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력 재교육ㆍ신기술 집중교육을

지금까지 국내산업은 반도체, LCD, 이동통신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하게 되었으며 국내 수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시장 변화에 따라 국가 경제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장 종속적 구조를 갖고 있고 끝없는 경쟁으로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기술 주기가 대단히 빨라 이에 대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산업을 통해 쌓은 지금까지의 고도 경제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구조의 특성인 대량생산 체제에서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지식기반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 집약적 산업 중에서 특히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노인층의 증가와 소득 증가에 따른 복지·의료 혜택의 욕구는 건강 관련 생명공학·의료공학 분야 등에 대한 급속한 발전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중 의료공학 분야는 학문의 특성상 기초과학, 의학 및 다양한 공학 분야의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의료기기 산업은 전자회로 설계 및 조립, 기계가공, 재료공학분야, 정보통신, 부품 소재산업 등 관련 산업 수준의 기반 위에서 발전할 수 있는 분야이다.

다 학제간 학문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은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관련 학문 및 타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고국가산업을 선진국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의료기기 분야는 다품종, 소량생산,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시장 주도적이고 한번 시장에 진입하면 장기적·안정적으로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는 산업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앞으로 전략적으로 비중을 높여야 할 분야라 생각한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제조업체 수가 2001년 600여개에서 2002년 1000개를 넘어 양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국가적인 연구지원 사업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첨단 의료기기 분야는 세계 시장에서 뚜렷한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국내 중소기업 기반이 취약한 현실에서 의료기기 분야에 도전하는 업체들의 영세성과 세계시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둘째 그동안 전문인력 양성이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현장에서의 요구를 반영하는 자세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면 국내에서의 인력양성 현황을 살펴보기로 하자.1979년부터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국내 최초로 의공학과가 20명의 학생을 모집한 이래 1988년 인제대학교, 1989년 건국대학교, 1998년 경희대학교, 전북대학교 등 5개의 4년제 대학에서 연간 280명을 모집하고 있다. 그리고 6개의 전문대학에서 연간 800여명의 의공학 관련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2001년 기준으로 총 2,534명의 인력을 배출한 바 있다.

또한 1970년대 중반부터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계열 대학원에서 의공학 전문인력을 배출하기 시작한 이래 현재 전국적으로 13개 대학원에서 의공학 분야의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그동안 배출된 인력의 사회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약 43%가 의료기기 업체에 근무하고 있으며 11.7%가 의료기관의 의공학실, 15.1%가 진학을 통한 연구 분야에 기타 30%가 군입대 등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2000년 기준 의료기기 업체의 국내 총생산액은 1조5천억원에 달하고 종사자 수가 14,000여명이지만 이들 기업에 종사하는 의공학 전공자는 1,100명 정도로 약 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절대적으로 배출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그나마도 졸업생들의 의료기기 업체 진출이 낮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인재 양성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의료기기 산업분야에서 기여하기 위한 인력은 임상의학, 인체구조학, 전기생리학 등의기초의학에 대한 지식, 의료기기가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면에서 기능적, 전기적 안전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인체 적합성을 고려한 재료분야, 전기전자공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공학적 능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모든 대학 및 모든 학문에 획일적으로 추진되어 왔던 대학학부제가 전문 기술인력 양성을 필요로 하는 공학분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 왔다.

학문적 그룹화보다는 행정적 그룹화로 학문적 특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었다.

특히 다양한 학문적 배경이 요구되는 의공학 분야에서 교육의 질적 퇴보를 가지고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한 젊은 세대들의 어려운 길을 피하려는 분위기로 공학계열 진학을 회피하게 되었고설령 공학계열에 진학하고서도 전공과목을 피하고 학점 취득이 쉬운 교양과목을 선호하게 되어 졸업생들의 학문적 수준이 점점 퇴보하게 되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의공학 분야가 상당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배출 인력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사제도의 도입이 사회 각 분야 집단의 밥그릇 싸움에 의해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못한 것도 양질의 인력 공급에 어려움을 갖게한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대학교육이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과거의 틀에 안주함으로써 인력양성에 안이하게 대처해온 대학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들로 인해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인력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였다고 생각하며 이로 인해 기업은 의료기기에 대한 지식을 가진 의공학도 보다는 회로설계, 프로그래밍 등 특정 분야에 능력을 가진 일반 공학도를 선호하게되었고 이들을 통하여 연구, 개발, 생산, 영업 활동을 진행해 옴으로 의료기기 산업을 세계적인 경쟁력 있는 분야로 성장시키는데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을 풀어내고 이를 통하여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력 양성 문제는 장기적인 측면과 단기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장기적인 측면= 앞으로 장기적인 수요예측에 따른 의공학 분야의 학과개설을 적극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에서는 학부제로 인한 졸업학점 축소를 회복시키고 전공학점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늘이고 필수과목 제도를 부활시켜 의공학도로서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한 전문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단기적인 측면= 현장 인력에 대한 실무중심 교육과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전문교육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의료기기 관련 기술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해외시장의 비중이 큰 의료기기 산업은 규격장벽이 크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의 설계단계부터 제품생산까지 필요한 국내외 규격에 대한 전문적·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와같은 현실상황과 향후 의료기기 산업발전을 고려해 볼때 적절한 대안이 요망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안 중의 하나로 전문교육기관을 통한 사이버교육을 들 수 있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기본이론과 개념을 파악하고, 일정기간동안 전문교육기관의 시설을 활용하여 집중적인 실험실습을 하고 소정의 자격이나 학위를 부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자연과학 및 일반 공학계열 전공의 현장 근무자들에 대한 재교육을 통하여 단기간내에 인력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대안 중의 다른 하나는 전문인력 양성기관의 단기교육을 통해서 소요인력을 배출하는 것이다.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인력에 대한 재교육과 신기술에 대한 집중교육, 세계시장 동향연구 등을 통해 의공학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의공학 분야의 기술혁신을 도모함은 물론이고국제적인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발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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