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약물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줄이어

 2008년은 유난히도 순환기 관련 대규모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이 많이 발표된 해였다. 특히 심혈관질환 관리에 있어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약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아, 그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승자냐 패자냐를 떠나 모두 나름대로의 이유와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했다.

 대한심장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는 김효수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와 함께 대규모 RCT를 중심으로 올 한해 순환기 분야에서 주목받았던 이슈를 짚어 봤다.

"로수바스타틴" 단기효과 집중 조명

 ■ JUPITER = 임상현장의 현실과 괴리감을 드러내 온 고지혈증치료제 보험급여 기준은 물론 약가 재평가 등으로 보건당국과 논쟁을 계속해 왔던 의학계는 2008년 끝자락에 발표된 "JUPITER" 연구 한방으로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임상 가이드라인과 급여기준 개정까지 거론될 정도로 데이터가 뿜어내는 위력 때문이었다. 김효수 교수는 과거 처방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영역에서 로수바스타틴의 임상결과 개선효과가 단기간에 강력한 유의성을 확보했다는데 주목했다.

 김 교수는 향후 스타틴 가이드라인 및 적응증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에 이번 연구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가 학계에서 인정된다면 기존 가이드라인의 기준이었던 LDL은 정상일지라도 높은 CRP 조절에 스타틴을 처방할 수 있도록 적응증이 확대권고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험기준 역시 재정여력이 있다면 LDL과 별도로 CRP가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오메가-3지방산 새롭게 주목

 ■ GISSI-HF = 이 연구는 스타틴으로도 힘든 일을 오메가-3지방산이 해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스타틴과 달리 지질에 관계 없이 심부전 환자에서 조차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여 준 것이다. 스타틴이 "GISSI-HF"와 "CORONA" 등에서 효과를 보이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메가-3지방산은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입증한 일련의 RCT 결과와 경화반 안정화 및 항혈전 효과가 밝혀지면서 심혈관보호 약물로 새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질 프로파일 관리의 핵심인 스타틴과의 차별화가 형성됐다는 점은 이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김효수 교수는 현재 급성심근경색(AMI) 환자의 레지스트리(등록데이터)를 대상으로 오메가-3지방산의 이차예방 효과에 대한 전향적 분석연구를 준비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신규 지질조절제 통계적 유의성 미흡

 ■ ENHANCE, SEAS = 올해 초 발표된 "ENHANCE"에 이어, 9월 발표된 "SEAS"까지 신규 지질조절제가 일차복합종료점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김효수 교수는 "ENHANCE"의 종료점 기준이었던 CIMT가 콜레스테롤 뿐 아니라 혈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데 주목했다.

CIMT가 다중변수의 영향을 받는 상태에서 콜레스테롤 변화 만을 가지고 혈관벽 두께의 감소 또는 진행억제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동 목적의 다른 연구와 달리 스타틴을 이미 사용하고 있던 환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도 유의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스타틴의 경화반 감소·진행억제 효과는 약을 들지 않았던 신규환자에서 뚜렷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ENHANCE" 연구결과를 가지고 바이토린의 효과를 부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당뇨병 환자 아스피린 효과 실망

 ■ POPADAD, JPAD = 두 연구 역시 일차복합종료점에서 위약군 대비 유의한 차이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일차예방 효과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다. 하지만, 결과를 살펴 보면 반드시 실망할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JPAD"에서는 치명적 관상동맥질환과 뇌혈관질환 사건 수를 아스피린이 유의하게 감소시켰고, 65세 이상 고연령군에서 일차종료점까지도 유의하게 줄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JPAD"에서 아스피린의 출혈성뇌졸중과 위장관출혈의 복합발생 빈도가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 이것 역시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밝혔다.

텔미사르탄 진전된 효과 확인 못해

 ■ TRANSCEND = "ONTARGET"에서 가능성을 검증받았던 ARB 텔미사르탄은 올해 발표된 "TRANSCEND"에서 다소 주춤했다. ACEI와 대등했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가 ACEI 불내약성 환자에서는 위약군 대비 혜택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시 행간을 읽어 보자.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에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더한 일차복합종료점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ACEI를 검증했던 "HOPE" 연구의 종료점(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으로 보면 텔미사르탄 역시 임상결과 개선효과를 나타낸다.

