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건강 피해 예상보다 클것


지구온난화 피할 수 없어 적응대책 세워야









장 재 연
아주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세계 보건의 날 테마를 기후변화로 정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WHO는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연간 16만 명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폭염, 자연재해,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를 추산한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는 아직까지 학술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런 추정은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앞으로 지구온난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 규모는 현재의 예측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며 다른 어떤 문제보다 전 지구적인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와 유엔환경계획(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UNEP)이 중심이 되어 1988년에 구성한 국제기구이다.

 IPCC는 4차에 걸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하여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사실, 영향, 향후 예측, 대응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2007년 발표된 IPCC 4차 보고서에서는 지난 100년간 지구기온은 0.74℃증가했고, 향후 100년간 1.8℃에서 6.4℃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2001년 3차 보고서에서는 지난 100년간 0.6℃ 상승했고, 향후 100년간 1.4~5.8℃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는데, 지구기온이 과거 예측보다 더 급하게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세기 후반의 지구의 기온상승률은 지난 인류역사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매우 급격한 변화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기온이 상승하자 농경생활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인간은 다양한 문명을 발달시킬 수 이었다.

 이처럼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기온상승폭은 보통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약 4℃ 정도의 변화였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1세기 안에 나타날 1.8℃에서 6.4℃의 기온변화라는 변화 폭은 인류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온상승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 때문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각종 지구적인 변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인해 폭염 발생빈도 증가, 해수면 상승, 극단적인 기상재해의 발생빈도 및 강도 증가, 강수량 등의 날씨 패턴의 변화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공기, 물, 식품의 질과 생태계, 농업, 산업과 이주, 경제 등의 변화가 발생한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사람들의 생활과 나아가 건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기후변화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영향의 크기는 향후 기온 상승폭이 어느 수준인가에 따라 지구사회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일 수도 있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치명적인 수준일 수도 있다.

2003년 유럽의 역사상 유례 없는 폭염으로 인한 수십만 명의 사망자발생, 2005년 미국 루이지애나 지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참혹한 피해 등은 선진국조차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처한 방식은 주로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쿄토협정 등 국제협약과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방안과 관련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피해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적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온실가스를 급격히 줄이는 것이 원인제거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일이지만 국제사회의 현실적인 이해관계로 지체되고 있고, 또한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저히 줄이더라도 이미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는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에 대해서도 과학적 연구의 검토를 통하여 건강영향의 증거를 확인하고 적응대책의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IPCC 3차 보고서는 열 스트레스, 극단적 현상과 기상재난, 대기오염, 전염성질환, 연안문제(Coastal issues) 등 5개 분야로 나누어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을 기술하였다.

 그밖에 해수문제, 식품생산과 영양, 사회·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한 건강문제를 다루고 있다.

 IPCC 4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예측모델을 이용하여 미래의 부문별, 지역별 영향을 전망하였다. 건강적인 측면에서 주요영향은 영양결핍, 심장병과 전염병 등의 증가, 열파, 홍수, 가뭄 등으로 인한 사망자수 증가, 질병을 매개하는 동물 분포의 변화 전망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미 지구온난화는 피할 수 없으므로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적응대책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WHO에서는 기후변화가 1980년 후반부터 주요 이슈로 대두됐고 1990년에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에 대한 공식적 자료를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WHO는 공중보건적 관점에서 기후변화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게 다루어야 하며 특히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지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고 그러한 영향의 크기 역시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건강영향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최초로 이뤄진 것은 "한반도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프로그램 마련 (장재연 등, 2003)"이다.

국내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 기상재해의 피해강도 증가, 기온상승에 따른 대기오염 상승, 기후변화관련 질병의 급증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연구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대책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온실가스감축 의무국가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협상, 온실가스감축 신기술개발 등에 집중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이나 대응방안은 정책적으로 전혀 개발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의 연구도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인구집단의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에 대해 적응전략 수립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보건복지가족부와 환경부를 중심으로 대책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되는 기후변화 제4차 종합대책에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후변화적응 마스터플랜이 수립 중에 있다.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기반조성, 국내외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도 추진 중에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는 체계적으로 대응하면 많은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민감집단 및 취약집단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집중적 관리방안을 수립하거나 예측모델을 개발하여 사전예보, 사후대비책을 미리 교육하는 것 등은 막대한 투자비용 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의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규명하고 변화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국가적인 적응방안을 수립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한 관련 연구의 수행과 자료의 관리 등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대응정책에 있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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