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 등재 확대등 학술지 세계화 요건 충족
선택·집중 필요…나보다 우리로 "윈윈"을


 최근 들어 국내 학회 학술지의 SCI 등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난립되어 있는 연관학회와 유사학술지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는 한국의 의학 분야 학술지 중 ▲J Korean Neurosurgical Society(대한신경외과학회) ▲Korean J Laboratory Medicine(대한진단검사의학회) ▲Korean J Pathology(대한병리학회) ▲Korean J Physiology and Pharmacology(대한생리·약리학회) 등이 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에 새롭게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SCIE에 등재된 전체 의학 분야 학술지는 2097개이며, 이중 국내 학술지는 12개가 됐다. 학회들이 국제화를 외치며 앞다투어 학술지 SCI 등재에 욕심을 내고 있기 때문에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기대다.

 특히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를 통해 학술지 SCI 등재에 대한 노하우를 교류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의학 분야 SCI 등재의 적정 수준으로 꼽히는 20개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간 나무 가지치듯 갈라져 나간 학회와 학술지가 통합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병리학회 학술지의 SCIE 등재는 세포병리학회와의 통합을 발판으로 이루어 졌고, 생리·약리학회 역시 생리학회와 약리학회의 통합을 토대로 가능해졌다는 것은 이같은 상황을 여실히 증명한다.

 일부 학술지도 이에 편승해 통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화학요법학회가 학술지를 "감염과 화학요법"으로 통합했으며, 대한심장학회와 대한소아심장학회도 "Korean Circulation Journal" 이름하에 함께 발간하고 있다.

 대한혈액학회는 대한소아종양학회, 대한혈전학회, 줄기세포이식학회 통합 학술지인 "The Korean Journal of hematology"를 발간, 학술지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SCI 등재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학회가 새로 창립되거나 세분화되는 형태가 반복됨에 따라 전체 학회가 300여개가 훨씬 웃도는 상황. 덩달아 학회의 "자존심"과 같은 역할을 하는 학술지 역시 난립되고 있는 것이다.

교수들의 SCI 등재 학술지 게재 선호 추세와 맞물려 학회가 회원들에게 논문을 내라고 독촉하며, 심지어 웃 돈을 얹어주면서까지 압박하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신경외과학회 학술지 편집인인 이경석 교수(순천향의대 천안병원)는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학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독자와 투고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분과학회까지 아우르는 전체의 학술지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SCI에 등재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병리학회학술지 편집인 서정욱 교수(서울의대) 역시 "학술지가 SCI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학술지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세분화된 학회의 학술지까지 다 등재되고 싶어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학회에 대한 이기주의를 철저히 버리고 세부학회와 타연관학회와의 윈윈(win-win)전략을 펼쳐야만, 학회의 본래 취지인 "학술 활동을 통한 학회 위상 제고"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SCI에 등재된 이후 IF(Impact Factor)를 늘리는 동시에 2년 후 재심사 과정에서 빠지지 않으려면, 타학회와의 교류가 필수이기 때문에 학회 통합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대한기생충학회 학술지 부편집인인 홍성종 교수(중앙의대)는 "지난해 SCIE에 게재된 Korean Journal of Parasitology에 수록된 논문 전문을 웹사이트에서 쉽게 찾아 무료로 볼 수 있게 하거나, 타학회와 외국인 저자에 대해서도 게재료를 지원해주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수공통전염병학회를 편집위원에 참여하게 하는 등 유관학회 참여 유도를 통해 SCIE 등재를 계속 홍보, IF를 높여야 SCIE보다 한 차원 높은 "SCI Core"에 진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병리학회 역시 내과 등 타과 영역에까지 개방해 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인용되게 할 예정이다. 적정 Self-Citation 수치를 넘어서면, 타과의 독자가 곧 학술지의 SCI 재등재를 위한 미래의 후원자라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성을 강조한다 해도 기득권과 직함에 욕심내는 일부 학회들로 인해 당장 학회 통합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A학회 이사장은 "유사한 분야를 연구하고 회원이 다소 겹치는 B학회에 통합하자고 제안했으나, 단번에 거절당했다"며 "학회 자체를 빼앗긴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한의학회 차원으로 학회, 학술지 통합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어야만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제시했다.

 SCI에 등재되는 국내 학술지가 더 늘어나기 전에 별도의 학회 감시기구 마련도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서정욱 교수는 "SCI등재가 끝이 아니라, 국제 사회가 그만큼 인정한데 대한 기대가 커지기 때문에 책임감을 강화해야 한다"며 감시기구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학술지 편집인들은 올 초 의학회 차원에서 활동이 부진한 두 학회를 퇴출시키기는 했지만, 학술 활동에 대한 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의학회 회원 학회에 대한 확실한 혜택을 부여해야만 지금의 난립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나아가 국내 학회들이 정도를 걷는 출판 윤리, 학술적인 가치를 베풀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학회로 거듭나게 하게끔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유사 학회들이 통합을 통해 탄탄한 조직과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학술활동을 통해 국제사회로 나아가면, 학술지 SCI 등재도 더욱 늘어나고 선진한국 의학의 위상을 드높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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