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약물 적극 사용해도 혈압 조절 안돼


비만·당뇨병·만성신장질환 동반…심혈관질환 위험 높아져 문제

 "NHANES" 연구에 따르면,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는 고혈압 환자의 53% 만이 140/90mmHg 목표치에 도달하고 있다. "Framingham Heart Study"의 종단면 분석에서는 수치가 더욱 낮아져 48%로, 75세 이상 고령은 40%까지 떨어진다.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목표치가 낮아지는 만큼, 적절한 혈압조절은 더욱 어렵다. 미국의 "JNC-7"은 현재 당뇨병이나 만성신장질환 등을 동반한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135/80mmHg로 권고하고 있다. 이를 "NHANES" 연구에 적용하면 만성신장질환 환자는 37%, 당뇨병 동반 시는 25% 만이 목표치를 달성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저조한 혈압조절률은 활용 가능한 모든 항고혈압제 요법이 임상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 그렇다 해도 환자의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우선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병합요법 등 초기부터 적극적인 혈압강하요법과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상의 2가지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최상의 적극적인 항고혈압제 요법을 지속해 적용하더라도 혈압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군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항성고혈압이 그 원인으로, 항고혈압 약물 다제요법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경계치를 웃도는 상태다. 현재까지 유병률은 명확히 조사된 바 없지만, 일련의 임상연구 참여 환자의 20~30%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예후 역시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하지만, 저항성고혈압 환자들이 장기간 높은 혈압에 노출된다는 점과 비만·당뇨병·만성신장질환 등을 동반하며 소금 섭취량이 많다는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그 만큼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 11일자 "Circulation" 온라인판에 "저항성고혈압: 진단·평가와 치료" 제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심각한 고혈압 병태의 폐해를 인식하고 적절히 대응키 위한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저항성고혈압의 명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유병특성에 대한 파악이 요구된다.
 AHA 가이드라인이 제공한 저항성고혈압의 특성에 대해 먼저 살펴본다.


최상의 다제요법도 안들어

 저항성고혈압은 광범위한 측면에서 혈압강하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혈압조절에 관한 문제다.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군과는 몇가지 측면에서 구분된다.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군에는 충분치 못한 치료와 낮은 순응도로 인한 결과까지 포함되지만, 저항성고혈압의 진단에서는 배제되기 때문이다.

즉, 미미한 약물치료·낮은 순응도 등으로 인한 혈압조절 실패 환자들은 가성 저항성고혈압(pseudoresistance)으로 분류된다.

 저항성고혈압 정의는 충분하고 지속적인 항고혈압 약물치료를 위해 몇가지의 항고혈압제가 사용되고 있느냐와 그 결과를 기준으로 한다.

AHA는 "계열이 다른 3가지 항고혈압제의 병합요법에도 불구하고 혈압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고혈압 병태"로 저항성고혈압을 정의했다.

이 가운데 이뇨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사용약물 모두 최적용량의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혈압이 적절히 조절되는 환자 중에서도 3가지를 초과하는 병합요법이 필요한 경우 저항성고혈압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치료환자 20~30% 해당

 저항성고혈압의 유병률은 아직까지 명확치 않지만, 일련의 임상연구를 통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병합요법을 포함한 충분한 약물치료가 실시되고, 지속적인 순응도 모니터링이 수반되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최근 보고돼 온 일련의 임상결과(outcome) 연구들이 이같은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어 일정 부분 유병률의 추정이 가능하다.

 "ALLHAT" 연구의 경우, 약 5년 기간의 추적관찰 후에 평가한 결과 34%의 환자들이 평균 2가지의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에도 불구하고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연구 완료시점에서는 27%의 환자가 3가지 이상의 병합요법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적인 통계분석의 경우, 1~2가지 약물조합을 통해 혈압이 조절된 사례는 49%였다.

