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월경·불규칙 자궁출혈은 적신호



















 여성들을 위한 진료과임에도 불구하고 그 문턱을 드나들기가 쉽지 않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과가 산부인과다. 미혼이거나 미성년 여성에겐 더욱 그렇다. 특히 사춘기인 미성년 여성들의 경우 비정상적인 2차 성징이나 부인과적인 문제가 있어도 감추려는 경향이 강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미성년 여성에게서 가장 먼저 관찰해야 할 문제는 정상적인 월경의 여부이다. 전문가들은 무월경이나 불규칙한 자궁출혈 등의 월경장애는 생식기관을 포함한 다른 기관에 이상이 있음을 암시하는 첫 신호가 되며 성인이 된 후의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월경 자체보다 원인질환에 초점

 무월경은 원발성과 속발성으로 구분한다. 원발성 무월경은 정상적인 2차 성징이 있으나 만 16세까지 월경이 없는 경우와 2차 성징없이 만 14세까지 월경이 없는 경우이며 과거에 정상 월경이 있었으나 3개월 또는 그 이상의 기간동안 월경이 없는 경우는 속발성 무월경이다.

최근에는 초경 연령이 앞당겨지고 있어 원발성 무월경에 대한 평가를 만 15세부터 시작, 2차 성징의 발현이 있으나 만 15세까지 월경이 없는 경우와 2차 성징이 없으면서 만 13세까지 월경이 없는 경우로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양의대 산부인과 노재숙 교수는 사춘기 시작 나이가 개인차가 있는 것과 같이 초경 나이도 서로 다르나 사춘기 시작 후 3~4년까지 월경을 하지 않는다면 이상이 있는지를 검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월경은 다양한 원인으로부터 유발되는 하나의 증상이므로 임상적 의의는 무월경 자체가 아니라 무월경을 유발하는 원인질환이 무엇인가에 있다.

 노재숙 교수는 무월경을 호소하는 미성년 환자 내원시 문진을 통해 월경에 대한 과거력(초경의 유무, 월경의 주기성, 양, 월경통의 유무 등)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비만과 관련된 무월경 미성년 여성들이 많아짐에 따라 체질량 지수도 체크해야 한다. 이후 신체검사를 통해 여드름, 다모증을 비롯한 다른 이상 소견을 관찰하고 초음파 검사와 호르몬 검사를 통해 원인 질환을 찾아야 한다.

또 심한 다이어트를 한 경우나 체중과다, 40kg 이하의 비정상적인 저체중의 경우 체중 이상에 의한 무월경이 올 수 있다.

자궁내막 이상에 의한 무월경도 평가해야 한다. 자궁내막이 결핵이나 염증으로 손상된 경우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불임의 원인이 되므로 자궁난관조영술을 이용한 원인규명 후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열린 제1차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 연수강좌에서 서울아산병원 채희동 교수가 발표한 "무월경으로 내원한 미성년 환자의 진단 방법"에 따르면 원발성 무월경인 경우 먼저 2차 성징 발현 유무를 평가하고 정상적인 성 발달과 자궁의 발달이 있다면 처녀막 막힘이나 가로질 중격으로 인한 자궁유출로의 선천적인 폐쇄가 가장 흔한 원발성 무월경의 원인이다.

정상적인 자궁이 보이지 않을 때는 뮬러관 무형성증의 가능성이 높고 염색체 검사를 해서 핵형이 46, XY임을 확인해 확진한다.

 미성년 여성에서 만성적인 여성호르몬의 결핍은 무기질 대사의 변화를 유발해 골흡수 증가와 골손실을 촉진시켜 골다공증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심혈관 질환 위험성의 증가에 대한 연관성은 확실하지 않지만 전생애에 걸쳐 위험도를 증가시킨다고 알려졌다.

