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 흰가운, 고정관념 버리자"
앞다퉈 친근한 복장 고객만족 +α효과

 "방문한 환자부터 앞으로 방문할 잠재된 고객까지 "고객만족"에 사활을 걸어라."

 병원들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치열한 경쟁 대열에서 몸부림칠수록 CS(Customer Satisfation)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친절하게 안내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부터 CS활동이라 말할 수 있다. 최근에는 CS경진대회, CS아카데미 등을 통해 병원 내에서도 각 부서 간, 직역 간의 새로운 시도가 활발하다. 다른 병원들은 시도하지 않았던 특별한 CS활동을 펼치는 병원들과 그에 대한 이점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어머! 다들 티셔츠 차림이시네요. 오늘 병원 단체로 체육대회 하시나 봐요?"

 "대체 제 주치의는 언제 오시는 겁니까? 직원말고, 의사 좀 불러주세요!"

 대구에 위치한 정신과병원인 대동병원에서는 가끔 처음 방문한 환자들로 인해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다.
 전 직역이 똑같은 티셔츠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 특히 의사가 가운을 착용하지 않는 모습은 환자가 의사를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곤 한다. 대동병원은 의사의 권위의식을 타파하고, 의사와 환자 간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과감히 가운을 벗어던졌다고 한다.

대동병원, 권위 벗고 티셔츠로
"오늘 체육대회 하세요?" 묻기도


 대동병원 박상훈 원장은 "잘되는 병원은 행복한 문화가 있다"(조현 作, 웅진윙스)라는 서적을 통해 "병원의 가운은 수술을 집도하거나 오염물을 다룰 때 입을 수 있는 작업복의 기능이 있지만, 환자와 치료자를 구별하는 신분 표식의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흰색의 의사 가운은 권위의 상징처럼 여겨진다"며 "환자와 의사 간의 관계에서 진료에 대해 신뢰하고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지금까지 가운이 이러한 의미를 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지금까지 병원들이 당연히 의사든, 간호사든, 직원이든 가운을 입는 것을 관례처럼 여겼다는 것. 대동병원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판단, 환자와 치료자 간의 가식적인 권위의 상징인 가운을 벗는 과감한 변화를 몸으로 실천했다.

 박 원장은 "장인이 연장을 탓하지 않듯이 병원의 전문적인 기술, 신뢰받는 상호관계,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라면, 흰 가운의 의미는 불필요하다"며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친근하고 인간적인 접근을 통해 환자는 존중 받을 수 있고, 치료자는 신뢰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병원의 모습을 바꾸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004년 7월부터 여름에는 반팔티, 겨울에는 가디건을 가운대신 착용하게 됐으며, 환자들이 싫증나는 것을 고려해 정기적으로 티셔츠 색깔이나 디자인 등을 바꾸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환자들이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고. 환자의 마음이 중요한 정신과, 재활치료 위주에서 의사를 편하게 대할 수 있게된 터에 치료효과도 한층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일부 정신과병원에서 정착된 것으로, 미국에서 연수를 받고 돌아온 정신과 의사들로 인해 국내에도 몇 군데 병원이 가운 대신 티셔츠를 고집하게 됐다.

 미국 가운업체 유니폼시티에 따르면, 일반적인 흰 가운 외에도 V넥의 편안한 가운뿐만 아니라, 폴로티셔츠 등의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 소아과에서는 알록달록한 프린트가 그려진 화려한 가운이 판매되어 어린이들에게 눈길을 끌면서 안정감을 주려고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가운이 자켓형 등으로의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자켓형은 임상병리사, 치료사 등의 타 직역 가운과 같아 구별이 어렵다는 점에서 한 발 더 앞서간 권위의식의 상징으로 비춰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다양한 시도에 있어서 긍정으로 작용해 세브란스병원, 순천향병원 등에서 이미 널리 퍼졌다. 또한 일반 가운에도 특정 부위에 배색 포인트가 들어간 디자인이 시도되고 있으며, 소아과에서는 미국처럼 화려한 프린트가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노란색, 연두색 등 형형색색의 가운을 입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화려한 색상·개성넘친 유니폼 증가
권위 상징 흰가운 여전히 주류

 가운업체인 네오버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가운에 배색처리를 하거나 특별한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이 다소 늘어났다"며 "병원이 특별한 컨셉이 있으면, 그에 맞춰서 가운을 제작하는 경향이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업체의 카달로그를 통해 가운을 고르는 소비자인 의사의 입장에서 당장의 선택은 어렵더라도, 눈요깃감으로 충분한 터에 향후에는 병원에서 보다 다양한 가운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물론, 의사의 상징인 흰 가운을 통한 적당한 권위의식은 환자 치료에 긍정으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고혈압, 당뇨병 등을 치료하는 한 원장은 "만약 흰 가운을 벗고 진료에 임한다면, 긴장이 풀린 환자들을 제 때에 약물복용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오버드 역시 "아직까지 많이 선호하는 것은 아무래도 흰 가운"이라며 "의사의 상징은 흰 가운인 만큼, 기존의 판매를 크게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대동병원의 새로운 시도는 환자와의 거리를 좁혀 권위의식을 없앤다는 취지라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의사의 상징이 권위로 가득한 흰 가운이 아니라,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티셔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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