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발적 약물남용 위험 증가시키지 않아


일부 부작용 지나치게 확대…처방대로 복용땐 문제 안돼

지난 3월 식약청은 ADHD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염산메틸페니데이트의 허가사항을 강화(진단기준 마련)했다. 지난해 언론에서의 "오남용 문제 제기" 이후 이루어진 조치이다. 이들은 허가사항 강화 배경에 대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만성적 남용은 현저한 내성 및 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중대한 심혈관계 반응으로 돌연사가 보고된 바 있다"고 명시했다. 식약청 자료에 따르면 염산메틸페니데이트의 부작용 사례는 2007년 48건으로 해마다 증가경향에 있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두통, 어지러움, 불안 등 미미한 것들이었고, 흉통이 1건 있었으나, 심장발작 사례는 없었다. 한편 대한신경정신과개원의협의회는 지난 해 말 공개서한을 통해 "국내에서 지난 10여년간 20만명의 청소년 환자에게 이 약물을 사용하여 왔지만 약물의존이나 돌연사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심혈관부작용과 직접 관련 확인 안돼
대부분 환자 6개월 이상 겪은 후 내원
ADHD 확진땐 치료 바로 시작해야




염산메틸페니데이트는?


 ADHD와 관련 환경, 식품, 중금속 등 다양한 원인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같은 일·이차적인 원인은 뇌회로에 이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미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의 연구에서 ADHD 환자(청소년)는 전두엽, 측두엽 회질 등 모든 뇌 영역이 정상인에 비해 3~4% 작았지만, 약물투약 후에는 정상대조군과 유사한 수준의 백질량(white matter volume)을 회복했다.

 각성제인 염산메틸페니데이트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활성을 증가시켜 대뇌피질내 카테콜라민 대사의 불균형을 조절하여 환자의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충동을 억제하는 약물로 ADHD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70년 이상 사용되어온 이 약물이 최근 들어 문제의 약물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넷을 통한 잘못된 정보가 오남용에 미치는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ADHD 치료 환자가 증가하면서 이 약물의 의존성과 기타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는 양상이다.

의존성 문제 꾸준히 제기

 ◇ 의존성 = 지난 수십년간 문제제기가 되어 온 부분이다. 미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의 지원하에 이루어진 연구들에 따르면 ADHD가 약물 및 알코올 남용 위험을 증가시키는 이유는 두가지 가능성으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각성제는 ADHD의 증상을 감소시키지만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각성제를 복용하는 습관에 빠질 우려가 있다. 또다른 가능성은 처방용량에 대한 뇌의 반응이 무뎌져 인위로 증량복용함으로써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ACC, 심혈관질환 유무 확인 권고

 ◇ 심장발작 = 최근 미국심장학회(ACC)는 소아청소년이 각성제를 복용할 경우 심혈관질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심전도와 가족력 등 전반적인 검사를 실시해야만 한다고 권고했다(Circulation 2008 April online published).

 한편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문제제기로 여러 약물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데 역할한 바 있는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니센(Steven Nissen) 박사는 염산메틸페니데이트가 안면경련이나 마비, 심한 경우 급사를 유발할 수 있다며 그 위험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용량 지키면 약물중독 위험 없어

 염산메틸페니데이트의 오남용 및 부작용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대한신경정신과개원의협의회를 포함한 정신과 전문의들은 오히려 걱정을 표하고 있다.

 오랜기간 사용되어 오면서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이 가지고 있는 일부 부작용이 너무 크게 확대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같은 우려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드라마틱한 호전을 보일 수 있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심각한 증상으로 이끌 수 있다고 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보고된 장기간 추적연구는 ADHD 치료제의 의존성에 대해 우호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NIDA의 지원하에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ADHD로 진단된 112명의 소년(16~27세)을 10년간 추적한 결과 각성제 투약군의 약물남용 위험은 비투약군에 비해 높지 않았다(Am J Psychiatry 2008 Mar).

 연구의 공동저자인 하버드대학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모뉴토(Michael Monuteaux) 박사는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중 가장 짜임새있는 설계로 가장 오랜기간의 추적한 연구"라며 "각성제가 속발적인 약물남용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여러 연구들은 ADHD 자체를 약물 및 알코올 의존 위험인자로 규정하고, 치료제가 오히려 이같은 의존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 박영민 교수는 "염산메틸페니데이트는 의사의 지시대로 복용할 경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약물"이라며 의존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방용량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청소년의 경우 친구들에게 약을 나누어 주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부모의 통제하에 약물을 복용케 함으로써 오남용을 예방할 수 있다.

 처방용법에 따라 학교에서 약물을 복용해야 할 경우에는 양호선생님의 감시하에 복용토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치료시기 놓치지 말아야

 박 교수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치료시기가 늦어질 경우 불안정, 열등감, 짜증, 부모나 선생님에 대한 순응도 감소 등이 심해지고, 자존감, 사회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자기중심적이거나 반항적인 성격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보호자의 우울증 또는 환자에 대한 체벌을 유발해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가 6개월 이상의 증상경험을 토대로 내원하기 때문에 ADHD로 확진이 가능하다면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우울증 등 기타 증상이 동반된 경우 해당 증상에 대한 약물치료, 놀이치료 등으로 교정을 시도해 보고 이후 해당 증상이 지속적으로 관찰될 경우 ADHD 치료제 투약을 시작한다.

 치료성과에 대한 모니터링 기준은 제시된 바 없다. 박 교수의 경우 1~2년 마다 투약 중단 후 2개월 간 평가를 실시하고 악화시 재투약하고 있다.

 이 경우 환자의 3분의 1은 완치, 3분의 1은 개선, 3분의 1은 악화를 보인다. 박 교수는 "악화를 보이는 경우 보호자들이 약물중독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중독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한편 "개선을 보인 환자 역시 치료 중 생긴 자존감의 증가가 사고 및 생활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적절한 시기의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심질환 때문에 치료 피하지 말아야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미국에서 급사 및 심혈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지만 ADHD 치료제와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심질환 가족력 및 기왕력이 있는 환자에 투약시에는 심전도 모니터링과 용량 감량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이 때문에 치료를 피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ACC 권고안을 발표한 펜실베니아대학 소아심장내과 베터(Victoria Vetter) 교수 역시 "이 권고로 인해 소아청소년 환자가 치료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심질환 환자의 경우 보다 주의깊은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한 치료를 추구하고자 할 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도움말 : 박영민 인제의대 교수·일산백병원 정신과
정유숙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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