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억제제" 이식환자 생존율 좌우


싸이클로스포린 개발로 20~30년도 살 수 있어

 1954년 Joseph E. Murray가 말기신부전 환자에서 처음으로 신장이식을 성공했는데 이는 일란성 쌍생아 간의 신장이식으로 거부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이식거부반응에 대한 개념은 존재했다.

 초기에는 이식거부반응을 극복하기 위한 면역억제의 방법으로 전신 방사선조사를 시행했지만 이는 비특이적인 면역억제를 일으켰고 면역체계뿐 아니라 모든 성장하고 있는 세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을 남겼다.

 그 후 1963년 Goodwin에 의해 azathioprine에 corticosteroid를 병합한 "AZA+steroid" 병합요법이라는 "전통적 면역요법"이 시작됐으나 생존율은 높지 않았다.

 면역억제제에서 가장 역사적인 일은 1976년 Borel 등이 개발한 cyclosporine을 임상에 이용한 것으로 이는 신장이식 후 5년 생존율을 95%까지 끌어올리며 현재 장기이식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면역억제제이다.

 Cyclosporine은 알킬레이팅 인자(alkylation agents)로 DNA를 활성화시켜서 T세포와 B세포에서 DNA복제를 방해함으로써, 이들 세포의 기능을 억제함과 동시에 사멸시키는 약물이다(Immune suppressant,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2003).

 이 경우 B세포의 회복이 느려 T세포에 비해 B세포에 대한 약물효과가 심하다. 따라서 체액성 면역이 더 억제되는 성향을 나타낸다. 또 대용량 투여시 동시에 노출된 새로운 항원에 대한 면역관용이 발생할 수 있고, 또 돌연변이와 암으로 전이될 위험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5년에는 OKT3이라는 단일 클론항체를 이용해 급성거부반응을 치료하는 데 이용되고 있으며, FK506 등도 최근 그 이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환자상태 따라 병합치료 사용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면역억제제 단일약품으로는 거부반응을 방지할만한 충분한 효능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법의 병합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면역억제제 사용시에는 공여 장기의 성상(뇌사장기, 생체장기, 혈연여부, HLA 적합정도 등), 환자의 전신상태, 공여장기 및 이식 직후의 장기의 기능, 약제의 부작용, 의료진의 사용경험, 약제 혈중농도를 감시할 수 있는 검사시설 여부 등을 고려해 약제조합과 용량을 개인마다 다르게 하는 맞춤형 면역억제요법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는 cyclosporine 또는 tacrolimus를 기본으로 해 스테로이드와 MMF를 추가하는 3제 요법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뇌사자 공여장기를 이용하거나 심혈관 상태가 불량한 경우 또는 당뇨병이 있을 경우에는 basiliximab이나 daclizumab를 단기간 병용하는 4제 요법도 흔히 사용된다.

물론 면역학적인 위험도가 적은 경우에는 2제 병합요법이나 단독요법도 사용된다.

 평생 복용따른 부작용 새 과제

 면역억제제 병합요법은 단기간 신장이식의 성공률을 증가시키고 타 장기이식 성공률 또한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으나 면역억제로 인한 부작용 역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장기이식 이후 거부반응을 막아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면역억제제가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부작용을 낳는 또 하나의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이다.

 면역억제제로 인한 부작용들은 면역억제제의 감량만이 유일한 치료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억제제로 인한 부작용이 궁극에는 이식신기능 부전이나 소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환자 개개인에 따른 최소한의 맞춤형 면역억제요법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점은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 면역억제제의 장기간 복용은 환자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가중시키고 감염위험률, 악성종양의 발병률 및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혈증과 같은 합병증 발병을 증가시키고 있다.

 장기이식 후 당뇨병은 20~30%에서 발병하는데 이는 정상인보다 3~4배 높은 수치이다(Transplantation 2001;71:1417-1423). 또 신장이식 환자의 사인 중 약 35~50%를 차지하는 것이 심혈관계질환으로 특히 허혈성 심질환의 비중이 높다(Kidney Int 2002;61:78-84).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이식한 지 15년 후 약 23%의 환자들이 허혈성 심질환이, 15%의 환자들에서 뇌혈관질환이, 그리고 15%의 환자들에서 말초혈관질환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J Am Soc Nephrol 1996;7:158-165). 면역억제제로 인한 급격한 골소실도 문제이다.

 연세의대 임승길 교수 연구팀이 1978년부터 1998년까지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신장이식 후 1년 사이에 척추부에서 8%, 대퇴부에서 5.6% 골소실이 나타났으며 2년 째에는 척추부 5.9%, 대퇴부 3.6%의 골소실을 보이며 이후 매년 3%의 골소실이 일어났다.

 이런 다양한 면역억제제의 부작용 때문에 장기 수혜자는 이식 거부반응에 관계없이 일반 인구에 비해 5~10배 정도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Am J Transplant 2004;4:1289-1295).

 삶의 질 향상 위해 면역관용유도 시도

 이런 이유로 면역관용유도가 장기이식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임상학적으로 이식면역관용은 면역억제제 투여없이 이식편에 대한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지만 다른 외부 항원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상태로 정의된다.

즉 면역반응 전반을 억제하지 않고 이식편에 특이적인 면역반응만을 억제하는 것을 일컬으며 이식면역학에서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장기이식 환자들을 면역억제제에서 해방시키려는 다양한 임상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NEJM에 발표된 2개의 연구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는 새로운 거부반응차단 기술을 확인한 연구로 장기이식 분야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탠포드대학 John Scandling 교수팀은 HLA이 일치하는 형제의 신장을 이식, 수술 후 임파절상 조직의 방사선 치료와 항흉선세포 글리불린 요법을 통해 28개월 동안 면역억제제 투약 없이 신장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를 발표했다.

또 메사추세스병원의 David Sach 교수는 5명의 말기 신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이식수술을 시행, 5명 중 4명이 최장 5년 동안 면역억제제 없이 정상적인 신기능을 유지하고 있음을 밝혔다.

 David Sach 교수는 신장이식 며칠 전에 이식장기에 T세포를 죽이는 약을 정맥주사로 투여해 환자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이식 후에는 신장공여자의 골수를 환자에게 주입해 단기적으로 환자의 몸에 두 사람의 면역체계가 공존하는 상태까지를 만들어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치료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구결과들은 보편적인 방법은 아니며 급성거부반응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으므로 당장에 이식수술의 성공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은 아니다.

 또 아직까지는 cyclosporine과 같은 면역억제제가 장기이식의 성공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환기와 함께 장기이식이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면역억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면역억제제의 개발과 함께 면역관용유도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도움말:
- 김동구 가톨릭의대 교수·강남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 임승길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 김성환 조선의대 교수·조선대병원 장기이식센터
- 권오정 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장기이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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