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임상상태만으론 치료방법 선택 어려워


관상동맥우회술 영역으로 비중 넓혀가
극단 고위험군 환자에도 새로운 시도


 "관상동맥질환(CAD)의 치료목적은 협심증으로 인한 증상은 호전시키고 심근경색의 발생이나 재발을 방지해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치료방법의 선택에 있어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관상동맥중재술(PCI)이나 관상동맥우회술(CABG)을 선택할 것인가의 결정은 이같은 치료목적에 좀더 부합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CAD 환자의 치료목적과 치료방법 선택기준에 대한 설명이다. 여전히 CAD가 발생한 고위험군 환자의 표준치료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CABG는 1960년대 처음 도입됐다. 당시는 CAD에 대한 병리학적 이해가 부족했고, 약물치료 효과 역시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현대의학은 새로운 약물의 개발과 함께 항고혈압제·항혈소판제·섬유소용해제 등이 CAD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입증했다. 여기에 PCI, 특히 스텐트의 도입과 기술발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CAD 환자의 치료는 선택의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스텐트의 개발과 효과적인 항혈소판제·항혈전제의 도입은 과거 CABG의 영역으로 알려져 왔던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게까지 PCI의 역할을 요구한지 이미 오래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제 PCI는 CABG의 마지막 보루였던 다혈관질환·좌주간부 병변이나 당뇨병을 동반한 극단의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도전을 진행중이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팀이 "NEJM"에 발표한 "MAIN-COMPARE" 연구가 대표적인 예다. 무작위·대조군 연구(RCT)는 아니었지만, 좌주간부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PCI 대 CABG 그룹의 장기 생존율이 대등하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일부 CAD 환자에서 스텐트 시술이 표준요법으로 자리잡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끊임없는 도전을 펼치고 있는 PCI 기술이 현재 임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역할을 살펴보자.













환자 임상상태만으론 치료방법 선택 어려워
저위험-약물치료·PCI 고위험-PCI·CABG 선택적 병행

 관상동맥질환(CAD) 환자는 동맥경화의 진행단계나 위험도에 따라 크게 안정형협심증(SA)·불안정형협심증(UA)·비ST분절상승 심근경색(NSTEMI)·ST분절상승 심근경색(STEMI)으로 나뉜다. 현단계에서 이같은 위험도에 따른 CAD 환자의 치료는 저위험군에서 약물치료와 PCI가, 고위험군에서 PCI와 CABG가 선택에 따라 병행되고 있다.
 하지만, CAD 환자의 치료선택은 임상상태 만을 기준으로 할 수 없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병변의 특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비침습적 평가에 따른 위험도는 같아도 병변이 여러 혈관에 걸쳐 있느냐(다혈관질환), 동반질환이 있느냐, 좌주간부나 분지병변이냐 등 조영술을 통한 해부학적 분석에 따라 약물치료·PCI·CABG의 선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06년 이전의 약물치료 vs. PCI

 "ACME" 연구는 단일 혈관질환에 운동부하검사 양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PCI군(105명)과 약물치료군(107명)을 비교한 결과, PCI의 협심증 증상호전이 더 높게 나타났다(64% 대 46%).

 무증상으로 심전도상 허혈소견이 관찰된 환자(558명)를 대상으로 한 "ACIP" 연구는 2년 관찰시점에서 총 사망률과 관련 약물치료군(6.6%) 대 재관류군(PCI 또는 CABG, 1.1%)에서 유의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AVERT " 연구는 안정형협심증 환자에서 아토바스트타틴(80mg)을 복용하면서 약물치료와 PCI군을 비교했다. PCI군에서 유의한 증상의 개선이 관찰됐으나, 18개월 시점에서는 PCI군의 심허혈사건이 좀더 많이 발생했다.

 "관상동맥중재술 권고안"은 이에 대해 "연구 상 몇가지 한계점이 제시됐지만, 경도의 증상을 가진 저위험 환자에서는 지질강하 치료를 기반으로 약물치료가 초기전략으로 비교적 안전하게 선택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는 모두 2000년도 이전에 보고된 것으로, 이후의 PCI나 약물요법의 발전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단계의 혜택 정도를 비교하기에는 한계를 안고 있다.


2006년 이후의 약물치료 vs. PCI

 스텐트로 대변되는 PCI 기술이 발전하면서, CAD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위험도와 시간에 관계 없이 PCI를 통해 우선적으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것이 생존율 개선에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임상현장의 믿음이 있었다. 이같은 믿음은 "COURAGE" 연구를 통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연구는 안정형 ACS 환자의 조기치료 전략으로 최적약물요법과 PCI 시술을 병행한 그룹을 약물요법 만 시행한 그룹과 비교한 결과, 사망과 심근경색 및 기타 주요 심혈관사건 등에서 비교우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OAT " 연구 역시 심근경색 3~28일 후 PCI가 시술된 안정형 환자들을 4년간 추적한 결과, 약물요법 대비 사망·재발·심부전 발생이 감소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OAT " 연구가 늦은 PCI술이 궁극적으로 임상결과에 미치는 결과를 밝혔다면, "TOSCA-2"는 하위그룹 환자에서 혈관조영술과 심장기능 표지자 측정을 통해 병변 및 심기능 상태를 확인했다.

