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역할 정립 안돼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지탱하는 핵심은 요양시설과 재가서비스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등급판정을 통해 요양시설 이용자와 재가서비스 이용자를 구분해 만성질환관리, 장기요양을 비롯 대상자들이 적합한 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시행 첫날부터 요양병원은 요양시설과 재가서비스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공급과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정확한 입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까지 요양병원은 요양시설의 역할과 함께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급성기 병원의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제도의 시행과 동시에 두 가지 명패를 모두 박탈당해 어중간하게 놓이게 된 상황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안에서 요양병원은 요양시설과 급성기 병원 사이의 가교역할을 해야 하지만 아직 명확한 역할구분 기준 및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장현숙 고령친화산업센터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의 역할분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장기요양보호가 필요한 환자들과 치료·회복이 우선인 환자군을 구분하고 그 사이의 연계시스템을 구축, 확고히 한다는 것이다.

또한 주 대상자를 노인에서 아급성 암 , 뇌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회복기 환자군을 포함한 전 연령군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 참요양병원의 김선태 원장도 요양병원과 급성기병원, 가정과 요양시설 사이의 연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서비스에 대한 수준평가가 우선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서비스에는 노인성질환 담당전문의, 전문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의 전문인력 확보와 예비고령자의 건강검진서비스까지 포함된다.

즉 서비스 평가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 요양병원의 수준을 높이고 의료 연계시스템의 한 축으로 역할해야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인의료복지복합체협회 김덕진(희연의료재단 이사장) 회장은 연계시스템에서 한 발 더 나간 의료-복지 복합체 모델을 제시한다. 재활치료, 급성기질환, 정신질환, 만성기질환, 노인복지센터, 방문간호, 방문재활 등을 통합한 의료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사회 단위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과정도 포함시켜 의료·재가서비스의 질을 유지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재정 전망 안정적…건강 노인 늘것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달 26일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을 앞두고 "노인장기요양보험 경제성 및 재정문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목표 중 하나인 "고령인구에서의 의료비 지출 절감"이라는 출발점을 짚어 본 셈이다.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대답으로 6가지 시나리오로 추계한 소요재정, 보험료율, 장기요양급여 대상자 수에 대해 발표했다.

제도도입 초기인 올해의 소요재정은 최대 9451억원, 최저 732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3등급 재가대상자가 시설입소로 전환이 가능해지는 2010년에는 최고 12.6~23.8%의 소요재정이 증가되겠지만 이후로는 3~5%로 안정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료율은 2008년 최소 4.0%에서 최대 5.4%가 되고 2010년에는 4.7~6.4%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승 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 전반에 가장 많이 영향을 끼치는 장기요양급여 대상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평균 4.6%(3~5%)로 보고 있다.

초기에 급격한 증가율을 나타내지만 곧 안정적인 고령화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순천향대학교 금융경영학과 김용하 교수는 보사연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재정적인 부분은 안정적이라고 발표했다.

국내의 요양보험 대상자는 거의 정해져 있고 앞으로 건강한 노인인구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보사연의 추산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급성기 요양기관에 대한 과잉지불 조정 등의 비용절감효과와 함께 노인요양서비스를 통한 일자리 창출, 비공식적 노동 감소 등으로 발생하는 순이익이 소요비용보다 많은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가족 중심의 재가서비스가 제도화되면서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과 함께 가족내 분담·갈등해소 등 심리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와함께 타인에 의해 이뤄지는 재가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피보험자의 비용증가, 등급판정 관리의 나태화를 우려했다.



노인전문 간호사 태부족…의사도 마찬가지

 요양시설, 재가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운용되면서 간호사의 필요수요와 비중이 커지고 있다. 간호사의 부족은 비단 노인장기요양보험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전체 간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인원 중 약 57%만 활동하고 있다는 점과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노인환자의 수요를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간호사 비율은 천명당 1.9명으로 OECD 19개국 중 최하위고 노인복지법에서 요구하는 25인당 1명 기준에도 크게 부족한 숫자다.

 한양의대 간호학과 홍귀령 교수는 유휴간호사를 다시 현역으로 활동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와함게 노인전문간호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노인전문간호사는 2006~7년에 배출된 515명. 하지만 70병상의 요양시설에 1명의 노인전문간호사를 배정하는 기준으로 추산했을 때 필요한 노인전문간호사의 수는1404~1566명에 비하면 아직 한참 부족한 숫자다.
 홍 교수는 아직 국내에서 노인전문간호사의 정확한 역할을 명시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정확한 역할정의와 이에 대한 보상체제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전문간호영역에 포함된 기관지 절개관 간호, 경관영양, 산소요법, 정맥주사요법, 흡인 등을 간호사 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치과위생사까지도 시행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의료행위의 최소충족사항과 함께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함께 요양시설에서 노인환자들을 돌보고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게 한 촉탁의 제도도 논란이 됐다. 유명무실했던 제도를 부활시켜 주치의 제도로 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를 담당할 노인병 전문의의 수급이 원활히 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김광일 교수는 2006년 대한노인병학회가 시행한 노인의학 강의에 대한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의대에서의 노인의학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41개 대학 중 14개 대학에서만 노인의학 관련 강의를 시행하고 있었고 강의시간도 2시간~1주의 통합강의 식으로 진행되어 효율성이나 교육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노인의학 교육은 노인질환의 전반적인 특성보다는 질병으로 이해하려 한다며 목표설정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함께 아직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낮은 이해도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이는 노인의학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의과대학에서부터 윤리까지 포함한 폭넓은 범위의 교육을 시행해 노인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미국과 유럽의 경우 각국의 노인병학회 주관으로 노인의학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교육에 대한 기준을 제시,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 내 의과대학들의 노인의학과정 개설비율은 매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