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 인센티브 못주면 제구실 못해

종별가산율·수가차등화 등 재정적 이점 필요

인근 대학병원 연계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해야

제도 안정위해 법적 근거 마련 서둘러야



 전문병원제도 도입을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병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유도했던 "재정적인 인센티브"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1차 시범사업에서는 이렇다 할 인센티브가 뒤따르지 않아 다소 불만이 쏟아졌다.

 1차 시범기관에 선정됐으나 2차에는 신청하지 않았던 A병원장은 ""전문병원 시범기관 선정"이라는 현수막 하나 걸어두었던 것이 전부"라며 "오히려 다른 질환 진료를 줄여야 했던 문제가 뒤따랐다"며 실질적인 혜택이 없었던 점을 토로했다. 더욱이 예정에 없었던 2차 시범사업까지 연장하는 것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달 14일 병원협회에서 열린 "2차 전문병원 시범사업 운영 설명회"에서 복지부는 시범사업 선정기관 표방 허용 외에 몇 가지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 가능성 제시 △비시범사업 병원의 전문병원 표방 단속 △우수기관에 대한 장관상 및 상금 수여 △본 사업 시행 시 우대 등이었다. 특히 종별 가산율이나 수가 차등화를 적용한다는 재정적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병원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선정기관에 지정된 B병원장은 "전문병원 선정을 위해서 시설·인력 등을 투자해야 하며, 한 가지 질환만을 타깃으로 삼고 진료를 하기 때문에 수익 면에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가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인센티브 부여로 해소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종별 가산율 적용과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이라는 두 가지 측면은 병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한중소병원협의회 김정덕 연구위원은 "전문병원이 되기 위해서 투자 여력을 인정해 주는 만큼, 재투자가 연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잘되는 병원들이긴 하지만, 수가 가산을 해주어야만 특정 질환에 대한 중증도를 올려 전문병원 본연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것.

 대한병원협회 서석완 기획조정실장 역시 "전문병원 역할이 정립되려면 재정적 지원이 필수"라며 "종별 가산율이 지금의 병원급에서 종합전문병원 수준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위한 지출이 상당했던 만큼, 재정적인 안정이 뒤따라야 우수한 전문병원으로의 발돋움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전문병원에 선정된 병원들이 재정에는 큰 어려움을 겪는 병원들은 아니기 때문에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 쪽에도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김정덕 연구위원은 "전문병원들이 더 관심을 갖는 것은 교육기관 선정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수련병원 지정"이라고 밝혔다.

 서석완 실장은 "수련병원 인정 기준을 완화해 전문병원에서 수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문병원에는 전체과가 없기 때문에 수련병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인근 대학병원과 모자병원 관계를 맺어 취약한 과를 보완하는 형태 등을 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렇게 전문병원이 활성화되면 의원과 전문병원의 중간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거나, 병원내 의원을 개설할 수 있는 개방병원 활성화를 꾀할 수도 있다. 병원계에서는 전문병원제도 도입을 위해 보상체계만 잘 갖춰지면, 우리나라에 맞는 전문병원이 정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복지부도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 의료제도과 송영조 사무관은 "종별 가산율을 현재의 병원급보다는 높게 책정하는 수준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며 "다만, 인센티브 부여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는 데 있어 다소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 예산 편성과 심평원과의 협의 등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다소 지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 사무관은 "과목, 질환별로 인센티브 규정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게 옳은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기관 간의 협의가 잘 이루어지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실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경쟁에서 당당하게 이긴 전문병원 시범기관에 대해 자칫 "잘되는 병원 더 잘되게 만들기"일 수도 있다. 따라서 복지부는 단순한 재정적인 지원이 큰 의미는 아닐 수 있지만, 이런 노력과 함께 전문병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면 제도 정착에 물꼬를 틀 수 있게끔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 인정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와 함께 각 시·도, 병협에 공문을 보내 비선정기관의 전문병원 표방에 대한 엄격한 시정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법적 근거 마련"이다. 지난해 상정됐던 의료법 개정안 내에 종합병원의 기준을 100병상에서 300병상으로 상향하고, 100병상에서 299병상까지의 활로를 모색하는 일환으로 전문병원 제도화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결국 통과되지 못해 전문병원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시범사업이 연장되는 지금의 사태까지 초래된 것이다.

 송 사무관은 "종별 구분을 우선순위에 두고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며 "2010년부터 본 사업을 시행하더라도 유예기간이 2년 정도 필요하므로 의료법 개정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임을 강조했다.

 시범기관으로 선정된 병원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병원들이 잘하고 있긴 하지만, 시범기간 동안 전문병원임을 알려나가 전문병원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시범사업에 선정됐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라, 특정 과목이나 질환에 대한 특성을 살리면서 운영해 나가야 한다. 결국 본 사업도 시범사업의 기준의 연장선상에서 운영될 예정이기 때문에 인센티브 등의 확고한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기준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송 사무관은 "지금의 시범기관들이 전문병원 제도 정착을 위한 역할 모델이 될 것"이라며 "시범기관 평가 기준에 맞춘 특화된 모습을 보여줘서 진정한 전문병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중소병원들의 경영난 극복을 위해서 전문병원이 대안은 아니더라도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다. 비록 1차 시범사업이 인센티브도 부족하고 피드백을 받기 힘들었지만, 법 개정 이후 명확한 기준 설정이 되면 2차 시범사업은 전문병원 제도를 한걸음 더 진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시범기관에 선정된 병원들이나 앞으로 전문병원으로 방향을 모색하고 싶은 병원들은 전문병원과 시범사업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의료법 개정 등에 힘을 합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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