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별 사용실태 파악해야
국내 실정 맞는 표준진료지침 확립 서두르자

김 양 수
울산의대 교수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항균제 내성의 심각성

전세계적으로 항균제 내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최근 그람양성균 치료의 최후 보루인 vancomycin에 내성을 보이는 황색 포도구균(VRSA, vancomyc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과 장구균(VRE, 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이 출현하였고, 그람음성균 치료의 최후 보루인 carbapenem(imipenem, meropenem 등)에 내성인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과 아시네토박터균(Acinetobacter baumanii) 등 그람음성균이 자주 분리되고 있어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MRSA(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3세대 cephalosporin에 듣지 않는 Escherichia coli와 Klebsiella pneumoniae, fluoroquinolone 내성 그람음성균, 다제내성 폐구균, 다제내성 살모넬라균, 다제내성 결핵균 등도 심각한 내성을 보이는 균들로서 인류에 커다란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항균제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항균제 내성률은 높아지고 항균제내성이 확산됨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40년대 항균제를 사용 시작 직후부터 항균제 내성이 있어 왔으나, 인류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더 좋은 항균제를 개발함으로써 이를 해결해 왔다. 그러나 이에 맞서, 세균은 나름대로 유전학적 진화를 거듭하였고 급기야 인류의 능력을 앞지르게 되었다. 그 결과 항생제 내성은 핵폭발 직전의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된 반면, 인류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 라인에 아무것도 보유하고 있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의 항균제 사용 양상

항균제 내성은 전 세계적인 문제로 확대되었으나, 아시아권은 전 세계적으로 항균제 내성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지역에 속하며, 한국의 항균제 내성률은 세계적으로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실정이다. 1997년부터 1999년 사이에 조사된 연구들에 의하면 MRSA 비율(병원에서 분리된 황색포도균의 경우 한국 70% 전후; 미국 40%; 캐나다 5%, 유럽 32%)과 폐구균 내성(penicillin 내성률: 한국 68%; 미국 14%; 캐나다 6.8%; 유렵 10.4%)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 이며, carbapenem에 듣지 않는 P. aeruginosa와 A. baumanii(대형의료기관의 경우 10% 전후) VRE도 최고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높은 내성률을 보이게 된 것은 항균제의 적절한 사용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항균제 사용을 조절할 수 있는 감염점문가의 절대적 부족, 새로이 개발된 항균제 사용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교육 기회의 결여, 항균제에 대한 광고, 쉽게 항균제를 구입하고 복용할 수 있었던 과거의 행태, 부적절한 항균제 사용을 감시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제도의 결핍 등 이유는 많이 있다.

1997년 건강보험 진료 환자에 대한 항균제 처방 비율은 58.9%로 WHO 권장치인 22.7%와 비교할 때 매우 높았고, DDD(defined daily dose) 방식으로 항균제 산출량을 산출한 결과 한국의 항균제 사용량은 33.2 DDD/1000명/일로 OECD의 21.3 DDD/1000명/일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의료기관에서의 항생제 사용 적절성은 흔히 감기환자에서의 항균제 처방을 기준으로 비교하기도 는데, WHO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감기환자에서 항균제 처방률은 선진국의 경우 20-40%이며, 한국에서의 처방률은 60-70%로 보고하고 있다. 수술시 예방적 항균제 사용의 경우 외국과 비교할 만한 자료는 없으나, 국내의 경우 항균제의 종류가 광범위하고 사용기간이 매우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항균제 내성률이 높고 매우 심각한 반면, 항균제를 잘 쓰기 위한 국내의 노력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보다 경제 사회적으로 열세에 있는 국가와 비교할 때도 매우 미약하다는 점이다. 이점에서 국제사회의 비난도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적절한 사용을 위한 노력

이러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항균제가 사회적인 약물이라는 인식하게 항균제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항균제 내성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와 의료계 뿐 아니라 약사 및 약업계, 수의학계, 미생물학계, 소비자단체, 교육계 언론계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이다.

국내의 경우 학술단체에서 항균제 사용 양상, 항균제 내성 양상 등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결과 들을 발표하고 있을 뿐이며, 정부에서는 최근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일부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나, 동물에서의 항균제 사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항균제를 잘 쓰기 위해서는 1) 항균제가 어디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파악 2) 공공부문(보건복지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행정자치부 등), 사적부문(병원, 소비자단체, 학술단체, 언론기관 등) 사회 각 분야에서의 항균제를 잘 쓰기 위한 공동의 노력 3) 환자, 일반인, 의료인에 대한 교육과 홍보 등을 병행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국내 항균제 내성의 심각성을 해결하고, 글로벌한 운동에 동참하고자 국내 관련 학회 및 기관의 후원으로 APUA(Alliance for the Prudent Use of Antibiotics) 한국 본부 및 `항생제 잘 쓰기 연대`를 창립하여 활동 중에 있다.

항균제 사용률을 OECD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 1) 국내 의료기관 별 항균제 사용 실태를 파악하여 우리의 위치를 반성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2)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항균제 사용 지침을 개발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의 지침에 기존 국내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적용하여 한국형 지침서를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임상연구를 통하여 궁극적인 항균제 사용 지침을 정립하고 확산해야 하겠다. 3) 항균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기관별로 항균제 사용 양상 및 항균제 내성 양상을 모니터링 하고 적정한 항균제 사용을 위한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데 우선적으로 이런 활동을 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4) 감염질환 및 항균제 사용에 대하여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5) 항균제 내성률이 높으면 고가 항균제 사용 빈도가 높고 항균제 처방률이 높아진다. 항균제 내성률을 낮추는 방법에는 항균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병원감염관리를 통하여 내성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도 매우 훌륭한 방법이다. 즉, 병원감염관리 활동을 강화하여야 한다. 항균제는 사람에게 사용되는 양 못지않게, 동물, 식물, 및 여러 가지 상품에도 사용된다. 특히 동물에서 항균제 사용은 EU 국가 들이 취하고 있는 정책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여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겠으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항균물질 포함 상품의 생산은 자제되어야 하겠다.
 
항균제를 적정하게 사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과 돈`이 필요하다. 1) 감염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여 일정 규모의 의료기관에서는 의무적으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2) 국내 실정에 맞는 표준 진료 지침 확립과 항균제 적정 사용을 유도할 평가 시스템 정립을 위하여 큰 규모의 재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3) 항균제를 적정하게 사용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하고 의료재정을 아끼기 위해서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정부에서 더 깊게 인식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민간 의료기관의 문제라고만 취급하면 안 된다. 4) 항균제 적절한 사용과 내성 억제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조화시켜 나아갈 수 있는 비정부단체(예: 항균제 잘 쓰기 연대)의 활동이 강화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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