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분야 치중 연구·치료 투자는 전무

HIV·AIDS 국내 의료 현실

 "Lancet" 10월 20일 온라인판(2008;doi:10.1016/50140-6736(08)61357-4)에는 중국의 HIV/AIDS 관리에 대한 내용이 게재됐다.

 베이징 기초의학연구소(Institute of Basic Medical Science)의 장(Kong-Lai Zhang) 박사는 2007년 중국에서 약 70만명의 HIV 감염인과 8만5000명의 AIDS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국 전체 인구비율로 볼 때 감염자는 약 0.05%에 불과하지만 각 지역구에서 3만명 이상 높은 수를 보였다는 점이 이 사태를 쉽게 볼 수 없게 한다고 말한다.

 주요 감염경로는 주사기를 통한 약물사용, 동성애자간 성접촉, 성매매업소 종사자 그리고 1990년대 중반 HIV 감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로부터의 수혈이다.

지방에서의 감염은 성접촉 수준이 낮아 빠른 감염전파는 막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사회에서 성행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2003년부터 항HIV 프로그램을 시행, 주요 위험군에게서의 전염을 관리하기 시작했지만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다.

지방의 경우 필요한 치료가 제 때에 제공되기 힘들다는 점, 2·3차 약물치료에 대한 부작용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 지방 연구소에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대표적인 문제로 들었다.

또한 가난하고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치료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환자들과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검진, 치료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감염률은 지난 20년 동안 성행태의 변화로 탄력을 얻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장 박사가 말하고 있는 문제들은 단순히 중국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이 걷어내야 하는 HIV/AIDS 관리의 먹구름은 한국 위에 드리운 먹구름이기도 하다. AIDS관리에 있어서 한국의 나아갈 길을 살펴본다.



해외 연구인력 국내 들어와선 "길" 잃어
치료 가능 병원·약제 대도시 편중

 AIDS에 대한 제도들이 생기고 보완되어가고 있지만 정작 HIV/AIDS 자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하는 수준이다. 현재 감염률이 높지 않은 가운데 연구에 투자하기 보다는 급한 불을 먼저 끄겠다는 것.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해외의 경우 다른 질환을 연구하는 의사들이 AIDS 쪽으로 전환되는 경향을 보이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현재 국내의 지원은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에 HIV/AIDS가 끼치는 영향력이 커진 다음에 연구를 시작하면 늦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에서 AIDS 연구를 하고 온 인력들은 국내에 와서 AIDS 연구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방치된다면 먼저 연구에 앞서나간 국가들과의 격차가 커지게 되고 나아가서는 자체적인 기술도 확보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치료 가이드라인도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본따서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이 약 5%의 감염률을 보이는데 비해 국내는 0.01%로 낮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 특성에 맞춘 약물치료의 부작용·위험도·내성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HIV/AIDS에 대한 무관심은 치료에서도 나타난다.

 국내 병원에서는 검진도구와 구강검사도구를 통해서 기존의 검진시간을 대폭 줄였고 치료제 역시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된 약제 중 14가지 가량이 사용되고 있지만 치료가 가능한 병원들은 대도시에 몰려있는 실정이고 지방의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정을 받아도 병용요법에 사용할 치료약제가 부족한 실정이다. 약제들이 희귀의약품에 등록되서 사용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의사대상 교육도 필요
감염현황 인식 현실과 거리

 국민들의 AIDS에 대한 인식률 향상도 중요하지만 임상에서 환자를 직접 대하는 의사들의 인식도도 무시할 수는 없다.

과거에 비해 인식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은 상황 의료기관 감염인 상담시범사업 연구에 의하면 의사들은 "해외에서 감염되는 경우"가 감염의 일반적인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을만큼 실제와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의 성행태가 변해가고 있는데 비해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성접촉을 통해서 일어나는 질병임에도 성행태에 대한 임상에서의 상담은 거의 없고 이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도 확립되어 있지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년 1회 의사들에 대한 AIDS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대한에이즈예방협회,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등 시민단체에서는 책자, 홍보물들을 제작·배포하고 있다. 학회에서도 HIV/AIDS에 대한 최신 연구들을 묶은 책자를 통해 임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를 통한 인식도 개선의 실효성 평가는 아직 없다.



다른나라에 이미 뒤져

더 늦기전에 지원 서둘러야

 국내의 감염인 수를 생각한다면 국내 HIV/AIDS 관리체제는 잘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보건소 검진사업, 감염률 연구, 상담소 사업 등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인권까지 고려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

 하지만 대한에이즈학회의 강문원 회장은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환경이 너무 척박하다는 점에 한 숨을 쉰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미국은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 AIDS 치료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하며 연구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로슈(Roche)사의 푸제온(enfuvirtide, Fuzeon) 사태는 타국의 제품이나 연구에 의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한 단면을 보여준다. 다국적제약사와의 협상지연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국내 자체적으로 해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숫자에 얽메이지 않고 잠재적인 가능성에 대비해 방패를 견고하게 하는 선견지명이 필요한 시기다.



환자 삶의 질 관심 급증
감염인 관리 허점 부작용도

 지속적으로 AIDS 환자의 인권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지난 9월 HIV/AIDS 예방법이 개정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인권보장과 함께 사회적 편견·차별도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주요개정 내용으로는 직장에서의 불이익, 차별대우, 검사결과서 요구 등을 금지시켜 일상생활을 보장했다.

 감염인 보고에 있어서는 익명성을 보장하고 주소 이전과 사망 시 신고의무제도를 폐지했다. 감염인 관리에서 감시 또는 격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대폭 완화시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정안으로 인해 AIDS 환자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0월 이애주 국회의원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현재 국내 100명, 외국인 63명의 AIDS 환자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현재의 통계가 자발적인 검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감염인의 10~15% 가량이 검진되지 않은 감염인으로 추정하고 있고 보건증에 의한 의무검사가 사라진 이후 미검진율은 꾸준히 높아졌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일선에서 나타난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해결해야할 문제는 전문인력문제다.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의 수는 100여명 가량.

그나마 이 중에서 HIV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사는 그리 많지 않다. 의료기관 감염인 상담사업 연구에서도 상담요원 및 강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아직 전문인력의 수가 부족하다고 나타난 바 있다(의료기관 감염인 상담시범사업, 연세대학교, 2006년).

 VCT 사업 연구(에이즈 상담소 상담원 전문성 개발 연구사업 결과 보고서, 질병관리본부, 2006년)에서는 인력부족으로 인한 보건소 담당자의 잦은 이동도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혼자 삭히는 방법"을 택한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AIDS 감염자들의 치료순응도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치료와 상담에 신뢰감이 필요한데 잦은 이동은 신뢰감 형성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제네릭 약제 신제품 임시승인 법안 마련
미 FDA, 발빠른 지원

 FDA와 미보건복지부(HHS)는 지난 달 10일 75번째 항레트로바이러스 제네릭 약제에 대해 "AIDS 구제를 위한 대통령안(PEPFAR)"에 의거한 임시승인을 받았다.

 FDA는 "품질이 향상된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제를 저가에 빨리 공급하는 것이 PEPFAR의 목적"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AIDS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AIDS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보였다.

 PEPFAR은 2003년도 미국이 세계 HIV/AIDS의 구제를 위해 시행한 법안으로 FDA와 HHS는 이를 2004년도에 개별적인 심사·평가, 항레트로바이러스의 제조와 병용요법의 고정용량 사용 등 세부사항으로 발전시켰다.

▶도움말 :
강문원 가톨릭의대 교수·강남성모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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