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 담은 진솔한 음조

스탈린시대 음악으로 권력 비판

 Requiescat in Pace(레퀴에스캇 인 파체) "평안히 쉴지어다"
 이 말은 영결미사에 나오는 라틴어 기도문의 한 귀절로 이번달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죽음을 보면서 떠오르는 단어였다. 이해인 수녀가 쓴 교황의 선종을 기리는 추도문 중에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평화로 사랑으로 이어지기를 기도하며 우리는 이제 당신을 고요히 천국으로 보내드립니다. 먼길 떠나는 당신을 우리는 땅에 묻지 않고 우리의 영혼과 가슴에 묻으렵니다. 당신이 곁에 있었기에 더욱 아름다웠던 지구별에서…"를 읽으면서 민족과 종파를 떠나 모든 인류의 평화의 일꾼으로 이 세상을 떠났지만 한 인간의 사심 없는 삶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1월호에 소개됐던 그리그의 `오제의 슬픔`을 들어보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생각해 보자.

 이번 호에서는 현재 작곡가로 동시대에 우리와 같이 호흡했던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1906~1975)에 대해 알아보자.
 다른 작곡가와 달리 소비에트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작곡 생활을 했던 그였지만 진실된 음악을 추구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교향곡 15개, 현악 4중주, 가극, 발레곡, 영화음악 등 147개의 곡을 남겼다.
 69년의 생애동안 동서 대립의 상황속에서 많은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1906년 9월 25일(100살이 된 필자의 조모와 출생연도가 같다) 페테르부르크(레닌그라드)에서 기술자인 아버지와 페테르브르크 음악원 피아노과를 졸업한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9세부터 피아노를 시작, 13세때 페테르브르크 음악원에서 작곡을 배우게 되는데 음악원장 글라주노프는 쇼스타코비치를 `모짜르트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친부 이상으로 아껴주었다. 16세때 부친을 잃고 19세때 졸업작품으로 만든 교향곡 1번은 정열과 낭만, 흥분과 불안, 새로운 사회를 향한 열정이 담겨 있다. 이곡을 시작으로 `소비에트 악단이 낳은 최초의 기린아`로 주목 받기 시작한다.
 제2, 3교향곡은 혁명후의 열기와 혁신의 성격을 띄고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과 기능적 테마주의를 피하고 극단적 대위법을 사용한다. 제4번 교향곡(1934년 작곡)은 철학적 구성을 한 최초의 본격적인 교향곡으로 연주 시간이 60분이고 총 인원이 134명에 달하는 악기 편성을 가진 대곡이다. 또한 젊은 나이에 구속받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작곡된 곡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제5교향곡(1937년)은 `전악장의 비극적이며 긴장된 순간을 인생을 긍정하는 낙천성으로 표현했다`라고 작곡가 자신이 이야기한 곡이다. 제7교향곡은 1941년 6월 22일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소비에트를 침략해 포위당한 레닌그라드에서 작곡한 전쟁초기에 만들어진 교향적 드라마 작품이다. 제8교향곡은 전쟁의 가장 깊숙한 내면적 비극을 불안, 고뇌, 용기, 환희에 대해 표현한 곡이다. 제9번교향곡(실내 교향곡)은 1945년 전쟁의 승리를 축하하는 의미의 곡이었으나, 22분이라는 짧은 디베르티멘토를 연상하는 실내 교향곡 수준에 머물렀다.
 쇼스타코비치는 1948년 `즈다노프비판`을 `4명의 베이스와 합창, 피아노를 위한 풍자적 칸타타`로 승화시켜 스탈린주의, 즈다노프주의자를 비판했다는 것은 예술가이면서 인간적인 쇼스타코비치의 강인한 반골 정신을 엿볼 수 있다.
 1953년 3월 스탈린의 사망으로 소비에트 사회에도 긴장 완화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제10교향곡에서는 스탈린을 그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제11교향곡, 제12교향곡은 혁명의 역사와 관계되는 기념비적 2부작이다. 11번은 상세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반면 12번은 추상적인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점이 다르다 하겠다.
 제13교향곡은 칸타타를 연상시키는 베이스와 남성합창, 오케스트라에 의한 5악장의 교향곡이다. 주제는 나치즘, 반유대주의, 스탈린 독재주의가 낳은 수많은 희생자를 위한 레퀴엠이다. 제8,9,10번은 순순한 교향곡 구성이고, 제11, 12번은 표제음악적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 곡의 중심 사고는 권력을 부정하고 악의 가면을 벗겨내어 휴머니즘을 긍정하는 사상으로 되어 있다.
