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미·정교함으로 여인의 미 화폭에 옮겨


당시 인상파 "판에 박혀 공허" 거센 비난
인물 내면 표현한 미인도 뇌과학 연구 활용


"자화상(1879)" 몬트리알 미술관


 형식과 기법 면에서 다비드, 앵그르 등의 신 고전풍의 전통을 이었으며, 인상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로 그들의 그림은 스케치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살롱 전시를 반대했다.

 그러나 부그로 사망 후 인상파 화가들은 부그로의 작품은 시대 변화를 외면한 판에 박힌 공허한 그림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그의 인물화, 특히 나체의 미인도는 정교하고 극히 사실적인 표현과 인물 내면까지 표현한 감상적인 그림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하여 뇌과학 분야에서는 미인이 뇌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즉 미인의 그림과 미인이 아닌 여인의 그림을 보여 미인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시간을 측정한 바 미인의 경우 평균 8.7초, 미인이 아닌 경우는 평균 5.2초를 소요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MRI를 사용하여 뇌의 활동부위를 관찰한 바 미인을 보면 뇌 측좌핵, 전뇌기저 렌즈 하연 편도체, 중뇌피개 등의 부위가 활동한다는 것을 관찰됐다(마사츄세츠 종합병원 의사 Ahron). 따라서 최근에 와서 이러한 새로운 조명 속에 회고전이 자주 열리고 있어 그의 작품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


"비너스 탄생(1879)" 파리, 오르세 미술관


 그의 작품 "비너스 탄생(1879)"이라는 그림은 비너스가 아름다움을 스스로 의식해 사람들에게 은근히 몸매를 과시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그림의 비너스는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지며 풍만한 육체를 S자형으로 구부려 보는 사람의 시선을 유혹하는 "유혹의 비너스"이다. 에로틱한 관능미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런 유혹적인 몸매로 인해 남성들 시선이 집중, 지금도 미술관에서는 이 그림 앞에 남성들이 머무는 시간이 제일 길다고 한다.

 또 여인들의 아름다운 몸매를 담은 작품 "님프의 동굴샘(1879)"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님프를 주제로 한 것으로 님프란 여신을 보좌하는 몸종으로 매우 아름다운 처녀들로서 이들은 혼자가 아니라 무리를 지어다니고 쫓으면 쫓을수록 도망 다니는 마치 동양의 선녀와 같은 존재로 서양 미술에서 인기가 높은 모델들이다.

 신화 속 님프들은 매우 다양해 주로 사는 곳에 따라 무리가 나뉘는데 바다에 사는 바다 님프, 맑은 물에 사는 물의 님프, 산과 동굴에 사는 산의 님프, 나무에 사는 나무 님프, 기타 특정 지역이나 장소에 사는 무수한 지역 님프 등이 있다


"님프의 동굴샘(1879)" 스톡턴 해딘 미술관

이들의 신화 속 역할은 부수적이어서 여신을 보좌하고 무리지어 다닌다.

들은 자연의 때묻지 않은 신선한 아름다움을 지닌 처녀들로 의인화된 존재이기 때문에 그림에 나오는 님프들의 몸매와 포즈는 마치 각자 자신 있는 몸매를 보여 주는 전시회같다.

볼기에 자신 있는 님프들은 뒤를 향하고, 허릿매가 자신 있으면 손을 쳐들고 얼굴을 돌려 허리 곡선을 강조하며 다리의 각선미가 좋은 님프들은 하늘로 오르는 자세를 취해 그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다.

 부그로의 님프와 관련된 다른 그림으로는 "님프와 사튀로스
(1873)"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녀들은 순결을 목숨같이 지켜야하며 만일 순결을 잃으면 설사 그것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겁탈당했다 할지라도 그 님프는 화를 면할 수 없어 화살을 받아야 하는 엄한 규율이 있다고 전해진다.


"님프와 사튀로스(1873)" 스터링&프란신 크라크 미술 연구소



 그녀들은 폐쇄된 환경에서 지내는 숫처녀인 까닭에 외부인, 특히 남자가 나타나면 도망치는 습성이 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님프들은 춤과 노래를 좋아해 음악소리만 들리면 모여 노래하고 춤을 춘다.

 그러면 산과 들에 사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인 사튀로스(Satyrs)나 판(Pan)들이 몰려와 같이 노래 부르고 춤을 추어 평소에는 좋은 사이로 지내지만 이들이 님프들의 공간을 기웃거리거나 이상한 행동을 할 때는 힘을 모아 가차 없이 저항했다.

 한 명의 사튀로스가 님프들의 숙소에 침범하려하자 나체로 있던 세 명의 님프가 이를 발견하고 그 머리채와 팔 다리를 잡고 공격하고 있다. 한 님프는 그것으로 성이 풀리지 않는 듯 좀더 혼내주기 위해 동료들을 부른다. 나체로 저항하는 님프들의 몸매는 감탄할 만큼 잘 표현되었다.


"프쉬케와 에로스(1889)" 개인 소장



 작품 "프쉬케와 에로스(1889)"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쉬케와 에로스 이야기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인데, 신탁의 명령에 따라 프쉬케는 죽음의 신부로 음산한 치장을 한 채 산 정상에 버려졌다.

에 홀로 누워있는 프쉬케의 주위에는 어느덧 땅거미가 지더니 어두워졌다. 모든 것을 단념했지만, 눈물을 흘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프쉬케는 갑자기 아주 기분 좋은 서풍이 불어옴을 느끼고 그 순간 몸이 가볍게 하늘로 올라가고 있음을 느꼈다.

 에로스가 품에 안은 것이다. 이 장면을 표현한 것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과 더불어 에로스가 프쉬케를 가슴에 안고 하늘로 오르는 장면으로 프쉬케는 탈진된 상태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데 어떻게 보면 황홀해서 무아지경에 빠진 것도 같다. 에로스는 소원대로 프쉬케를 얻었으니 만족과 기쁨에 찬 표정으로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와 같은 작품들은 부그로의 여인의 아름다움을 그린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림과 관련해서 예술가와 더불어 그림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림에도 흥망성쇠가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그로는 반 고흐보다 먼저 태어났고 반 고흐가 죽은 뒤에도 15년을 더 살았다.

 부그로가 훨씬 선배 격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작품은 같은 시대를 살았던 화가들의 작품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성격이 다르다.

차이가 나는 것은 두 사람의 인생이다. 부그로는 파리 살롱 전에서 환영 받으며 화가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간 반면, 반 고흐의 그림은 그의 생애 동안 단 한 점만이 팔려 결국 동생 테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림 그릴 물감조차 살 수 없는 처지였다.

 만약 반 고흐가 자살로 요절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성공을 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이 세계 최고의 가격으로 팔리는 것을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 고흐의 운명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부그로라는 이름은 점점 잊혀져 가고 있지만 반 고흐라는 이름은 미술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하다.

사람의 작품들을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그 이유가 납득이 될 것이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예술의 길이 그들의 운명을 만든 셈이며 예술이 그들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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