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하나로의원 이한범 원장

연세하나로의원 이한범 원장

[메디칼업저버 메디컬라이터부] 체중 관리는 많은 현대인들이 고민하는 문제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되고, 배달음식 문화가 발달하면서 비만 문제는 우리 삶에 점점 더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비만은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보다 내 몸에 필요치 않은 지방이 축적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해야 한다.

본지는 비만클리닉 연세하나로의원 이한범 원장으로부터 비만 환자들의 고민과 비만 치료 경험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원장님과 병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건강검진을 진행하면서 비만이나 과체중으로 인해 건강과 관련된 다른 지표들이 악화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검진결과를 안내하고 설명으로 끝내기에는 비만 환자들의 건강이 염려스러워 개원한 후 다이어트 클리닉에 집중하고 있다. 저의 경우도 개원 당시에는 100kg이 넘는 비만이었다.

그러나 비만 진료를 시작하면서 20kg을 감량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실제 경험을 환자들과 공유하고, 진료에 적용해 더 많은 도움을 주기 위해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내원하는 비만 환자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비만 치료제 복용 경험을 가장 먼저 물어본다. 비만 치료제 중에는 향정신성 약제가 많기 때문에 환자가 이러한 약제의 오남용 경험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비만 치료제를 여러 번 복용한 경험이 있다면 체중 감량에 실패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약물 치료에만 의존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환자들은 긴밀한 상담을 통해 체중 감량에 실패한 정확한 원인을 찾고 올바른 비만 치료로의 교정을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 비만 치료의 노하우가 있다면? 

환자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환자 상담 후 환자에 대한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기록해 놓는데, 이 기록을 통해 치료를 진행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만약 비만 치료를 받는 중에도 환자의 체중이 증가한다면, 함께 차트를 확인해보면서 체중 증가의 이유를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만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면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약물 용량을 늘리기보다는 환자의 컨디션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환자의 상태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는 환자가 있다면 무조건 먹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 빵이나 과자와 같은 탄수화물 대신 간단한 음식을 챙겨 다니면서 섭취한다면 약물 치료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기억에 남는 환자 케이스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26세 여성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병원 첫 내원 시 체중이 117kg였는데, 2개월가량 치료하면서 100kg까지 감량했다. 이후 병원에 내원하지 않았는데, 1년 6개월쯤 후 다시 내원 시 체중이 70kg였다. 그간의 사연을 들어보니 위소매절제술로 30kg 정도 감량했지만 더 이상 체중이 줄어들지 않자 다시 내원한 것이었다. 환자와 대화를 나눠보니 주변 지인들로부터 듣는 말들이 모두 스트레스였던 환자였다.

환자가 진료실에서 속상했던 것들을 말하면서 우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오히려 처방약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운동을 조언했다. 현재는 환자가 운동하는 재미에 빠져 만족스럽게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환자와 대화하면서 체중 감량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실천을 통해 생활 방식을 바꿔 나가도록 도움을 주면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루푸스(SLE)와 우울증으로 인해 체중이 많이 증가한 20대 남성 환자도 있었다. 식욕억제제로 인해 우울증이 더 심해져 결국 약물 복용을 중단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GLP-1 기반의 비만 치료제를 권유했다. 현재는 리라글루타이드로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하고 우울증 치료제도 중단했다. 우울증이 있는 환자들은 기존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로 치료하기 어려운데, 이러한 경우 GLP-1 기반의 비만 치료제가 도움이 된다.  

- 다양한 환자 케이스가 있듯이 환자마다 체중 감량 목표치에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비만 치료에서 감량 목표치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비만학회 진료지침에 따라 치료 전 체중의 5~10%를 6개월 내 감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으나, 환자 입장에서 이러한 체중감량 수치는 뻔한 충고로 느껴질 수 있다. 

내원하는 환자의 연령에 따라 비만 치료를 통해 원하는 바가 다를 수 있고, 환자 개개인의 사정도 다르다. 20대는 예쁘게 옷을 입고 싶어 체중을 감량하려 한다. 30대는 출산 후 바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40대는 건강검진을 받으면 당뇨병, 고혈압 등으로 진단돼서, 50대 이후엔 폐경기로 인해 여러 힘든 상황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체중을 감량하고 싶어한다.

의사는 환자들의 개별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므로, 맞춤형 치료를 통해 개별 환자의 상황을 해결하는 것을 비만 치료의 목표로 삼고 있다. 

- 마지막으로 비만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환자가 스스로 절제할 수 있도록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좋은 도구 중 하나가 식사 기록이다. 식사 기록을 남겨두면 환자 본인도 무의식적으로 먹고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먹는 것을 표시해 두면 비만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식사 기록이 쌓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환자 스스로 깨닫게 된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음식을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진료 초기에 환자에게 체중증가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면 이미 문제점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그런데 환자들은 이 문제점이 어떤 식으로 체중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지 연결점을 찾지 못하는 편이다. 퍼즐 조각은 많이 가지고 있지만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는 것과 같다. 환자들에게 이 퍼즐 조각을 맞추는 과정도 앞으로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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