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연구 시설에 역점…"암 정복" 의지 태운다

지역 암환자에 원스톱 서비스 제공

"서울 큰 병원" 안가도 진단·치료 받게


 충남대병원 내에 위치한 대전 지역 암센터가 지역 암센터 지정을 받은 지 3년 만인 지난 2월, 그 당당함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환자 진료를 시작했다.

 대전 지역 암센터는 국비 100억원, 대전시비 40억원, 충남대병원 자비 96억원 등 총 23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립했으며, 5층 규모의 건물을 크게 암 진료, 암 검진 및 관리, 종합건강증진센터, 암 연구 분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또 MRI, PET-CT, 선형가속기 등 61종의 최신 의료장비를 도입해 명실공히 첨단 암센터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대전 지역 암센터는 진단과 검사, 항암치료, 수술 후 관리까지 각 과별 협진체제로 가동해 환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다는 방침을 큰 줄기로 삼고 있다.

 1층은 환자 진료와 치료를 위한 공간으로 암센터 입구에 들어서면 소화기암 센터와 유방암 센터가 양 측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으며 진료실과 주사실 등이 들어서있다. 암 환자뿐 아니라 암 검진을 원하는 지역 주민들의 원활한 진료를 위해 충남대병원 내과와 일부 외과 외래가 아예 암센터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전 지역 암센터는 지역의 특성상 소화기암과 유방암이 많은 만큼 소화기암 센터와 유방암 센터를 투 톱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암 조기 검진을 활성화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고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위암, 유방암, 대장암 등 6대 암 수술 건수를 10위권 안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층은 암 검진부와 암 등록실, 호스피스실, 교육·홍보실, 다학제간진료실 등이 자리했다. 3층과 4층은 종합검진증진센터로 일반종합검진뿐 아니라 내시경, 초음파 등 암 검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렇듯 효율적인 공간 활용으로 검진을 위해 대전 지역 암센터를 내원하는 환자들은 혈액검사, 방사선 검사, 초음파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위해 병원 곳곳을 누비는 수고없이 3층과 4층 한 공간에서 짧은 동선만을 움직여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5층은 전 층이 암 연구를 위한 공간이다. 5층 중앙과 복도 곳곳에는 다양한 암 연구 관련 시설이 들어서 있으며 임직원들도 향후 국가 암 관리 및 연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대전 지역 암센터가 다른 지역 암센터와 차별화된 점은 진료공간보다도 암 검진이나 기초 검사 분야, 암 등록 및 암 연구 시설 등에 많은 공간을 할애한 것이다. 환자 진료도 중요하지만 국가 암 관리 사업의 일환인 암 조기 검진과 암 등록 및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전 지역 암센터의 의지가 엿보이는 점이다.

 대전 지역 암센터 박종우 소장(충남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은 "지역 암센터는 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고자 하는 국가암정복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암센터의 업무는 진료, 연구, 관리로 나눌 수 있으며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역 암센터는 이처럼 다양한 업무와 역할을 통해 복지부, 국립암센터, 지자체 및 지역 보건소와 연계한 암 정복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에게 보다 깊숙하고 친밀하게 접근해 치밀하게 암을 관리한다. 실질적으로 국가 암 관리사업의 최전선에서 암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역시 지방 거주 암 환자의 서울 집중화 현상을 완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 접근성 향상 및 사회경제적 비용절감을 도출하기 위해 지역 암센터를 구상한 만큼 현재 50%를 겨우 넘어서는 지역암환자 충족률을 2010년에 60%, 2015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암센터 전쟁이라 불릴 만큼 막강한 자본과 최신 설비를 앞세운 대규모 암센터가 경쟁적으로 문을 열고 있는 가운데 최소한의 자본으로 문을 연 지역 암센터가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또 환자 진료 외에 암 관리와 연구라는 만만치 않은 국가사업까지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지역 암센터의 고민은 더욱 크다.

 더군다나 정부의 암관리 사업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에 대한 여러 차례의 심사를 통해 일정 점수를 통과해야만 하고 장비 지원도 평가를 통해 3개 기관만 선정해 차등 지원받게 된다. 지역의 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감소시켜 지역 주민의 생존율을 향상시키겠다는 지역 암센터의 순수한 열정을 식지 않게 하려면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닌 실질적인 지원을 위한 평가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지역 암센터에 대한 보다 폭넓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환자·의료기관·직원 모두가
인식 같이해야


국가 암관리사업 수행 기관 꾸준히 홍보


박 종 우 소장

 충남대병원이 대전 지역 암센터로 선정됐으나 선택의 기쁨을 맛보는 것도 잠시였다. 병원 내 암센터를 건립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지만 지역 암센터에 대한 병원 구성원들과 지역 의료기관들의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환자 진료에만 주력했던 의료진들은 암 예방사업과 홍보, 암 등록 및 암 관리 사업 등 익숙치 않은 업무에 혼란스러워 했고 이를 부가적인 일로 여기며 불만을 쏟아냈다. 또 대전 전 의료기관 암 환자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하나 "왜 우리 병원 환자의 정보를?"이라며 반감을 갖는 병원도 있었다.

 박종우 소장은 병원 직원뿐 아니라 지역 의료기관, 지역 주민들이 지역 암센터가 특정 의료기관이 아닌 암 관리 사업을 수행하는 국가 기관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최근 지역 암센터 사업 설명을 위한 병원 직원 대상 워크숍도 가졌고 지역 주민들에게 암센터를 홍보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또 국립암센터처럼 철저한 계획 하에 진료와 연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한 기관이 아니라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 안에 암센터를 만드는 것인지라 혼돈도 많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2월 당당한 면모를 갖춘 지역 암센터로 본격적인 진료를 시작한 만큼 올 한해는 대전 지역 암센터가 단단히 자리매김을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5층 연구부를 별도 공간으로 새롭게 만들고 암센터 전체에 전 암의 원스톱 진료 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 암센터 공간을 암 진단 및 암 연구 부분에 많이 할애한 만큼 수익 창출보다는 암 정복이라는 대전제에 역점을 두고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대전 지역 암센터와 같이 지역 암센터가 국가 암 관리 사업의 충실한 일원으로 그 역할을 다한다면 "암 정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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