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2008 베이징올림픽이 화려한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끊임없이 메달을 따내 온 국민과 기쁨을 함께 하며, 유도 왕기춘 선수의 갈비뼈 부상, 역도 이배영 선수의 다리 근육 부상 등의 안타까운 순간에도 함께 호전되기를 염원했다.

 그런가하면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 금메달 8관왕에 빛나는 미국 펠프스 선수에 대한 관심을 등에 업고 수영장은 연신 만원을 기록하는 호재를 누리고 있다. 올림픽의 감동으로 스포츠가 생활의 한 영역으로 한 걸음 더 자리잡아 가는 가운데, 선수들의 운동손상 치료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운동처방을 위한 "스포츠클리닉"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여러과 협진 통한 체계적 선수 관리 필수
섣부른 개원은 금물…인력·시설 등 제대로 갖춰야



스포츠클리닉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관심이 일기 시작, 2000년대 이후 "운동선수 주치의"를 내세운 개원이 많이 늘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주치의이자, 김연아 선수의 주치의로 활동하고 있는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 조성연 원장의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스포츠클리닉의 수용 범위는 전문 운동으로 인해 야기된 운동 손상, 질환이 있거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체력 강화 및 기능적인 훈련이 필요한 선수 등이 기본이다.

 여기에 골절, 인대파열 등 근골격계질환으로 수술 전후 재활치료가 필요하거나,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운동, 본인 맞춤 운동을 위해서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폭넓게 문을 열어두고 있다.

 운동 손상은 대개 관절에 의해 생기는 형태가 많으므로 정형외과 전문의의 개원이 가장 흔하다. 스포츠의학 세부전문의를 따거나 어깨나 인대, 관절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물리치료나 재활치료를 병행해 운동 손상 이후에도 만족스런 운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운동트레이너가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동시, 운동처방을 해주는 곳도 스포츠클리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성장클리닉이나 비만클리닉, 카이로프랙틱도 스포츠클리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개원가에서는 스포츠클리닉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 대한스포츠의학회 노권재 회장(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은 "제대로 된 스포츠클리닉이라면 한쪽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가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며 "진료에 있어서도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의 협진이 필요하며, 운동처방사, 물리치료사 등과의 연계를 통해 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집중 관리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세병원 스포츠관절클리닉 유상호 소장은 "진단, 수술, 재활 등의 전 과정을 추진, 감독하는 스포츠의학 전문의와 관절경 수술 전문 정형외과 전문의, 재활·웨이트 트레이닝·기능형 운동·영양 섭취 등을 지도해 줄 수 있는 트레이너, 수술 전문병원과의 유기적인 관계의 재활전문 체육관이 결합한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포츠테이핑이나 스포츠마사지, 체육 교육까지 이수한 이들을 대거 투입, 운영하고 있는 동서스포츠클리닉도 "스포츠 의학 및 과학, 임상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 전문 스포츠클리닉"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대로된 스포츠클리닉을 운영하려면 많은 인력과 시설을 필요로 하는 만큼, 스포츠클리닉 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수익성" 문제다. 별도로 산정된 스포츠의학 수가 코드는 없으며, 어깨통증 치료의 경우 일반적인 치료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치료 수가로만 산정하게 된다. 협진이나 운동처방, 영양상담 등도 비용으로 처리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과학적·체계적 관리로 손상후 운동 가능
일반인도 질병예방 차원 패러다임 전환을

 노권재 회장은 "스포츠클리닉을 운영하는 대학병원이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동서신의학병원 등 소수에 그칠 정도이며 욕심을 내더라도 수익성을 보장할 수가 없어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A스포츠클리닉 원장도 "잘된다고 소문이 났는지 여러 군데서 개원 관련 문의를 받았다"며 "제대로 갖추고 운영하려면 수익성이 나기가 힘들다는 실상을 알면 다들 놀래곤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개원가에서는 "단계적 재활프로그램" 등 한달에서 길게는 6개월 가량의 자체적인 비급여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는 형태가 보통이다.

 유나이티드스포츠클리닉 김현철 소장은 "선수들의 통증은 경기력 저하와 직결되고 프로선수의 경우에는 자신의 몸값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활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일반인들과 비교했을 때 부상을 입는 기전이 다양하고, 정도가 심각한 경우가 많아 전문적인 의료인력과 시설이 동반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스포츠클리닉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스포츠클리닉을 개원하려면 선수촌 옆에 개원해 운동선수들이 쉽게 찾도록 하거나, 고유의 치료 프로그램으로 무장해 선수들이 소속된 팀이나 선수들에게 활발히 알려나가는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특히 유명 운동선수가 치료를 받거나 치료에 만족하고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선수들이 이어질 수 있다.

 소속팀·소속사와의 연계를 통해 선수층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푸마코리아는 소속 골프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JDI스포츠클리닉과 협약을 계약을 체결했다.

 선수들에게 최상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는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목표에서 JDI의 재활프로그램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터다. 선수가 보험사에 소속이거나, 소속팀이 가입하고 있는 보험사에서 지원해주는 곳도 있기 때문에 고가의 비급여 프로그램을 부담없이 진행하기도 한다.

 스포츠 활동의 증가와 함께 선수들의 인기를 토대로 일반인이 선수들이 다니는 병원, 받고 있는 치료에 관심을 가지는 상황도 노려볼만 하다. B스포츠클리닉 원장은 "유명 선수를 무료로 치료해 주는 스폰서 형태로 홍보에 나서 다른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며 "선수가 병원을 옮기는 경우는 계약기간이 끝나서인 경우도 있으며, 그만큼 홍보효과를 노린 무료 치료도 성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음스포츠클리닉은 입구에 "태릉선수촌 공식지정 병원"이라는 문구를 한 눈에 보이게끔 해뒀다. 그동안 방문했던 다양한 선수들의 운동기구를 진열해 두거나, 싸인과 메시지, 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둠으로써 처음 방문한 일반인들에게도 신뢰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클리닉이 욕심나긴 하지만, 준비없이 당장 개원부터 하려는 것은 금물. 전문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이름만 "스포츠클리닉"이 많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스포츠클리닉 원장들은 "선수들을 향해 보다 정확하고 올바른 치료를 하는 스포츠클리닉을 운영하는 환경을 위해서는 여건도 함께 조성돼야 한다"며 "선수들이 속한 팀마다 지금의 트레이너만 두는 것이 아니라, 팀닥터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록 향상은 물론 선수들에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운동을 지향하고, 부상에도 보다 신경을 쓰게끔 하기 위해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올바른 운동법 제시 등 예방 차원에서 스포츠클리닉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지난달 열린 "건강서비스 정책방향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 운동처방, 영양 상담 등의 건강서비스를 수가로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른 가운데, 스포츠클리닉 개원에 "청신호"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클리닉은 아직 식지 않은 올림픽 열기와 함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꿈꾸는 선수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반인을 겨냥해 지속적으로 관심이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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