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달동 미술관의 저자 피지영 작가
영달동 미술관의 저자 피지영 작가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서울대병원 홍보팀 피지영 씨가 미술 소설을 발간해 화제다.  

대학병원 홍보팀. 미술과 전혀 관련 없는 직장에 다시던 평범한 직장인이 어느 날 미술 강의를 시청하던 중 삶의 항로를 트는 생각에 접어 들었다. 

이후 3년 동안 미술 관련 서적 1000권을 독파하고, 휴직계를 내고 유럽 미술관 여행을 떠났다.  

유럽에서 미술관 여행을 하는 동안 그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상에 머물러 있는 이들을 향해 마치 소리치듯 행복한 모습을 전하곤 했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 '유럽 미술 여행'이라는 책을 펴냈고, 미술이 주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미술 강의를 시작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이양훈 작가와 더불어 '미술 소설'이라는 생경한 분야에 도전했다. 

소설 제목은 '영달동 미술관' 

소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스물아홉 살 청년 도현. 혼자 지내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 가는 도현의 유일한 희망은 고향 집을 팔고 자유로워지는 것. 

그의 고향 영달동은 저렴한 월세에 발목이 잡힌 노인들과 날품팔이 노동자들, 미래를 빼앗긴 청년들이 두더지처럼 살아가는 퇴색한 동네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도현의 눈에 새로 문을 연 미술관이 들어온다. . 

밤늦게까지, 아니 밤에만 간간이 문을 여는 미술관에서 도현은 도슨트 남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고흐와 뒤피, 마코프스키, 시시킨, 베르메르, 브뤼헐 등의 그림을 접하게 된다.

그림 덕분이었을까!

그림을 접하며, 도현은 자신의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어릴 적 자신을 키워 준 동네에 대한 애정을 서서히 회복한다. 

이 소설이 눈에 띄는 것은 소설의 형식이라 할 수 있다. 

11명의 위대한 화가와 그들이 남긴 21편의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림이 액자 속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설을 천천히 읽다보면 이야기는 어느덧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그림과 화가를 둘러싼 배경 지식은 물론 서양 미술 전문가(도슨트)인 피지영 작가의 해석이 덧붙여져 미술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미술 작품들이 어떻게 우리의 내면을 반영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서양 미술에 대한 교양 지식과 현대인의 심리, 일상을 탄탄한 구조의 서사가 절묘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이 책은 지적 흥미와 심리의 안정,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3박자를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소설이다.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불투명한 미래에 낙담하고, 한때의 실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들이 소설 속 영달동 주민들처럼 그림 속 의미를 찾아가면서 조금씩 희망을 찾아가길 원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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