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게 "병원미래" 청사진 그려줘야"


원장 주요 업무 70%는 전략적 활동에 투자해야


 "우리 병원은 앞으로 새 건물 증축을 통해 확장해 나갈 것이므로 비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럼 직원들이 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고, 환자들도 더 몰려올 것입니다."
 어떤 원장은 단순히 "비전이 있다"는 단어를 사용하며 병원의 미래를 말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병원의 비전과 실행전략을 묻는다면, 정확히 대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병원이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상을 위한 "비전 제시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 고려대의료원 비전선포 2주년 기념식 개최 모습
◀예네트워크는 선상에서 "예 컨벤션"을 개최했다.




비전 선포 후 조직원과 공유 중요
의료진·노조 반발 두려워 말아야


 비전은 전체 조직의 성격과 목적을 이해하려는 구성원들에게 방향을 가르쳐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리더의 핵심요소로 꼽히고 있다.

 실제 지난해 17대 대선 기간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300개 회원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 71.8%로 나타나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병원장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엘리오앤컴퍼니 박개성 대표가 실시한 병원장이 수행해야 할 핵심적인 역할과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원장들은 "비전과 전략제시"가 가장 중요하다고 선택했다.

 그러나 원장들은 대체적으로 전략적 활동에 30%, 일상적 관리 42%, 진료활동 28%를 투자하고 있어 비전과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부족하다. 박 대표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만큼 시간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비전의 중요성을 인식한 원장이 중심이 되어 1999년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일부 병원들이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박용현 전 서울대병원장이 선포한 "비전 21"은 ▲국민과 함께하는 21세기 초일류병원 ▲국가중앙병원의 책임 완수 등을 담아 분위기를 쇄신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당연한 1등이라는 생각에 조직이 나태해지고 변화가 미흡하다는 성상철 원장의 판단 하에 2006년 12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연구 진료를 통해 인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앞장서 이끌 21세기 세계 선두 의료기관"이라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수립했다.

성 원장은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늘리는 차원이 아닌, 새로운 백년의 초석이 될 향후 10년의 방향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내년 서울성모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는 가톨릭중앙의료원도 새 병원 발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지난 2006년 일찌감치 CMC Vision 2020 선포식을 통해 "생명을 존중하는 세계적인 첨단의료"를 공표했다.

특히 CMC 8개 병원의 2500명이 참여, 1억4000여만원을 들인 대대적인 비전 선포식은 병원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영식 의료원장은 "비전선포식은 내부적으로 인식이 덜된 기관의 정체성을 내부구성원에게 확산시키고, 대외적으로 발전 로드맵을 천명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전을 선포했다면,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의 비전을 통해 개인의 비전을 세우게 하거나, 목표를 설정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네트워크는 지난 6월 소속 의사와 스탭, 병원경영지원 관계자 등과 함께 향후 도전과 변화를 예고하는 블루 오션을 만들어 나간다는 취지로 부산 크루즈 선상에서 "예 컨벤션"을 개최, 정책 발표와 비전 공유, 그룹 토의를 통한 정보 공유의 시간을 가졌다.

박인출 대표는 "경제 환경의 악화와 과열 경쟁의 양성 속에서도 원칙을 지키고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의지를 지닌 우리 예네트워크의 힘"이라며 "예 철학"의 의미를 되새겼다.

 더성형외과는 "국내 최고의 성형전문병원을 설립해 고객행복에 이바지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단일 진료과목의 개원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안면윤곽센터, 유방성형센터, 체형성형센터, 주름성형센터 등의 센터를 구축했다.

특히 초기의 비전 선포식에서는 각 구성원이 10년 후의 더성형외과를 상상하며 레고블록을 이용해 직접 병원을 건축하고, 각자의 희망을 적은 희망 노트를 보관해 10년 후 열어 볼 수 있는 뜻깊은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건국대병원은 올초 기획관리실, 진료지원부서 등 각 부서별 MBO워크숍을 갖고, "2015년 TOP 5"의 비전을 토대로 전 부서가 업무의 표준화, 업무의 재정립, 효율의 극대화를 위한 목표를 수립하고, 연말까지 계속 실천해 나가고 있다.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략 수립과 실행도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성실히 실행한 직원에 대해 보상 체계를 갖춘다면 효과를 보다 극대화할 수 있다.

 성바오로병원은 개원 45주년을 맞이하면서 "사랑 담긴 최상의 진료로 신뢰받는 병원"이란 비전 선포와 이의 실현을 위한 다섯 가지 핵심가치를 선정했다.

 매일 아침 사내방송을 통해 핵심가치를 되새기면서 매월 한 가지 이상의 업무 개선을 추진하자는 원칙을 세운 노력으로 지난 한 해 동안 비전 달성을 위한 다섯 가지 핵심가치 중 "창의적 자세"의 일환으로만 추진한 업무개선 건수가 500건에 달했다.

업무개선 내용도 간호부의 외래진료 환경과 의료서비스 개선, 영양팀의 위생환경 개선, 행정부서의 업무 프로세스 간소화 등 병원 곳곳에서 변화를 이끌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비전선포 2주년을 기념해 비전과 미션에 대한 수행결과와 평가를 통해 교직원 추천을 통해 각 미션에 해당되는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준 교직원들에게 상금과 상장을 수여했다. 오동주 의무부총장은 "2년의 노력만으로도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며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나아가는 초석이며, 단계"라고 계속적인 실천의지를 당부했다.

 올바른 비전 제시와 공유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원우 PRM연구소장은 ▲직원들에게 분명하고 매력적인 비전을 제시할 것 ▲비전을 중심으로 직원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병원이 더 잘 되도록 하기 위한 고민 선행 ▲과도한 비전 공유 시도에 매달리기 보다는 개개인의 자발적 리더십 발휘 독려 등 세가지를 조언했다.

박개성 대표 역시 "의료진이나 노조의 반발에 직면하는 상황 때문에 원장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문제"라며 "옳다고 생각하면 최대한 설득하고 타협하면서 끝까지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금의 30%에 불과한 전략적 활동에 전체 시간의 70%까지 과감히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당장은 상황이 뒤따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장 결재서류 한 장보다, 병원을 찾는 환자 한 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병원의 미래"인 것을 명심한다면, 비전을 가진 병원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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