새로운 가능성 볼 수 있어야

 김 교수는 연구결과의 이해와 관련 성패를 이분법적으로 결정짓기 보다는 행간으로부터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읽어내야 한다는 차별화된 접근법을 제시했다.

일차복합종료점 아웃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전체를 실패로 보는 것은, 연구를 온전히 이해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견해다. 일차종료점의 결과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행간을 읽어야 메시지를 제대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 한해를 수 놓은 대규모 임상시험
 
- JUPITER


 LDL은 정상이나 hsCRP가 증가한 사람에서 로수바스타틴 혜택(CVD 일차예방)을 검증, 일차종료점(심근경색·뇌졸중·혈관재형성술·불안정형 협심증 입원·심혈관 원인 사망의 복합빈도)이 위약군 대비 44%까지 감소했다(P<0.00001).

- POPADAD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일차예방 효과를 검증했다. 일차종료점 발생빈도가 아스피린과 위약군에서 각각 116명(18.2%) 대 117명(18.3%)으로 아스피린 요법의 혜택을 확인할 수 없었다(P=0.86).

- JPAD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 요법이 생애 첫 동맥경화성질환을 얼마나 막아줄 것이냐의 검증이었다. 일차종료점인 총 동맥경화성질환은 아스피린군과 비아스피린군이 각각 5.4 대 6.7%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P=0.16).

- TRANSCEND

 심부전이 없는 심혈관질환 또는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에서 ACEI에 불내약성인 경우 ARB 텔미사르탄의 효과를 검증했다.

 텔미사르탄군 환자의 15.7%(465명)가 일차종료점에 도달해 위약군(17.0%, 504명)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P=0.216).

- SYNTAX

 고위험 관상동맥 병변에서 CABG와 PCI를 비교한 결과, 심근경색(3.2 대 4.8%)과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3.5 대 4.3%), 뇌졸중(2.2 대 0.6) 등은 PCI 그룹의 예후가 대등하거나 더 우수했으나, 재형성술 비율이 5.9 대 13.7%로 PCI군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 ENHANCE

 가족성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이제티마이브+심바스타틴의 CIMT 변화 여부를 파악했으나, 큰 폭의 LDL 저하에 도 불구하고 CIMT 감소나 진행억제는 확인하지 못했다.

전문가 2009 전망

김효수 서울의대 교수

"LDL 조절 이제 정복단계"
지질 관리 패러다임 HDL로 전환될 듯



 "JUPITER" 연구결과로 스타틴 시장이 활력을 찾았다. 학계나 보건당국의 인정 여하에 따라 적응증·가이드라인·보험적용 기준의 변화가 점쳐지는 등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LDL은 이제 스타틴을 통해 거의 정복이 됐다는 평가다. 시장이 이미 무르익었고, 임상현장에서도 LDL 수치를 이상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이에 학계는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 LDL 조절로도 해결이 안되는 심혈관질환의 잔여 위험도마저 극복하고자 HDL로 눈을 돌렸다. 톨세트라핍이 쓴맛을 보면서 HDL 상승기전 약물의 개발이 주춤한 상태지만, CETP억제제 계열에서 2·3번 타자가 몸을 풀고 있고, 홍조 위험을 크게 줄인 트리답티브(나이아신+라로피프란트)가 새로이 등장했다.

 이들 약물의 활약 여부에 따라 2009년 지질 패러다임 전환을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심혈관보호 효과와 관련한 오메가-3지방산의 역할도 기대된다.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 그 질환이 얼마나 지질 의존적인가에 따라 효과가 결정되는 스타틴과 달리, 오메가-3지방산은 적응증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실제로 지질과 관계 없이 심부전에서조차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과거에는 건강보조식품 정도로 인식됐던 오메가-3지방산이 이제 전문의약품으로 입지를 구쳤으며, 스타틴의 부족한 부분까지 채워주고 있다. 향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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