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약물 항암효과에 "촉각"


 이번 ASCO 연례학회에서는 만성질환 약물요법의 잠재적 항암효과를 확인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당뇨병, 골다공증,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주요계열 약물을 암치료나 예방요법에 적용한 결과, 암 관련 평가지표들이 개선된 것이다.
 특히, 이들 약물은 개발단계나 역학연구 등에서 잠재적인 항암효과의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다. 각각의 연구들이 자체적인 한계를 안고 있지만, 가설 수준의 항암효과를 임상에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메트포르민 유방암 치료 도와
화학치료 보조요법 반응률 크게 높여

 미국 앰디앤더슨암센터의 사오(Sao Joralerspong) 교수팀은 유방암을 앓고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 대표적 경구혈당강하제인 메트포르민 복용 시 화학치료 보조요법에 대한 반응률이 유의하게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메트포르민 사용 환자 그룹의 항암제 완전 반응률이 메트포르민 비사용 당뇨병 환자와 비교해 3배, 비당뇨병 환자 대비 반응률은 50% 가량 높게 나타났다.

 메트포르민은 가장 대표적인 경구혈당강하제로, 제2형당뇨병 환자의 혈당강하를 위한 일차선택제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역학조사에서는 메트포르민이 암 발병과 함께 암 환자의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같은 잠재적 항암효과의 가능성은 독특한 약물 메커니즘에서 기인한다.

 메트포르민은 AMPK(AMP activated protein kinase)란 효소를 활성화해 당의 흡수를 유도한다. 그런데, AMPK의 항암기능이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일련의 실험결과에서도 메트포르민이 AMPK 활성화를 통해 유방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또한,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는 메트포르민의 주요효과가 암세포 성장억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주장을 근거로 메트포르민의 항증식 효과가 유방암을 앓고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 항암 보조요법의 유효성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해 왔다.

사오 교수팀은 이 가설에 근거해 2529명의 초기 유방암 환자 정보를 대상으로 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수술 전 항암화학치료를 받고 있는 초기 유방암 단계였으며, 이 중 2374명은 비당뇨병 환자였다.

 당뇨병 환자들은 다시 메트포르민 사용그룹(87명)과 비사용군(68명)으로 구분됐다. 연구 종료점은 유방이나 림프절에서 암이 발견되지 않는 병리적 완전 반응률(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 rate)로 삼았다.

 분석결과, 메트포르민을 투여받은 당뇨병 환자그룹의 완전 반응률이 24%로, 메트포르민 비사용 당뇨병 환자군(8%) 및 비당뇨병 환자군(16%)과 비교해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여타 위험인자를 보정한 결과, 메트포르민이 유방암 보조요법의 반응률 개선에 있어 독립적인 예지인자였다고 밝혔다.




졸레드론산 초기 유방암에 유익
무진행 36%·무재발생존 35% 개선 확인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골다공증치료제인 졸레드론산 역시 초기 유방암 환자의 보조요법으로 사용 시 유의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물 역시 개발단계에서 잠재적 항암효과의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다.

 초기 유방암 단계인 폐경 전 여성에게 표준요법에 더해 졸레드론산을 투여 시 비투여군과 비교해 무진행생존율(PFS)을 36%, 무재발생존율(RFS)은 35%까지 개선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졸레드론산은 연 1회 주사투여하는 폐경 후 여성의 골다공증치료제로 적응증을 받아 최근 출시됐다. 골다공증 치료효과와 관련해서는 "HORIZON" 연구에서 척추·비척추·고관절 등 주요 부위의 골절위험을 모두 감소시켰으며, 골절 재발 위험과 함께 궁극적인 생존율 개선에도 위약군 대비 유의한 효과가 입증됐다.

 이번 연구는 폐경 전 단계의 호르몬수용체 양성 초기 유방암 환자 1803명을 대상으로 졸레드론산 보조요법의 항암효과를 검증했다.

 대상환자들은 모두 원발성 종양의 제거수술을 받았으며, 약 5%에게 수술 전 종양용적 감소를 위한 항암화학치료가 시행됐다.

 이후 화학요법은 진행되지 않았고, 대신 황체형성호르몬 방출 호르몬(LHRH) 효현제가 타목시펜 또는 아나스트로졸과 병용됐다.

