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고혈압환자 73% 고립성수축기 분류


HYVET 연구결과 혈압조절 심혈관질환 사망률 감소에 도움









이 해 영

서울의대 교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1. 고령 환자에서 고혈압의 역학

 현재 80세 이상의 최고령자 인구는 세계적으로 1.3%에 달하지만 인구의 빠른 고령화에 따라 2050년도에는 약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에서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015년에는 80세 이상 인구가 2008년 현재와 비교하여 6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비록 최근 우리나라의 심혈관질환 관리는 비교적 빠르게 충실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암에 이어 두 번째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심장혈관질환 중에서는 뇌출혈은 감소하고 있지만 관상동맥 질환 및 뇌경색에 의한 사망은 아직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2005년의 제3기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혈압 환자에서 80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약 2.5%에 해당하는 34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2005~2006년 성남시 거주 65세 이상 노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인 가운데 68.7%가 고혈압 환자로 일반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에 비해 높은 양상을 보이는 반면, 이들 노인 고혈압 환자의 3분의 1은 자신이 고혈압인 줄 모르고 지내 방치되고 있으며, 고혈압 약제를 복용하는 3분의 2 환자 중에서도 적절히 조절되는 환자의 비율은 4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노령 환자에서 고혈압의 진단 및 조절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60세 이상이 되면 이완기 혈압은 어느 정도 평행을 이루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반면, 수축기 혈압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연령에 따른 혈압의 변동 양상이 크게 작용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8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에서는 약 73%가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의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노인 고혈압에서의 치료 효과

 항고혈압 치료는 80세 이하에서 심혈관 합병증 및 사망률의 위험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세 이상, 수축기 혈압 160mmHg 이상, 이완기 혈압 90mmHg 미만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8개 연구의 15,693명의 고혈압 환자를 분석한 메타 분석에서 보면 초기 수축기 혈압이 10mmHg 높으면 총 사망률과 뇌졸중의 비교 위험도는 각각 26%(p=0.0001)와 27%(p=0.022) 증가하였는데, 강압제로 혈압이 조절될 경우 총 사망률, 심혈관계 사망률이 각각 13%(p=0.02)와 18%(p=0.01) 감소하고, 모든 심혈관계 합병증, 뇌졸중, 관동맥 사건 역시 각각 26%(p<0.0001), 30%(p<0.0001), 23%(p=0.00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80세 이상의 최고령 환자군은 대부분의 임상 연구에서 제외되어 있어 이들 환자에서의 항고혈압 치료 효과는 확실지 않았다.

 비록 소규모 연구이긴 하나 평균 연령이 88.4세인 환자를 대상으로 5년간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연령군과 달리 수축기 혈압이 낮을수록 오히려 생존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나타내었고, 8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7개 연구의 메타 분석에서도 총 1,670명의 대상 환자 중 치료군에서 뇌졸중은 34%, 주요 심혈관계 사건은 22%, 심부전은 37% 감소하였지만 총 사망률을 감소시키지는 못하고 오히려 14%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제한점이 있어 여러 고혈압 진료 권고안에서의 최고령 환자에 대한 권고안은 매우 빈약한 연구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 중 한가지는 혈압의 조절 목표이다. 노인성 고혈압 치료 시 이완기 혈압은 치료 전 이미 90mmHg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로 수축기 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록 아직까지 존재 여부에 논란은 남아 있으나 고령 환자나 관상동맥질환이 동반된 환자에서 이완기 혈압이 낮아지면 심혈관계질환 발생이 오히려 증가하는 J curve 현상이 여러 연구에서 관찰된다.

현재까지의 진료 권고안들은 이러한 이완기 혈압의 하강의 허용 정도는 잠정적으로 65mmHg 이상으로 유지하고, 만약 이완기 혈압이 65mmHg에 도달하였지만 수축기 혈압이 여전히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였을 때는 이득과 손실을 따져서 강압제를 증량시킬지 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아직 이러한 혈압 조절 목표에 대한 증거는 충분치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최고령 환자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부족한 실정에서 2008년 발표된 HYVET (Hypertension in the very elderly) 연구는 최고령 환자에서의 혈압 조절의 효과에 대한 많은 유용한 정보를 주고 있다.

3. HYVET 연구의 결과 및 시사점

 HYVET 연구는 이전 연구의 대상 환자 수를 모두 합친 만큼의 대규모 연구로 유럽, 아시아,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80세 이상 수축기 혈압 160~199mmHg, 이완기 혈압이 109mmHg 이하인 고혈압 환자 4761명을 모집하였다.

 이들 환자 중 3845명이 치료군 및 위약 대조군에 무작위 배정되어 치료군은 Indapamide SR 1.5mg 1일 1회를 투여하였고 2개월 뒤 추가적인 혈압 조절이 필요한 경우 ACE inhibitor인 perindopril을 추가로 투여하였다.

 연구 시작 전 기저치를 보면 평균 연령은 약 83세였고, 수축기 고혈압이 약 33%, 수축기일-이완기 고혈압이 67%를 차지하였다. 약 12%의 환자에서 심혈관 질환의 병력이 있었고, 당뇨병은 약 7%에서 관찰되어, 전반적으로 일반적인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 보다 건강한 대상자였다.

 연구 결과 치료군의 혈압은 위약 대조군에 비하여 약 15mmHg/6mmHg 더 낮은150/80mmHg 정도를 나타냈는데, 그 결과 치료군이 위약 대조군에 비해 100명당 사망률이 21%로 유의하게 감소하였고(p=0.02), 연구 시작 전 3번 예정되었던 중간 분석 중 두 번째에서 연구가 조기 종결되었다. 비록 조기 종결로 인해 통계적인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하였으나 심혈관 사망률은 23%(p=0.06), 뇌혈관 질환 발생률은 30%(p=0.06) 감소시켰으며, 심부전증 발생은 무려 64% 유의하게 감소시켰다(p <<< 0.001, 그림).

 이러한 결과는 최고령 환자에서도 Indapamide를 중심으로 한 고혈압 조절이 심혈관질환 사망률 감소에 도움이 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4. 결론

 고령 인구의 빠른 증가와 이들 연령층에서의 심혈관 질환의 유병률 및 사망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노령 환자에서 고혈압의 진단 및 조절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고령 환자에서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이 흔해 약제 조절시 기립성 저혈압과 기타 부작용의 빈도가 높으며, 동시에 최근까지 고혈압 치료의 효용성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 발표된 HYVET 연구 결과는 고령 환자에서도 고혈압 치료가 안전하며 심혈관 질환 발생 감소는 물론 사망률 감소에도 효과적임을 보여주었다.

 비록 아직까지 이러한 효과가 Indapamide 이뇨제에 선택적인 것인지 아니면 약제와 상관없이 고혈압 치료 전체로 확대 가능한지, 목표 치료 혈압은 150/80mmHg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 더 낮출 경우에 추가적인 효과 혹은 부작용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나 앞으로 HYVET 연구 결과는 80세 이상의 최고령 인구에서도 적극적인 고혈압 치료로 사망률 및 심혈관질환 이환율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임을 대규모 연구에서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향후의 적극적 치료 방침 수립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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