 방침·목표를 수립하게 되고 이를 지향하는 루프사이클(Loop Cycle)이 형성되는 것이다.

두번째 사항은 설계관리이다. 해외 시판이나 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CE마크 또는 FDA 허가를 시도하였던 우리나라 제조업체에서 제일 먼저 곤란을 겪는 요소가 이 설계관리이다.

다수의 기업체에서 품질시스템을 구축 이행하고 있을지라도 설계관리과정에서 작성되는 자료와 기록의 수준이 선진국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부합하지 못하여 많은 애로사항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설계관리는 어떠한 제품을 만들시 그 형상, 성능에 대한 목표를 최초에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후 설정한 목표에 만족되는 제품이 개발되었는지 검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설정된 목표와 검증 기록을 유지하고 활용하는 것이 회사의 노하우인 동시에 규제 요구사항의 하나인 "설계이력(Design History)"인 것이다.

설계과정에서 중요한 또 한가지는 위험관리로서 의료기기의 부적절한 작동 등으로 인한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정성 정량화하여 그 요인을 제거 또는 감소시키기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FDA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의료기기의 리콜을 분석한 결과 설계관리 특히 위험관리의 부실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설계과정에서 수행된 모든 위험관리 관련 기록들은 유지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체에서는 공정관리 부문의 다수 요구사항을 이미 충족하고 있으나, 일부 취약한 요소로는 ①공정에서 사용되는 자동화 소프트웨어의 적용에 대한 유효성 확인활동, ②멸균기기와 같이 제조공정에서의 작업 결과를 후속 검사로 완전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이행하여야 하는 공정유효성 확인활동 등인데, 이 유효성 확인활동 방법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사항은 시장에 판매된 의료기기가 신뢰성, 안전성 및 성능 등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접수 또는 보고된 경우 이에 대한 상황판단 및 규제 당국에 통보하는 절차이다.

이 사항은 "의료기기 부적합보고"로 통상 MDR(Medical Device Reporting)로 호칭되며,우리나라에서는 필수 규제사항은 아니지만 미국, 유럽, 일본에 수출하는 제조업체에서는 반드시 인지해야 할 조항이다. 따라서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모든 고객불만은 명확히 접수, 기록하고 그 원인을 조사하여 기록 유지하여야 한다.

이것은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 관련 규제기관에 조기(早期) 통보하고, 문제가 확산되기 전에 시정조치하기 위함이다. 또한 고객불만 사항에 대한 조치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는 그 이유를 기록하여야 한다.

규제 요구사항이 많다는 것은 그 산업분야에서의 발전이 제한적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많은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제조업체의 인적자원, 자금력 등이 열악한 현실에서 품질시스템의 그 모든 사항을 어떻게 다 충족시킬 수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고, 기타 규제사항이 심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진국의 의료기기 규제사항을 양적, 질적으로 비교해 보면 우리의 규제는 오히려 미약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품질시스템이 경쟁력을 갖는 수단인 것은 사례를 통해 이미 검증되었다.

저자와 책제목을 기억할 수 없지만 다음의 문구를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경제력이 있다고, 경제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인프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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