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에게 빌려쓰는 지구 아껴주세요" 

"모든 개별 조직 및 조직의 리더들에게는 두 가지의 책임사항이 있다. 한 가지는 조직의 실적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공동체로서의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미래 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성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ion Social Responsibility)"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의 사회적 책임경영 컨설팅업체 Cone의 조사결과, "가격이 같을 경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는 응답이 1993년 66%에서 2004년 86%로 증가했으며, 포천(Fortune)지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선정 기준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들어가 있다.
 그만큼 CSR이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 "고객만족"을 위한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림대의료원, 큰소리로 "ECO Hallym" 선포

 삼성경제연구소가 2007년 발표한 CSR의 3대 분야별 개념은 환경경영, 정도경영, 사회 공헌이다. 그 중 환경경영은 환경에 대한 오염방지 차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으로 확대한 것을 말한다. 기업에서는 일찌감치 환경경영을 도입, 기획에서부터 연구개발 등 모든 단계에서 환경친화형 제품을 개발하거나 사전예방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1984년부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사업을 실시해왔으며, 한화그룹은 1991년부터 전사 차원으로 "ECO-2000운동"을 전개했다.

 병원계에서도 한림대의료원을 시작으로 뒤늦게나마 환경경영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림대의료원은 지난 5월 22일 "지구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Green Hospital, 한림대의료원"을 외치며 "ECO Hallym-환경경영"을 선포했다.

 새롭게 시작하게 된 지구 환경보전 및 개선활동을 의료원 내 교직원들에게 널리 알리고, 추진전략을 보다 체계화, 구체화해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는 취지다.

 환경경영을 의료원 전체에 확산될 수 있도록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한림대성심병원 김민열 행정부원장은 "생존과 관련한 건강문제를 다루는 병원이 지구의 건강까지 생각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계몽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집단이 모인 병원에서 병든 지구를 어떻게 살리고, 어떻게 보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파급효과 역시 크다는 설명이다.

 의료원은 태안에 연수원을 설립해 지난 2004년부터 교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생태 환경 체험, 갯벌체험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웠으며, 지역 사회에서도 꾸준한 환경봉사 활동을 전개해왔다.

 지난해부터 환경경영을 위한 분위기를 형성해 오다가 선포식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선포식과 동시에 직원 홈페이지에 지구 온난화 소식, 환경경영 선포식, ECO Hallym운동 관련 추진전략을 담았으며, 병원 곳곳에 영상물과 홍보 포스터를 걸어두었다.

 이달까지 에너지절약·물절약·물자절약의 세가지 측면에서 의료원 각 산하 병원별, 부서별의 실천사항을 만드는 "1병원 1ECO 운동"을 추진하도록 했다. 김 부원장은 "직원들의 동참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며 "해야된다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내가 조금 불편해 지는게 아니라 지구를 지키는 것이 곧 생명과 직결된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ECO Hallym운동의 주요 과제라고 한다.

 실천사항으로 예시한 것은 개인별로 ▲퇴근 시, 중식 시 컴퓨터 모니터 끄기 ▲3층 이하 계단 이용하기 ▲비품 아껴쓰기 ▲이면지 사용 ▲개인컵 사용 등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부서별로는 ▲전 부서의 한 등 끄기 ▲사용하지 않는 전원 플러그 빼기 ▲퇴근시 모든 전열기구 끄기 등이 있으며, 병원 차원에서는 ▲야간 및 공휴일 시 승강기 운행 조정 ▲외부 조명등 운용시간 조정 ▲절약을 위한 보일러 시설 개선 등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쉽고 편하게 살자는 그동안의 생활방식을 고쳐 건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하면서 지구를 살리는 운동을 전개하고, 나아가 전 직원들에게 글로벌한 의식을 심어 경영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환경경영 실천 리더인 "푸른별 지킴이"를 선발해 건강시민, 건강사회, 건강지구를 만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할 계획이며, 9월에는 아카데미를 오픈해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평가를 하지 않으면 지속성이 없다는 판단에서 각 병원별, 부서별로 지표를 만들어 평가 체제를 도입한다.

 자발적 에너지 절감 운동을 수치화하며, 특히 CO2를 줄였다는 ECO지수를 산정할 예정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평가 성적까지 좋다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내년 초에는 Green Day 행사를 통해 보다 폭넓은 공감대를 구성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 부원장은 "고객만족 활동에는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이 필요하다"며 "직원들에게 큰 그림을 갖게 하고, 우리도 잠시 지구를 빌려쓰는 입장임을 머릿속에 심어주어 지구를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단순히 캠페인성으로 전개하면 백전백패이며, 캠페인 구호를 외치는 노력은 6개월도 채 못간다는 지적이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림대의료원 여창성 인재혁신팀장도 "환경운동을 전개해 보니 정말 심각한데 가볍고 사소하게만 봤다는 생각이 든다"며 "생활 속에서, 작은 것 하나부터라도 실천하는 것이 미래의 나와 후손들을 위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멀리 앞을 보고 흔들림 없이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면,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하루에도 수천명씩 오가는 환자와 환자 보호자, 나아가 지역 사회에도 널리 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아낌없이 피력했다.

 
 환경경영이 병원계에서는 많이 퍼지지는 않았지만, 실천사항을 보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병원들도 "환경경영"이란 단어를 붙이지 않았을 뿐,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보다 장기적인 틀과 거시적인 관점에서 의미를 붙이고 행동하는 것이 환경경영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환경경영은 CSR 개념을 떠나 나와 내 후손,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 나아가 앞으로 우리병원을 찾을 환자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실천의지"를 확실하게 갖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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