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섭취 증가 심혈관질환 유발과 무관


포화지방산이 밀접한 관련…불포화지방산은 예방 효과


조 홍 근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콜레스테롤은 죽상동맥경화증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심혈관질환 발병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콜레스테롤을 되도록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당뇨병, 심장질환의 기왕력이 있는 사람 또는 위험인자가 적지 않은 사람들은 콜레스테롤이 "정상"이라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좋다.
 이런 고위험군에서는 식사요법과 병행하여 스타틴 등의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강하게 권장되고 있다. 많은 연구와 교육프로그램 덕분에 지질강하제에 대한 이론적 배경, 임상연구 및 실제적 지식이 광범위하게 전파되어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식사조절을 통한 지질강하는 올바른 영양학적 지식의 상대적 부족과 의사들의 무관심 그리고 빈곤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인해 약물치료보다 훨씬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식사요법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로 인해 잘못된 식사 처방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환자는 먹어도 될 것을 못 먹고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오히려 안심하고 먹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본고에서는 고지혈증의 식사요법에 대해 여러 연구를 개괄하고 임상에서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식사요법의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콜레스테롤을 많이 먹으면 심장병에 잘 걸리는가?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식사를 하면 심장병에 잘 걸린다는 생각은 다음과 같은 데서 비롯되었다. 1)동물실험에서 고콜레스테롤 식사를 시키면 죽상경화증이 발생했다. 2) 역학연구에서 콜레스테롤 섭취량과 심혈관질환 발생률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3)임상시험에서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늘리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했다.

 위의 실험 결과에 근거하여 여러 나라의 학계와 보건당국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하는 식사 지침을 제정하여 근 30년 동안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침이 시행되던 때부터 최근까지 이 지침의 과학적 근거에 대한 합리적인 회의와 반론이 끊이지 않았다.

 동물실험 결과는 실험에 이용된 동물의 종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다. 토끼는 고콜레스테롤 식이를 시키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현저하게 증가한다. 그러나 개나 쥐는 콜레스테롤 식이에 대해 거의 변화가 없다.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의 경우 식이에 대한 반응이 속마다 다르다. 따라서 토끼를 이용한 실험에서 고콜레스테롤 식이가 죽상경화증을 유발했다고해서 그 결과를 다른 종에까지 무비판적으로 외삽(extrapolation) 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
 콜레스테롤 섭취와 심혈관질환과의 관계는 이미 1970년대부터 보고되었다. 식사습관과 심혈관질환과의 관계를 규명한 기념비적인 연구인 Seven Countries Study의 결과에 의하면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할수록 심혈관질환의 사망률도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 결과는 신중하게 해석되어야 하는데 1)콜레스테롤이 많은 식사를 하는 경우 포화지방산의 섭취도 같이 증가하며 2)콜레스테롤이 많은 식사를 하는 습관은 예외 없이 전곡, 과일 및 야채 등을 적게 먹는 습관과 결부되어 있는데 비타민, 항산화물질, 그리고 식사섬유의 섭취가 저하되어 있다.

 Seven Countries Study를 재해석한 결과에 의하면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심혈관질환 사망을 약 30% 정도 설명할 수 있는 반면에(R square=0.298), 포화지방산 섭취량은 심혈관질환 사망을 77% 설명하였다<그림 1>. 따라서 콜레스테롤 섭취보다는 포화지방산 섭취가 심혈관질환 사망과 훨씬 더 관계가 깊다고 말할 수 있다.

 Seven Countries Study의 책임연구자였던 Ancel Keys는 이미 1950년대에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포화지방산의 섭취가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을 간파하였다.

 20개국을 대상으로 식사습관과 심혈관질환의 관계를 분석한 Hegsted와 Ausman의 연구에 의하면 단인자 회귀분석(simple regression analysis)을 할 경우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심혈관질환 발생과 비례하지만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 섭취를 분석에 포함시켜 다인자 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을 하게 되면 콜레스테롤 섭취는 더 이상 심혈관질환과 관련이 없었다.

 반면 포화지방산 섭취는 심혈관질환 발생과 양적인 관련을 보였고 불포화지방산 섭취는 음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볼 때, 콜레스테롤 섭취보다는 포화지방산의 섭취가 심혈관질환 발생과 더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콜레스테롤 섭취와 심혈관질환 발생의 관계를 조사한 임상연구 결과는 일반적인 상식과 반한다. 4만3757명의 남자를 포함한 Health Professionals Follow Up Study의 결과에 의하면 콜레스테롤 섭취량과 심근경색증 또는 심혈관질환 사망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다<그림 2>.

오히려 식사섬유의 섭취 정도가 심혈관질환 발병과 의미있는 관계를 보였다.

 8만82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인 Nurses" Health Study의 결과도 콜레스테롤 섭취량과 심혈관질환과는 의미있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그림 3>.

2만1930명의 남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Alpha-Tocopherol, Beta-Carotene Cancer Prevention Study의 결과 역시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심혈관질환과 관련이 없음을 보여주었는데 극단적으로 많은 콜레스테롤을 섭취한 군(768mg/d)에서도 가장 적게 섭취한 군(390mg/d)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발생이 증가하지 않았다<그림 4>.

 반면 Atherosclerosis Risk in Communities(ARIC) Study의 연구자들은 콜레스테롤 섭취가 경동맥내막 두께를 증가시킨다고 보고하였는데, 다중회귀분석 모델을 이용하지 않고 단순상관관계(simple correlation) 분석에 의한 결과만 표기하였다. 또한 경동맥내막 두께가 믿을 만한 임상지표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한다.

 Nurses" Health Study의 책임연구자이자 세계적인 영양 역학학자인 Willett은 심혈관질환과 식사습관과의 관계를 분석한 20편의 연구를 메타분석하여 보고하였는데, 단지 두 편의 논문에서만 콜레스테롤 섭취량과 심혈관질환 발병 사이에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중회귀분석에 의한 결과는 없었고 단지 단순상관관계만이 명시되어 있었다. 포화지방산 섭취와 심혈관질환 발병의 관계를 규명한 선구적인 연구로는 Paul Leren Oslo Study가 있다.

심근경색증의 기왕력이 있는 남자를 대상으로 전체 지방의 섭취량은 줄이지 않고 포화지방산을 다중불포화지방산으로 대체했을 때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가 현저히 감소하였으며 그 결과 심근경색증의 재발이 의미있게 감소하였다<그림 5>.

 종합하면,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증가한다고 심혈관질환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포화지방산의 섭취 증가가 심혈관질환과 관련이 있으며 불포화지방산은 반대의 효과를 갖는다.

 그렇다면 왜 콜레스테롤 섭취의 증가가 심혈관질환의 증가로 귀결되지 않는가에 대해 다음호에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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