 이는 혈압이 조절된 환자 가운데 절반 가량이 3가지 또는 그 이상의 약물요법이 필요했음을 의미한다. AHA는 이같은 임상연구를 근거로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고 있는 전체 고혈압 환자 가운데 저항성고혈압이 20~3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혈압조절 어렵게 하는 요인들

 ◇ 수축기혈압 = 일반적으로 혈압조절이 어려운 경우는 대부분 수축기혈압이 높을 때 발생한다. "Framingham Heart Study"에 따르면, 확장기혈압 목표치(90mmHg) 달성률은 90%인 반면, 수축기(140mmHg)는 49%에 불과했다.

"ALLHAT" 연구 역시 수축기와 확장기 조절률이 67% 대 92%로 차이를 보였다. AHA는 이를 근거로 고혈압 진단 시 높은 수축기혈압이 저항성고혈압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수축기고혈압은 혈관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야기해 치료가 쉽지 않다.

 ◇ 고령 = 두번째 문제는 노령일수록 수축기혈압이 상승하고 고혈압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Framingham Heart Study" 연구에서는 노령층(75세 초과)과 보다 젊은 연령대(60세 이하)의 수축기혈압 조절률이 60% 대 40%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고혈압은 연령대에 따라 젊은층은 이완기, 중년층은 이완기-수축기, 55세 이상의 노령층은 수축기혈압 상승에 의해 진행된다.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고혈압 환자가 50%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중 상당수가 단독 수축기고혈압이다.

 ◇ 비만 = 수축기혈압 조절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를 찾아 보면 비만이 표지자(marker) 역할을 한다. AHA에 따르면, 일련의 임상시험에서 비만인 고혈압 환자(BMI>30)의 혈압 목표치 도달률은 정상범위(BMI<25)와 비교해 30%가량 낮게 나타난다.

AHA는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의 경우, 체내 소금 배출의 장애·교감신경계 및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 활성화를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만은 지질이상·인슐린저항성 등의 원인이 돼 심혈관계질환 위험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집중관리의 대상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높은 수축기혈압은 물론 이와 상관관계를 맺는 고령·비만 모두가 "ALLHAT" 연구에서 혈압조절을 위해 2가지 이상의 병합요법이 필요한 환자들의 표지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 과다 소금 섭취 = 과도한 소금 섭취는 혈압자체를 상승시키고 항고혈압제의 혈압강하 효과를 저해해 저항성고혈압을 야기한다.

저항성고혈압으로 인해 미국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변으로 배출되는 소금의 양이 1일 10g을 초과했다.

높은 소금 섭취량은 체내 수액량과 혈관경직도를 증가시키고 심장 펌프기능의 부담을 초래한다. 특히, 고령이거나 비만일수록 소금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해 혈압증가를 야기하는 상관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약물 = AHA는 몇가지 약물들이 혈압을 증가시키는 것과 함께 항고혈압 치료에 대한 저항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물론, 이들 약물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혈압강하 저해 부작용이 미미하거나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이 혈압상승의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AHA의 설명이다.

 혈압조절을 어렵게 하는 가장 일반적인 약물로는 NSAIDs를 꼽았다. 메타분석 결과, NSAIDs가 평균 동맥압을 5.0mmHg 가량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연구에서는 NSAIDs가 ACEI·ARB·이뇨제·베타차단제 등의 혈압강하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AHA는 교감신경흥분제·각성제·알코올·경구용피임제·사이클로스포린·에리스로포이틴 등의 약물과 함께 감초·마황 등의 천연약제도 혈압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에서 설명한 저항성고혈압의 유병특성을 우리나라의 보건·사회 환경에 대입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고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이유를 일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식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비만이 늘고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음식을 짜게 먹는 대표적인 나라다.

 저항성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거의 모든 요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30% 대, 고혈압전단계 환자까지 합하면 심혈관질환 위험군이 거의 60% 이상에 이른다.

 아직 명확히 보고된 바는 없지만, 혈압조절을 어렵게 하는 요인과 우리나라의 상황을 조합해 보면 저항성고혈압 유병률 역시 높을 것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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