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부분개정안 두고 시각차 커

의협, 전부개정안때와 마찬가지 "대부분 문제"
병협 "경영난 해소 도움" 일부빼곤 통과 기대



 화해무드를 보이던 의협과 병협이 "의료법 부분 개정안"으로 충돌, 다시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의협과 병협은 그동안 각 사안에 대해 "따로 또 같이" 정책을 펼쳐왔으나 지난 5월 지훈상 연세대 의무부총장의 병협회장 취임을 계기로 해빙무드를 넘어 밀월시대가 열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다.

 지훈상 회장은 그간의 의-병협간 불협화음을 감안해서인지 취임과 함께 의협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주수호 의협회장과 상임이사회 교류 참석을 논의하는 등 두 기관은 관계회복에 불을 지피는 계기로 삼는 듯 했다.

 특히 지 회장은 취임기자간담회에서 "의협과는 사안별로 부딪히는 부분이 있을 지언정 큰 틀에서는 함께 가야 한다"는 원칙 속에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의약분업에서의 협상이나 수가협상 등에서 서로의 입장만을 주장한 결과 의료계 전체가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현실을 너무나도 잘알고 있기 때문에 두 기관은 "잘못된 결정"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상생의 의지도 강했다.

 그러나 이 흐름은 화해무드 두달째인 7월초 현재, 오월동주(吳越同舟)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다. "의료법 부분 개정안"으로 입장이 첨예하게 갈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부분 반대하고 있는 반면 병협은 대부분 찬성하고 있는 형국.

 복지부가 지난달 10일 입법예고한 이 개정안은 지난 17대 국회에 이미 제출한 정부안 가운데 쟁점이 적고 개정이 시급한 내용을 선별해 재입법 예고한 것으로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의무화, 거동불편환자 처방전 대리수령 허용, 외국환자 유치 허용, 의료법인 합병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이것도 전부개정안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문제라는 입장이고 병협은 경영난 해소에 필수적인 외국환자 유치 같은 내용들이 많다며,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등 일부를 제외하고 통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의협은 외국인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마련한 유인책은 국내환자 유치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의료법인 부대사업 항목외의 유치사업 과정에 리베이트가 만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종합병원 시설기준이 300병상 이상으로 강화될 경우 지난해 2월 기준 192개 병원이 병원급이 되는데 이럴 경우 진단검사의학과·영상의학과·병리과 등 전속전문의를 비전속전문의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신체기관이나 질병명을 의료기관 명칭에 사용하도록 한 개정안은 소비자의 혼란이 예상되고, 의학·한의학 진료를 동시에 받도록 하는 것은 일부 한의사들이 편법으로 활용할 소지가 있어 반대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는 진료보다 부대사업에 몰두하게돼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과도하게 영리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범위를 법률로 규정해야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은 대형병원의 독점적 지배구조 강화, 특정 의료법인의 특정지역에서의 독점적 지위 행사,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의협이 대부분 반대하고 있는 항목들에 대해 병협은 시급히 개정되어야할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한 병협 관계자는 "중소병원들을 비롯 많은 병원들은 부도 일보 직전으로 현재의 수가체계로는 탈출구가 없다"며, 현재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 유지, 민영의료보험 도입 금지라는 사실상 의료제도의 변화를 시행치 않겠다고 정부가 발표한 이상 인수합병 같은 문제는 의협차원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 가운데 해외환자 유치활성화 내용은 건강보험이 당연 적용되는 내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내국인까지 확대 적용한다고 해도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나 진료수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율성을 저해하는 규제들을 과감히 풀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복지부가 나섰지만 지금까지 피해를 받았다고만 인식하고 있는 의협으로서는 그 진정성을 믿지 못하고 있다"며, 개선안 보다 복지부와의 신뢰회복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이같은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와 여당도 지난달 22일 당정협의를 열어 의료법 개정 작업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 의료산업화 정책은 의료법이 개정돼야 가능성이 생긴다. 의협과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이번 의료법 부분 개정은 정부의 신뢰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의료계를 둘로 갈라놓고 있다. 그렇지만 변화는 필요하다는 것이 모두의 뜻인듯 싶다.

 정부는 공급자와 소비자단체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의협과 병협도 두 단체장이 밝혔듯이 부분적으로 부딪힐 수 있을 지언정 상대방을 인정하고 큰 뜻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함께 나가야 한다. 한목소리 내는 의료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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