 이 중 한 그룹에게는 졸레드론산(4mg)이 6개월마다, 또 다른 그룹에는 위약이 투여됐다. 치료기간은 3년간 지속됐다.

 5년간(중앙값)의 추적·관찰결과, 졸레드론산 투여군의 암 관련 사건 발생수가 54건으로 비투여군(83건)과 비교해 36% 낮은 암진행 위험률(PFS)을 나타냈다.

이외에 국소암 재발(10 대 20건), 원위전이·골 또는 비골전이(29 대 41건) 등에서도 유의한 감소효과가 있었다. RFS 역시 두그룹의 암 관련 사건 발생이 54 대 82건으로 졸레드론산군이 35% 낮은 위험도를 보였다.



COX-2 기관지전암 예방 효과
쎄레콕시브, 병변표지자 Ki-67 단백질 발현 억제

 COX-2억제제 쎄레콕시브의 잠재적 암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쎄레콕시브의 폐암 예방효과를 처음 보고한 연구에서 기관지전암병변의 생화학적 표지자인 Ki-67 단백질의 발현이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내 염증유발 물질 생성효소인 COX-2는 기관지전암조직에서 과다하게 발현되며, 세포의 증식과 생존을 강화하는 등 암세포의 저항성을 높이기도 한다.

이같은 전암병변에서의 세포증식 확산은 기관지상피조직에서 검출되는 Ki-67 단백질의 발현정도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즉, Ki-67은 폐암 전 병변의 생화학적 표지자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흡연으로 인한 폐암 위험이 높은 20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쎄레콕시브 투여 전·후의 Ki-67 수치를 비교·조사했다.

모든 환자들은 연간 최소 20갑의 흡연경험이 있었으며, 암병력이 있는 경우 최소 6개월 간 무진행 상태의 환자로 제한됐다. 쎄레콕시브는 1일 2회 200mg 용량에 이어 400mg 고용량이 투여됐다.

 분석결과, Ki-67 수치는 과거 흡연자에 비해 현재 흡연자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현재 흡연 유무에 관계 없이 쎄레콕시브 고용량 투여그룹에서 Ki-67 수치가 감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려했던 심혈관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시험기간 중 심혈관사건 발생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전이성대장암에 맞춤요법을
정상유전자형 환자 세툭시맙 병용 유리

 전이성 대장암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세툭시맙이 정상형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서 표준 화학요법과 병용 시 보다 유의한 혜택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전이성 대장암 일차선택제로서 세툭시맙의 효과를 검증한 두건의 임상시험 결과로, "CRYSTAL" III상과 "OPUS" II상 연구 모두에서 KRAS 정상형 환자에게 화학요법과 세툭시맙을 병용한 결과 보다 유의한 반응률 및 무진행생존기간 개선효과가 나타났다.

 KRAS는 표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경로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코드화하는 유전자로, 정상형 KRAS가 있는 종양의 경우 단백질이 엄격히 조절돼 EGFR 신호와 같은 특정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만 활성화된다.

 돌연변이형 KRAS 종양에서는 관련 단백질이 영속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세툭시맙의 신호전달 억제효과가 줄고 종양이 계속해서 성장, 증대, 확산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5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폴피리(FOLFIRI)와 세툭시맙 병용 시 효과를 연구한 무작위·대조군 III상연구 "CRYSTAL"에서는 KRAS 정상형 종양을 가진 환자의 반응률이 피포 화학요법 단독군에서 43%, 병용군에서 59%로 차이를 보였다.

 질병 진행 위험률은 병용군에서 32% 감소했다.

 "OPUS" II상연구는 13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옥살리플라틴 기반 표준 항암화학요법 폴폭스(FOLFOX)와 세툭시맵 병용요법의 효과를 검증했다.

이 역시 KRAS 정상형 종양을 가진 환자들에서 병용으로 인한 개선효과가 우수했다.

폴폭스 단독군에서는 반응율이 37%로 나타난 반면, 병용군에서는 61%에 달했으며, 질병 진행위험율 또한 43% 감소했다.

이상 두건의 연구는 진행성 대장암 환자에서 개별적인 분석을 통한 유전자형의 파악과 함께 이를 근거로 한 선택적 치료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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