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보건복지가족부 지정 척추질환 전문병원 시범기관 선정". 서울 안암동에 위치한 우신향병원은 이달부터 복지부에서 실시하는 2차 전문병원 시범사업 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최근 이같은 현수막을 내걸었다<사진>.

 전문병원은 "전문화"만이 살길이라는 병원들의 노력과 1차 시범사업에 대한 실효성에도 불구, "인센티브" 등의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는 예측으로 병원계의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시범기관으로 지정된 37개 병원은 어떻게 선정됐으며, 앞으로 시범사업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나아가 병원들이 진정한 전문병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문병원" 간판 달면 환자 발길 잦아져

경영난 출구 찾는 중소병원들 관심 급증

전문의·최신장비 기반 대형병원 못지 않은 인프라 갖춰



1차사업 진료실적·의료인력 증가 효과

풍부한 임상 경험, 연구 활동도 활발



 전문병원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서 특정질환에 대해 종합전문병원 수준의 표준화 또는 고난이도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갖추고, 해당 분야의 진료·연구 및 교육적 측면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전문병원 시범사업은 전문적인 의료서비스의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고, 제공된 서비스의 양과 질을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 및 제도의 타당성을 마련, 향후 전문병원 제도의 도입방안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복지부 의료제도과 송영조 사무관은 "진료과별 및 질환별 적정기준을 마련하고, 급성 또는 아급성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전문병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진료실적, 의료인력 증가 등의 효과를 거둔 1차 시범사업은 2005년 7월 1일부터 1년간 실시했으며, 보다 체계적인 전문병원 제도 도입을 위해 이달 1일부터 2010년 4월 30일까지 2년간 실시하는 2차 전문병원 시범사업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1차 시범사업은 6개 과목(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신경외과·정형외과·안과), 4개 질환(심장·화상·뇌혈관·알코올)을 대상으로 적용됐다. 단,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의 경우 관절질환, 대장질환 등 특정 전문 질환을 표방해야 했다.
 이번 2차 사업에는 포괄적이라는 이유에서 내과가 제외됐음에도 1차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총 104개 병원이 신청서를 접수, 전문병원 시범사업에 대한 병원들의 관심이 높아졌음이 확인됐다.

 전문병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시범사업은 기본적으로 중소병원의 경영난에서 기인한다. 대한병원협회가 발표한 2002년 중소병원을 포함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평균 부채율은 무려 252%를 기록했으며, 2005년 한해동안 병원 10곳 중 한 곳은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다. 특히 폐업 병원의 대다수는 100병상 미만의 소규모 병원이라는 사실은 중소병원의 경영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의료인력의 이직률 증가도 한몫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에 따르면, 의약분업 이후 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들의 개업으로 이직률이 2.1% 증가했는데, 중소병원은 특히 심해 6% 수준에 달했다. 이직으로 인한 구인난과 함께 남아있는 의료인력에 대한 봉급 상승은 그야말로 "산너머 산"이다.

 더욱이 의사면허 소지자 증가와 대형 병원들의 병상 수 확대, 외국 병원의 국내 진입 계획 등은 경쟁력이 약한 중소병원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극명하기 때문에 중소병원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흥원 연구결과, 전문병원을 표방하고 있는 병원들은 다른 병원들에 비해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고 경쟁력이 높아 병원 운영상황이 나은 편으로 조사됐다. 전문병원은 입원 환자 1인당 진료비 수준이 높고, 재원기간이 짧아 일반병원에 비해 수익성이 높게 나타난 것. 이는 전문병원 제도가 중소병원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범사업은 신청기관에 대해 "전문병원시범사업운영위원회"에서 인력, 시설기준 등을 조사해 전문 진료 수행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의료기관을 전문병원시범 기관으로 지정했다.

 이번 2차에서는 1차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선정기준을 선정했는데, 병상 수는 기본적으로 100병상 이상으로 규정했으며, 과목·질환 특성상 병상수가 적은 산부인과·소아과·화상질환의 경우 60병상 이상, 안과의 경우 30병상 이상을 기준으로 했다.

 뇌혈관·화상·산부인과질환은 진료실적 최소 30% 이상을 절대평가 기준으로 삼았으며, 심장질환·소아청소년과·정형외과·신경외과·외과는 40% 이상을, 알코올·안과질환은 60% 이상의 진료실적을 절대평가 기준에 적용시켰다. 이에 따라 최소 60점부터 최대 100점까지 편차가 발생했다.

 100병상당 전문의 수에서는 60점(2명)부터 100점(8명)까지 설정했으며 간호사 수 등급 역시 7등급(70점)에서 1등급(100점)까지 차등을 두었다. 항목별 가중치와 관련해서는 과목 및 질환과 관계없이 진료실적(50%), 100병상당 전문의 수(20%), 간호사 수(20%), 절대 전문의 수(10%)로 동일화했다.

 송영조 사무관은 "특이할 만한 점은 1차에서는 절대평가 기준으로만 인정했는데, 2차에서는 절대평가기준 설정 후 항목별 가중치를 적용, 점수화해서 상대평가까지 적용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정결과, 1차에 이어 2차에도 선정된 기관이 37개 중 16개 병원에 달했으며, 2차에 새롭게 선정된 병원들은 전문의 수와 최신 장비, 환자에 대한 열정 등을 토대로 대형병원 못지 않은 진료, 수술 수준을 확인하게 했다.

 관절질환 전문병원에 선정된 힘찬병원은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30대질환 수술실적 통계"에서 연간 관절수술 1375건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대장항문 전문병원에 선정된 구병원은 2006년 대장암과 치질 등 수술 5066건을 기록, 이 분야의 수술 건수로 전국 3위, 대구와 경북에서 1위를 기록했다. 성모안과병원의 백내장수술은 2889건을 기록, 부산 지역임에도 서울에 있는 일부 대형병원들보다도 많았다.

 역시 부산에 위치한 유방암 전문병원 세계로병원은 4명의 유방외과 등 13명의 전문의가 포진, 암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면서 고신대 복음병원이나 부산대병원 못지 않는 수술 실적을 거뒀다.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에 선정된 굿모닝병원도 10명의 전문의가 촌각을 다투는 뇌혈관질환 치료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풍부한 임상 경험을 토대로 다른 어느 병원보다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중소병원으로서는 부족한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신향병원은 "책임치료팀제, 자체 개발한 5단계 물리치료 시스템과 전담치료기로 차별화된 탁월한 치료효과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힘찬병원 이수찬 원장은 "지금까지 총 5편의 관절염 관련 논문이 해외 저널에 실렸는데, 대학병원이 아닌 전문병원 의사들이 해외 저널에 논문을 싣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원내에 관절염 연구소를 발족시켜,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사실은 향후 전문병원 제도 정착을 위해 시범사업의 효익이 1차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범기관 선정 병원들은 지금까지 잘해왔더라도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져야 한다. 복지부 역시 시범사업 선정에서 끝이 아님을 인식하고, 중소병원들이 전문병원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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