 "OAT " 대상환자 중 381명을 별도로 떼내어 1년 후 혈관촬영술과 좌심실박출계수(LVEF) 측정을 실시한 결과, PCI군 가운데 1년 후 혈관 개존율(late vessel patency)이 83%에 달해 약물요법군(25%)과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LVEF는 두군에서 4.2±8.9%(PCI)와 3.5±8.2%(약물요법)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심근경색 후 아급성단계의 영구적으로 막힌 경색부위 동맥에 대한 늦은 PCI술이 혈관 개통상태를 장기간 유지하나 LVEF에는 약물요법 대비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상의 연구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상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PCI 시술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ACS 환자들은 증상발현 후 12시간 이내에 PCI 시술이 권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연구 모두 그 범주를 넘어선 환자들이었고 결국 늦은 PCI의 혜택을 발견할 수 없었다.

 ACS 환자에서 신속한 PCI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안정형협심증 또는 불안정형협심증이라도 시간이 지나 안정상태로 돌아선 환자의 경우에는 면밀한 검사를 통해 약물치료를 먼저 실시하고 예후에 따라 PCI를 고려해 보는 기존의 보존적 치료전략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는 이와 관련 "PCI의 기술발전이 상당하지만 시술 후 부가적 약물요법 등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안정형 등 약물치료가 가능한 경우에는 구태여 PCI를 선택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PCI vs. CABG

 "관상동맥중재술 권고안"에 따르면, 스텐트가 배제된 PCI와 CABG를 비교한 초기연구에서는 장기 추적관찰 시 CABG의 임상경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같은 경향은 스텐트 사용의 보편화가 반영된 최근 연구에서는 더 이상 관찰되지 않는다.

 핵심은 PCI와 CABG 기술이 모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웅철 교수는 "1980~90년대 들어 PCI의 폭발적인 증가가 CABG의 감소를 동반하지 않았다"며 이전의 약물치료 대상 환자들이 PCI로 상당수 옮겨진 것으로 추정했다.

 PCI 기술이 기존의 CABG 영역을 상당 부분 잠식한 것은 사실이지만, 둘 모두 지속적인 기술발전을 이뤄내면서 각각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PCI가 이전에 시술이 힘들고 예후가 좋지 않았던 특수한 병변에서까지 그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스텐트 시술이 포함된 최근의 연구 가운데는 "ART II "가 대표적이다. BMS와 CABG를 비교한 "ART I " 연구에 시롤리무스용출성스텐트(SES) 삽입결과를 추가해 비교한 것.

6개월 추적검사 결과, 사망·심근경색·재시술률에서 SES(6.4%)군이 BMS(20.0%)나 CABG(9.0%)군과 비교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1년 시점에서도 주요 심혈관사건 발생률이 10.4% 대 26.5% 대 11.6%로 차이를 보였다.

 "ART II " 연구는 이전과 비교해 다혈관질환 등의 복잡병변 환자들이 더 많이 포함됐다. DES를 사용한 PCI가 다혈관질환에서도 CABG에 상응하는 임상경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ERACI II" 연구에서는 근위부 좌전하행지병변을 포함하는 다혈관질환 환자에서 평균 41개월간 추적관찰한 결과, PCI가 재시술률은 높았으나 장기간 심근경색 발병 및 사망률은 동등한 효과를 나타냈다.

"AWESOME" 연구 역시 당뇨병을 가진 고위험 불안정형협심증 환자에서 PCI와 CABG군이 대등한 3년 생존율을 입증받았다. 이상의 연구를 볼때 PCI는 극단적으로 위험한 병변을 제외하고 CABG와 비교해 재시술률은 높지만 사망률은 거의 대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좌주간부병변, 병변이 넓은 부위에 퍼져 있는 다혈관질환, 당뇨병 동반, 좌심실 기능저하 등의 환자에서는 아직도 사망률과 관련 CABG의 혜택이 인정받고 있다. 최근 좌주간부병변에서 PCI와 CABG의 대등한 사망률을 보고한 "MAIN-COMPARE" 연구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근거로 "일부 환자에서 스텐트가 표준요법으로 자리잡는 기준을 만들었다"며 "PCI 시술이 힘든 환자들이 CABG를 최종치료로 삼는 현재와 달리 향후에는 CABG의 외과적 수술이 힘든 환자들이 역으로 PCI를 선택할 정도로 그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수 교수는 CAD 환자에서 PCI와 CABG의 선택과 관련 "환자의 임상상태가 좌심실 기능에 큰 문제가 없고 병변특성도 PCI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면 다혈관질환이라 해도 PCI 시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좌심실 기능이 저하되고, 당뇨병과 같은 동반질환이 있으며, 미만성(diffuse) 다혈관질환의 경우에는 CABG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천의대길병원 심장내과 강웅철 교수 역시 "다혈관완전폐쇄 병변·보호되지 않은 좌주간부 병변·복합분지혈관 병변 등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치료는 CABG가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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