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검사·유전상담 제도화 필요


 유전질환을 가진 아이를 피하기 위해 산전검사를 시행했으나 담당의사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결국 원치 않는 출산을 하게 됐다면 병원에 과실이 있는 걸까?

 "척추성근위축증(SMA)"을 갖고 태어난 아이의 부모가 산전검사를 담당했던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사건이 최근 종결됐다.

 이미 두 명의 척추성근위축증 자녀를 둔 부부가 융모막검사 결과 태아의 유전자 결손이 없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고 출산했으나 생후 1년이 지나자 척추성근위축증으로 드러난 것.

 척추성근위축증는 유전자 결함으로 척수에 있는 운동신경원이 퇴화해 점차 근육이 위축되는 병으로 모자보건법 상 낙태가 허용되는 질환에 속한다.

 1심에서 재판부는 "가족병력이 있음에도 병원이 융모막검사만 실시, 재검사나 보다 정확한 추가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이들 검사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원고가 출산을 피하기 위한 임신중절수술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며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했다.

 유전적 질환의 경우 법률상 산모에게 낙태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고 산모의 가족병력 등을 고려해 담당의사가 장애아 출산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충분한 설명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이 항소심을 제기함에 따라 소송은 3년 넘게 진행됐고 지난 5월 재판부는 판결 대신 "병원이 부부에게 1억여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조정결정으로 이 사건을 종결했다.

 재판부는 "장애 자체가 의료진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다"며 "판결을 통해 병원 책임이 인정될 경우 병원에서 유전자검사를 회피하고 과도하게 낙태를 권유하게 될 위험도 있어 판결 대신 조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1심에서 내린 원고일부승소판결이 화해권고로 바뀌긴 했지만 이 재판은 유전적 질환을 갖고 있는 태아에 대해 임신중절수술을 선택할 부모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위자료 및 재산상의 손해를 인정한 첫번째 사례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세간의 이목은 장애아 출생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이 얼마일까에 모아졌지만 이 사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의료계에서도 소외됐던 "유전상담"의 중요성을 인정한 판결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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