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형화 대세…암센터·병원 속속 등장


 최근 "센터진료"가 암치료의 새로운 트랜드로 부각되고 있으나 제도적으로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환자입장에서는 보다 편리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병원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현재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센터진료"는 다학제적 접근으로 철저한 환자중심으로 운영된다. 각 전문의들이 한곳에서 진료하고 치료방침까지 정하는 "통합진료"와는 약간 다른 형태. 환자를 중심으로 관련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을 완전히 재정비해야 센터진료가 가능하게 된다.

 또 의학자 입장에서는 질과 양에서 우수한 논문을 작성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전공학문에 대한 희생, 높은 업무강도, 정체성 혼란 같은 어려움도 있다.

비주도과 의료진 소속감 결여 단점

 서울대병원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센터진료는 우선 일부 의료진의 소속감이 결여되는 단점이 있다.

즉 외과, 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마취과 전문의 등이 모여 센터를 운영하게 되는데 주도과의 경우 환자진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만 타과의 경우 만족도가 낮은 경향이 있다. 아울러 같은 전공분야의 다른전문의로부터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환자중심의 센터진료는 대세이며, 서울아산병원에서 일부 적용하고 있는 "통합치료"는 이상적인 센터에서의 진료모델로 정착 가능성에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암종별 구성 특화진료 가능

 암분야에 있어서 센터의 등장은 1969년 연세대의료원에서 개원한 예는 있으나 "진정한 센터개념의 진료"는 2002년 국립암센터가 개원과 함께 진료과를 없애고 암종별 센터제를 도입한 것을 처음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존 의료기관의 경우 내·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이 별도의 프로토콜에 따라 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구조가 정착돼 있어 "센터진료" 전환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이에따라 현재의 진료과 체제를 유지하면서 진료과간 협력을 강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협력진료"가 대안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남대병원의 폐암협진팀이나 경희의료원의 양한방협진 등 여러기관에서 도입 운영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국립암센터의 암종별 센터제는 진료과 대신 위, 간, 폐, 대장, 유방, 자궁암 등 암종 중심으로 내과, 외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의 관련 의료진과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하나의 팀으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센터제는 하나의 암종만 집중하게 됨으로써 해당 질환에 대해 한층 전문적이고 특화된 지식과 기술을 쌓을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특히 한 팀에 속한 다른 진료과 전문의와의 유대감 형성으로 자신의 전공 이외의 타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져 임상 지식 영역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

 또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신뢰감이 매우 높고 여러 진료과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등 외래진료에 대한 환자의 편리성이 향상된다.

 치료방침에 대한 의견 조율이 신속 정확하게 결정되고, 각종 임상시험에 대한 공동체 의식 및 이해도가 높아 각 프로토콜에 쉽게 환자등록이 이뤄져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점들은 국립대병원과 이른바 빅5병원이 발벗고 나서는 등 각 병원들의 암센터 설립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다. 현재는 "센터"에서 더나아가 연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길병원 등은 "암병원"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의 "혁신형 암 연구중심병원사업단"으로 선정된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5월 센터중심의 신관을 준공한데 이어 서관을 암전문센터로 리모델링하여 내년 5월 개원할 예정이며, 가톨릭의료원도 내년 5월 서울성모병원 개원에 맞춰 통합적인 환자 치유 과정을 제공하는 암센터를 오픈하게 된다.

 연세의료원도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가 2011년 암전문 병원을 개원할 계획이다.

전문의 이해관계 맞아야 가능

 그러나 이들 암센터(병원)가 통합진료를 할지는 여전히 미정이다. 서울대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유방암센터를 정착시킨 노동영 교수(외과)는 "7개 과가 참여한 유방암센터의 경우 병원 집행부와 교수들의 이해관계가 있어 가능했다"며, 그렇지만 4~5명의 전문의사들이 모여 함께 진료하는 통합진료까지는 아직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고 밝혔다.

 덧붙여 병원에 소속된 센터는 타과와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지원에 한계가 있어,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독립 운영이 가능한 "병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통합치료까지 나가지 못하는데는 의료계의 관례도 벗어나야 하지만 건강보험체계에 있는 현실적 문제가 가장 크다. 진찰료 산정지침에 따르면 동일한 상병에 대해 2인 이상의 의사가 같은 날 진찰을 한 경우 진찰료는 1회만 인정, 의사가 많이 참여할수록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협력진료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암환자 중심의 치료를 위해서는 센터에서의 "통합진료"가 이상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의료기관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센터진료"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다행스런점은 국립암센터의 진료를 비롯 여러 의료기관의 협진시스템은 환자들로부터 "단독진료"보다는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최선의 치료가 목적인 센터·통합진료는 제도와 진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동반하게 되지만 암환자의 효율적 치료를 통한 삶의 질 향상에는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분명한 듯 하다.

 암환자 중심의 센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