 제14번 교향곡은 15개의 교향곡중 최고봉으로 솔로(2중창 포함)와 합창교향곡으로 되어 있다.
 11악장으로 되었으며, 특징적인 것은 현악기와 타악기로만 실내악으로 편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델을 무소르그스키의 `죽음의 노래와 춤`으로 한 곡이다. 작곡가는 교향곡을 들은 청중이 인생은 과연 아름다운 것이라고 느끼면서 콘서트홀을 빠져나가기를 바라며 이곡을 지었다고 말하고 있다. 1971년에 그는 마지막 교향곡 제15번을 작곡했다.
 이 교향곡은 인생의 생애를 회상한 것이며 소년기에 로시니의 음악에 매료되어 장난감 방에서 놀던 즐거움을 그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비에트연방 74년의 발자취속에서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 하차투리안, 카바레프스키 작곡가를 배출했고, 소비에트 음악으로 통하는 새로운 음악세계를 수립했다고 할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생애 동안 권력에 영합하여 작품을 만든적이 결코 없었다. `쇼스타코비치 증언`에서 `필요한 것은 용감한 음악이다. 용감한 음악이란, 음조대신 도식이나 다른 무엇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음조 자체가 진실의 음악이라는 의미이다룑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감상해보자.
 ▲피아노 3중주곡 제2번 e단조 op67
 1944년 2월 사망한 친구 `솔레르친스키(음악학자 겸 평론가)`를 향한 추억에 바쳤다. 1악장에서 약음기를 부착한 첼로가 하모닉스 주법의 고음으로 비애를 더욱 고조시킨다.
 △추천CD =보자르 트리오 Philips 4CD 475 171-2
 ▲피아노 5중주곡 g단조 op57
 현대음악의 중요한 수확으로 꼽히는 최상의 작품이다. 제5교향곡이 비극성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에 비해 철학적 서정성이면서 맑은 정서와 깊은 내용을 나타내고 있다.
 △추천CD = Hollywood String Quatet, 피아노 Victor Aller, Treatment SBT-1077
 ▲첼로 협주곡 제1번 Eb장조 op107
  첼로 협주곡 제2번 g단조 op126
 쇼스타코비치 탄생 60주년 되는 1966년 작곡된 곡으로 경사스러운 해였으나, 동시에 자신의 병을 참으며 2번을 작곡한 수난의 해이기도 했다.
 △추천CD = NATALIA GUTMAN(첼로) KYRILL KONDRASHIN(지휘), LCL 202
 ▲현악 4중주곡 1번~15번
 △추천CD= Rubin Quatet 5CD 전집. BRILLIANT CLASSICS
 ▲교향곡 1번~15번
 △추천CD = KIRILL KONDRASHIN(지휘), 모스크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Aulos 10CD 전집
 ▲재즈 모음곡 Jazz Suite No1
 1. waltz 2.Polka 3. Foxtrot
  재즈 모음곡 Jazz Suite No2
 1. March 2. Lyric Waltz 3. Dance1 4. Waltz1 5. Little Polka 6. Waltz2 7. Dance2 8. Finale 6번 왈츠2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곡으로 흥이 절로나는 곡이다. 독자들에게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곡이다.
 △추천CD = Riccardo Chailly(지휘), Ronald Brantigan(피아노), Royal Concertgebow 오케스트라, DECCA 433 702-2
 ▲발레 모음곡 1번(6곡), 2번(6곡), 3번(6곡), 4번(3곡)
 △추천CD = Dmitry Yablonsky(지휘), 러시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NAXOS 8 557208
 ▲바이올린 협주곡 1번 a단조 op77
 △추천CD = 1)다비드 오이스트라흐(vn), 예프게니 므라빈스키(지휘),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RCA 74321-72914-2
 2) 막심 벤게로프(vn) 로스트로포비치(지휘),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TELDEC 4509-92256-2

◇김윤호 원장 약력
△63년 이화경향 콩쿨 입상 (첼로) △65년 서울시교향악단과 협연 △한양의대 오케스트라 `CHIRON` 초대단장 △77년 한양의대 졸업 △87년 김윤호 내과의원 개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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