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기후변화 말라리아·세균성 이질등 급증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문제는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며 이미 인간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IPCC는 보고서를 통해 "2080년이면 11~32억명이 물부족을 겪고 2~6억명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된다.

유럽에서는 2100년까지 식물 중의 절반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미국에서는 오존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며 말라리아나 뎅기열 같은 전염병 감염자도 전세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전 세계가 환경의 역습을 당하게 된다는 경고인 것이다.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중

 기후변화는 더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갑작스런 폭우와 폭염, 강설과 황사 등 기후변화로 인한 생활상의 변화를 겪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10년에 비해 한반도의 온도는 연평균 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인 0.74℃의 두 배다.

 기온상승은 아열대성 기후로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실제 2006년 제주도 서귀포시의 열대야 일수는 26일로 엘니뇨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1997년 7~8월 두 달간 열대야 일수인 27일과 비슷했다.

 열대야의 잦은 출현은 제주도만의 현상이 아니다. 통상 7월 후반에 도래하던 열대야는 그 출몰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길어져 급기야 올해엔 지난 4일 강릉 지역에서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한반도 전체에 걸쳐 유사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반적으로 강수량이 크게 늘었고 겨울이 줄고 여름이 길어지는 절기의 변화도 나타났다.

 우리나라 6대 도시 평균 기온은 지난 100년 간 약 1.5℃ 상승했고 해수면은 40년간 22cm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기온이 0.74℃ 상승하고 해수면은 7cm 상승한 것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태풍,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인해 재해액이 매 10년 단위로 3.2배 증가하고 있으며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선이 유실·침수되고 있다. 2100년에는 해수면이 약 1m 상승돼 여의도 면적의 300배 가량이 침수되고 전국민의 2.6%가 생계에 지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양상은 세계 추세보다 속도가 빠르며 주요 특징은 황사의 강도 및 빈도 증가, 열대야 증가, 태풍의 강도 및 빈도 증가, 열파 증가, 하절기 장기화 등으로 정리된다.


또 이런 기후변화는 사망률 증가, 질병매개전염병 증가. 세균성 이질 증가, 대기오염과 천식 증가 등 건강문제를 야기한다.

서울 30~32℃로 오르면 사망자 급증

 한반도가 점점 더워지면서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문제는 기온과 사망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기온과 사망과의 직결된 원인이나 명확한 인과관계를 증명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일련의 역학연구들을 보면 17~25℃ 사이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고 이보다 기온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경우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반도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프로그램 마련(장재연 등, 2003)"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00년까지 국내 사망과 기온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경우 30~32℃까지 오르면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36℃까지 오르면 30℃일 때 비해 약 50%의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혹서기간 동안 사망자수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체내의 체온조절 기능이 파탄에 이름으로써 생기는 열사병과 관련이 있으나 열사병은 혹서 기간 중에 발생하는 초과 사망자의 10~60% 정도이고 나머지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보고도 있다고 설명한다.

 즉 혹서 발생 시 체온조절을 위해 심박출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기존의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의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는 과부하가 걸리게 되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2003년 서유럽에서는 여름의 폭염으로 전년도에 비해 7만명이 더 사망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도 있다.

전염병의 창궐 가상 아닌 현실로

 기온상승으로 인한 가장 직접적인 질병은 감염질환이다.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하부구조를 손상시켜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 지진 후에 발생하는 해일현상도 홍수와 유사한 자연재해를 일으켜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들은 호흡기, 위장관, 매개성 감염질환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열대성 병원균들의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열대성 전염병 발생 지역에선 감염 속도가 가속화되는 등 지구온난화가 급속한 질병확산이라는 또다른 재앙을 낳고 있다.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1960년대 빈발하던 일반적인 법정 전염병들은 감소추세이나 최근 10년 동안 기후변화와 관련된 말라리아, 세균성 이질 등은 증가추세에 있다.

 또 1980년대까지 감소하던 질병들 중에서 IPCC 등에서 기후변화와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진 모기나 쥐와 같은 매개동물에 의한 질병이나 수인성 질병들인 말라리아, 세균성 이질, 산증후군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발진열 등은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서거나 뎅기열 등 신종 전염병이 나타난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의 창궐을 예고하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기후를 되돌릴 수는 없다. 단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적응전략의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민감집단 및 취약집단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집중 관리 방안을 수립하거나 예측모델을 개발해 사전예보, 사후대비책을 수립하는 것이 막대한 투자비용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후변화 적응전략에는 의료계가 적극 개입해 건강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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