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이 사라진다…세계와 소통하라"


세계각국 의료기관과 학술·임상 프로그램·인적 교류 확대




 의료시장 개방, 해외환자 유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의료 질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 등 최근 병원계의 화두는 단연 "국제화·세계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국제화를 위해서 직원들의 외국어 실력 향상부터, 해외병원 탐방, 의료진 연수 등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의대나 병원과의 협력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관계마케팅을 노려볼 수 있다.





 일부 병원은 일찌감치 국제협력을 시도하고 나섰다.

 국제교류를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닌 아시아 시장,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에서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996년 하버드의대와 협력을 맺고, 2년마다 아산-하버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뇌졸중의 신경생물학적 기전 규명, 서양의학과 보완 심신 의학의 과학적 통합, 게놈시대 이후 유전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폭넓은 정보공유의 기회를 가졌다.

 협약을 통해 양측은 2006년 암 치료에 대한 화상회의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당뇨병 화상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으며, 아산병원 당뇨병센터의 운영방안과 환자치료, 교육 및 연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암, 당뇨 뿐만 아니라 모든 진료 전반에 걸쳐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교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곳은 삼성서울병원으로, 지난 3월 메이요클리닉과 협약을 체결해 공동심혈관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메이요클리닉과 동일한 형태의 심장혈관 이미징센터(Imaging Center)를 포함한 심장혈관센터를 구축할 것"이라며 "초대 심혈관센터장으로 심장초음파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메이요클리닉의 오재건 교수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메이요클리닉 건강의학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엄 임원 건강검진(Executive Health Program, EHP)을 삼성서울병원에도 개발,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서울·이화·한림 등 국제병원 "시동"
중소병원도 전문분야 협약 체결 늘어
해외환자 유치·개도국 지원 발판 기대


 삼성그룹 임원진을 비롯해 주요 기업 임원진의 고급화된 건강검진을 노린 VIP 마케팅은 물론, 필요한 중증 환자에 대해서는 메이요클리닉에 의뢰를 보내는 "윈윈"전략을 꾀해 메이요클리닉의 호의적인 반응도 이끌어 내고 있다.

 수적으로 가장 많은 국제협력을 시도하고 있는 곳은 한림대의료원. 2000년대 초반 컬럼비아의대를 시작으로 코넬대, 일본 나가사키대, 나고야대 등을 비롯, 올해 핀란드 오울루대, 스웨덴 웁살라대까지 다수의 의대들과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이혜란 의료원장은 취임 당시 "해외 의료기관과의 국제협력 기회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진 의료기술 전수는 물론, 병원 운영에 필요한 기술도 수출하는 국제적인 의료기관으로 공인받을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실무를 추진하고 있는 국제교류팀 한영희 계장은 "국내 의료원에 그치면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국제교류를 통해 "글로벌 한림"이라는 브랜드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며 "먼 미래를 바라보았을 때는 분명 국가간 경계를 없애는 국제화를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추진이유를 밝혔다.

 유명 의대와의 협약이기 때문에 공동 심포지엄을 계획하면서 6개월간 해당 분야의 주요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것은 큰 이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인적교류를 통해 "개인과 개인"의 교류를 넘어선, 의료원 차원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향후에는 우리나라가 생소한 유럽쪽까지 지속적으로 관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림대의료원은 뉴욕한인회, LA한인회,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시애틀 워싱턴주 한인회 등과 진료 협약을 체결했으며, 한강성심병원은 호주 캔버라 한인회, 뉴질랜드 한인회와 진료협약을 체결, 교포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중소병원에서도 국제 협력을 시도하는 곳이 많아졌다. 부산 세화병원은 불임치료의 세계화와 끊임없는 연구 발전을 위해 중국 남성불임치료 전문병원인 제청중의병원과 협력을 체결을 시작으로 일본, 러시아, 중국 등 해외 불임치료기관과의 협력발전을 도모할 예정이다.

서울나우병원은 중국 의사들에게 인공관절 수술을 널리 교육하기 위해 중국 청도의대 시립병원, 영파시 강북인민병원과 협약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도 중국 상해 송강병원과 협약을 맺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협력을 통한 폭넓은 정보공유로 의료의 질을 향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해외환자 유치의 측면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일찌감치 국제협력병원을 개설한 한양대병원은 지금까지 서울 용산의 미8군 소속 미군을 비롯해 각국 대사관 관계자들을 진료하는 등 외국인 진료에 대한 별도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국제협력병원 김대희 행정팀장은 "협약을 맺은 미8군 등 다수의 기관에서 외국인 환자 진료를 의뢰할 경우 24시간 언제든 바로 달려나간다"며 "국제협력이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있다고 말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한단계 더 도약하게 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한 단계 나아가서는 선진국이 우리나라에 처음 의료를 도입했던 것처럼, 국제협력이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올라서면 우리나라 역시 개도국 의료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다.

 외무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는 개발도상국 의료 원조 사업의 일환으로 페루 등지에 병원을 설립하고, 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의료관광 에이전시인 닥터메드 우봉식 대표(노원구의사회장)는 "국제협력, 의료관광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널리 퍼졌던 것처럼, 의료수준이 향상된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의료수준의 상향 평준화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국제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당장 성과가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공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병원계의 현실을 토로했다.

국경없는 세상, 경계없는 병원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1, 2년만에 국제협력이 뚜렷한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나, 병·의원들의 이러한 노력이 쌓인다면 "세계 속의 우리 병원"이 되는 길이 보다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도해보지는 않은 채, 막연히 국제적 수준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거나 해외환자가 와주길 바라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메이요클리닉과 삼성서울병원이 공동심혈관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나우병원은 중국 상해송강병원과 인공관절 수술 교육 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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