 채 교수는 "속발성 무월경 환자는 비록 미성년이라도 가장 먼저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일단 진단이 이뤄지면 무월경을 야기한 원인질환을 치료하고 장기간의 무월경에 의한 합병증, 즉 자궁내막증식증, 심장질환,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을 예방하고 가임력을 보전하며 2차 성징이 정상적으로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의 무월경 증상은 호르몬 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 골다공증 예방이 필요한 경우 충분한 칼슘과 비타민 D 섭취를 권장한다. 흔히 페경 후 여성에게 비스포스테이트를 사용하나 젊은 여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자궁출혈 흔한 증상이나 간과하면 안 돼

 불규칙한 자궁출혈은 기능부전성자궁출혈(dysfunction uterine bleeding, DUB)과 출혈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인 이상에 기인한 경우로 구분한다.

무배란성 출혈인 DUB는 여성의 10~15%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부인과 질환이며 미성년시기에는 20%에서 발생, 초경 직후에 흔하다. 대부분의 미성년은 초경 후 2년 동안 무배란성 주기를 보이며 규칙적인 배란주기가 되기까지 5년 정도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다량의 출혈로 빈혈을 초래할 수도 있고 미성년환자이기 때문에 기질적인 원인을 배제해 세포도말검사를 안 할 경우 자궁경부암과 같은 중요한 진단을 놓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피임이나 인삼이나 한약 등 약물복용에 의한 출혈도 있다. 이 경우 약물을 끊고 출혈이 멈추는지 확인해본다.

 또 자궁폴립이나 자궁근종 등 자궁의 이상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초음파 검사 및 자궁내막검사가 필요하다. 기타 갑상선질환, 골반염, 혈액응고장애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노 교수는 "미성년의 불규칙한 자궁출혈은 원인에 따라 개별화된 치료가 필요하다"며 "대개 경구피임제와 같은 호르몬제를 적절히 사용하면 출혈도 멈추고 월경주기 조절 및 빈혈 예방이 가능하며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대부분 호르몬제의 치료효과가 좋다"고 설명한다.

 미성년 시기에 장기간 또는 불규칙한 월경 주기를 나타내는 것은 2형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2배가량 높인다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결과는 월경장애가 내분비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뇨병 병력이 없는 18세~22세 사이의 여성 10만1073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에서 8년 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507명의 여성에서 제2형 당뇨병이 나타났으며 월경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들이 규칙적인 월경을 하는 여성들에 비해 상대위험도가 2.0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보고서는 "불규칙한 월경주기는 당뇨병의 전조가 되는 대사이상, 즉 인슐린 저항성에 대한 표지자일 수 있다"며 "불규칙한 월경주기를 갖는 모든 미성년(성년기 초기) 여성들이 당뇨병에 대한 선별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드로겐 과잉과 같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시사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면 당뇨병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JAMA 2001;286:2421~2426).

 호르몬 치료

 미성년의 불규칙한 자궁출혈은 일반적으로 경구피임제 표준용량을 복용시키면 즉시 반응을 보인다. 시간당 1개가 넘는 패드/탐폰이 필요할 정도의 출혈량이거나 저혈량 활력징후를 보이는 과다월경의 경우 에스트로겐을 경구복용하고 급성출혈이 멈추면 경구피임제로 전환한다.

 경구피임제에 금기증이 있는 경우 프로게스틴 치료를 선택한다. 경구용 철분제제를 처방해 빈혈을 예방하도록 한다.

 임신을 원하면 clomiphene 등 배란유도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미성년은 임신을 원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경구피임제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경구피임제를 사용하는 동안 breakthrough bleeding이 종종 일어나는데 이는 경구피임제 복용 첫 3개월 동안 흔히 발생하는 증상으로 설명과 함께 월경일기를 작성하도록 한다.
▲한양대병원 여성종합진료센터 공동기획


미성년자 진찰·상담땐 편안한 환경 더 신경을


노재숙 한양의대 산부인과 교수


 "미성년이기 때문에 자세한 병력 청취나 진찰이 어려울 수도 있고 또 동행한 가족이나 친구가 올바른 정보를 얻고자 하는 과정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상의는 미성년 환자가 보다 편안하게 진찰받고 상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재숙 교수(한양대병원 여성종합진료센터 미성년클리닉)는 특히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산부인과는 환자가 신뢰를 갖고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주치의가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미성년 시기부터 거부감 없이 진료받을 수 있는 주치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초경이 시작되면 자각증상이 없더라도 3년에 한번씩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아 산부인과적 질환을 미연에 방지하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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