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6월 보건복지가족부는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우리나라 국민의 질병부담 1위인 심·뇌혈관질환의 예방관리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의 일환으로 대구광역시가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돼 전국 최초로 "심뇌혈관질환 고위험군 등록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2007년 9월 3일 시작된 이 시범사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경수 영남의대교수로부터 들어봤다.


치료·투약 수준 넘어 자기관리능력 향상 시도



이 경 수

영남의대 교수
예방의학교실


 우리나라의 만성질환관리는 레이더시스템에 비유된다. 환자가 레이더에 걸리면 치료를 하고, 레이더에서 사라지면 그만이라는(모른다는) 것이다. 즉 환자가 병의원을 찾아 왔을 때에는 진료와 투약을 하지만 오지 않으면 더 이상의 어떤 치료나 상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만성질환자의 질병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또한 한국에서의 사망순위 1위는 암이라고 하는데, 이 통계수치는 모든 악성종양을 모두 합한 수치이다. 심뇌혈관질환도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을 모두 합하면 암과 거의 같거나 오히려 더 높은 사망률과 유병률을 보인다.

 그리고 2007년 현재 암관리를 위한 국가 예산은 수천억에 달하지만,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국가 예산은 수십억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에서는 사망률과 유병률이 매우 높고, 질병부담도 큰 만성질환관리를 위하여 2006년도에 만성질환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였다.

 이와 같은 국가만성질환관리 종합대책을 추진하기 위하여 2007년 8월 1일부터 인구 250만명이 거주하는 대구광역시에서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와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교육과 상담, 노인환자에 대해서는 월 1회 기준으로 진료비 1000원, 약제비 3000원의 본인부담을 경감해 주는 인센티브를 주면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광역시에서 적용되는 환자등록전산시스템을 이용하여 등록된 30세 이상의 환자에 대해 대구광역시에 8개의 구·군교육정보센터를 설치하여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1개의 광역교육정보센터를 설치하여 구·군의 지역교육정보센터를 지원하고, 광역콜센터를 운영하면서 전화를 이용한 환자 상담과 꾸준한 의료기관 이용을 권고하고 있다.

 교육과 상담의 대상은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시민에 대한 홍보와 캠페인 및 고혈압, 당뇨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민간 병의원과도 협력하여 병의원에서 직접 시행하는 환자교육과 상담도 지원하고 있어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여 환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2007년 하반기 전국 처음 시작
30세 이상 희망 환자 전산등록
민간·공공병원 협력 교육·상담
서비스 제공자 인센티브 필요


 2007년 9월 1일부터 등록을 시작한 이후 2008년 12월 12일까지,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실인원 5만4000여명이 등록되어 있으며, 2008년도에만 환자와 일반시민에 대한 교육과 상담이 6000회 이상 이루어져 연인원 5만1000여명이 교육과 상담을 받았다.

또한 환자들에 대한 시식회를 개최하여 자신의 질병을 잘 관리하기 위해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실습하는 프로그램을 100여회 운영하였으며, 이 프로그램은 환자에 대한 보건교육, 자신이 먹을 밥을 직접 떠보는 "밥푸기" 실습과 영양상담, 미각테스트, 식사 후 운동방법 교육 등의 필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콜센터에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예약된 날짜에 방문하도록 하기 위하여 SMS를 이용하여 문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자서비스는 진료예약일 7일 전과 1일 전에 전송된다. 또한 콜센터에서 등록된 환자들에게 전화를 하여 예약된 날짜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투약받도록 교육하고 있다.

 국가의 심뇌혈관질환 관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하여 처음으로 시행된 시범사업을 시작한지 1년 4개월이 경과하는 동안 전술한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중앙정부의 주관부처와 국회, 대구광역시 의회에서도 예산확보와 내실있는 사업의 추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만성질환의 특성과 짧은 사업기간으로 인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드러내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 이러한 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시범사업의 가장 중요한 참여자인 의사회와 약사회가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고, 행정적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의 진정성과 시민의 편익을 위하여 참여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성과연동 인센티브의 제공을 전향적으로 검토하여야 만성질환관리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만성질환관리를 통한 국민의 건강수준의 향상도 꾀할 수 있으리라 본다.

 사업추진을 위한 광역시와 보건소 간의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고 있으며, 환자들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 상담을 충분하게 제공하기 어려운 여건이며, 이를 위하여 전문인력의 확보와 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다.

 아직까지 전통적인 레이더시스템에 의한 환자관리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지는 못하고 있으나, 만성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투약의 수준과 범위를 넘어 환자교육과 상담을 통한 지속적 치료를 유도하고, 나아가 만성질환관리를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가면서 2008년도 사업을 수행한다면 의료인 중심의 질병관리에서 환자중심의 질병관리로 환자와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함께 하는 질병관리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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