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시센터 9곳…인구수 걸맞게 30개는 돼야


부작용 신고 활성화 위해 피해 구제제도 도입을

 우리나라의 약물부작용 모니터링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웁살라모니터링센터가 지난 1998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약물부작용 모니터링을 한 결과 400만 건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으나 1992년 회원국으로 가입한 우리나라는 단 한건의 보고도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WHO는 인구 100만명 당 250건 정도의 약물유해반응이 보고되는 것이 평균적이라고 보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약물유해반응 보고건수는 2000년 185건에서 2007년 3338건까지 증가했다.

이는 20배 정도의 증가율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나 WHO 기준에 적용해보면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 명으로 봤을 때 연간 1만2500건의 약물유해반응이 보고돼야 한다. 미국은 연간 42만여 건의 약물유해반응이 보고되고 있으며 일본은 연간 3만 건이 보고된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제약회사의 보고 의무화제도가 도입된 이후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 2006년 지역약물감시센터가 운영된 이후부터는 눈에 띄는 증가 폭을 보이고 있다. 지역약물감시센터의 활약으로 한국의 약물유해반응 현황에 대한 최초의 연구결과도 나왔다<그림 2>.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단국대병원, 인제백병원, 전남대병원 등 6개의 지역약물감시센터가 공동연구를 실시, 작년 한해 동안 축적된 1417례의 약물유해반응을 분석해 한국의 약물유해반응 현황을 파악했다.

이 연구결과는 오는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국제약물역학회(ISPE)에서 발표될 예정이다<표 2>.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박중원 교수는 "1500례에 가까운 사례를 분석해 약물유해반응의 현황을 분석한 대규모 연구는 국내 최초"라며 "다만 대학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이기 때문에 개원가의 상황과는 다를 수 있으며 개원가에는 감기약 계열인 해열·진통제가 가장 많은 유해반응을 나타내
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MEDWATCH 운영

 미국 FDA는 1960년부터 자발적 약물이상반응 신고 제도에 의한 약물부작용 모니터링제도인 EDWATCH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약물을 복용한 후 이상반응을 경험한 환자나 의사가 반응을 기록해 직접 FDA나 해당 제약회사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약물역학 전문가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외부기관에 의뢰해 해당 약물과 부작용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평가하도록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행정조치를 취한다.

 1980년 이후 미국에서는 18개 주요 처방약이 시판 중지를 당했는데 그 가운데 16개 약물이 이와 같은 자발적인 부작용 신고자료에 근거한 조치였고 나머지 2개만이 시판 후 시행한 제4상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한 조치였다.

 영국 역시 1964년 약물안전위원회를 주도로 약물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인 Yellow cards system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1964년에 1208건의 이상반응이 보고된 이후 점점 보고건수가 늘어나 1980년대 후반부터는 연간 1만8000건 이상이 보고되고 있다.

프랑스, 31개 지역약물감시센터

 프랑스는 자발적 약물부작용 신고가 활성화되도록 1973년에 7개 지역 약물감시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해서 현재 지역 약물감시센터가 31개로 늘어났으며 매년 2만여 건의 약물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중대한 부작용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약물위해관리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박병주 교수는 "프랑스의 인구가 6000만 명이란 점을 감안해 우리나라에서 최소 25개 내지 30개 정도의 지역약물감시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 지역약물감시센터는 9곳에 불과하다.

부작용 신고 활성화 방안 마련해야

 지역약물감시센터가 구축됐다하더라도 실질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약물이상반응의 자발적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나서야 할 곳이 식약청이나 현재 식약청의 약물위해관리 실적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약물부작용에 대한 피해구제제도가 없기 때문에 부작용 신고가 활발이 이뤄지지 못하는 점도 문제이다.

 일본의 경우 1980년부터 의약품 피해구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약품을 적정하게 사용했음에도 일어난 부작용으로 질병, 장해, 사망 발생시 의료비를 비롯한 연금 등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은 제약회사의 매출액에 비례하는 각출금과 정부보조금으로 충당한다. 제약회사의 잘못도 있지만 약품을 허가한 정부도 일정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대만도 2000년부터 약해구제제도를 실시, 합법적인 의약품의 정당한 사용으로 사망이나 장해, 중증질환 등의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의약정책팀 박실비아 팀장은 최근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연구 및 실시방안"에 대한 연구를 완료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상황이나 사회전반적인 요인들을 고려할 때 일본과 유사한 방향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요지이다.

 피해구제제도 도입과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 약물위해관리 시스템의 구축이다.

 박병주 교수는 "식약청에 약물위해관리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충분한 질적수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차적으로 환자 진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약물위해반응 데이터 구축과 연구를 위해 슈퍼컴퓨터로 불리는 심평원의 HIRA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 교수는 "모든 처방정보가 집적돼 있는 심평원 자료를 활용해 약물위해를 분석한다면 단순히 몇 건 발생했다는 것보다 양질의 데이터인 발생률을 파악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해 공공성 차원에서 접근, 심평원 정보를 활용한 연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약물위해관리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높은 의료수준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정부, 의료계, 국민들까지 환골탈태와 같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약물부작용을 보고하는 의사에게 스스로 부작용을 규명하라는 십자가를 쥐어주고 "삭감"이라는 칼날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보고하는 만큼의 보상을 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의료계는 "Public Health"라는 대전제 하에 스스로 주체가 돼서 의약품위해관리를 해야 한다. 국민들은 의사들의 과오에 있어서 더이상 침소봉대하지 말고 의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신뢰해야 할 것이다.


■ 지역약물감시센터

 지역약물감시센터는 의료인 및 환자가 약물유해사례를 보고할 수 있는 센터로 2006년 시작됐으며, 2008년 4월 현재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단국대병원, 전남대병원, 인제대부산백병원, 삼성서울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동국대일산병원 등 총 9곳이 있다.

 온라인이나 서면으로 약물유해사례 보고서를 작성해 평가과정을 거쳐 식약청에 보고되며 동시에 평가 결과가 이메일 형태로 보고자에게 제공된다.







▶도움말
 박병주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예방의학과
 박중원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박실비아 보건사회연구원 의약품정책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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