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의료계 달구는
"당연지정제 논란" - 하 -

부작용 걱정되지만 완화

의사사회 의료제도 전반에 불만 가득

 당연지정제는 당정간에도 의견이 충돌하고 있고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도입 가능성은 현재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제도 완화를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 환자의 진료를 이유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거나 완화되면 의료계는 수위에 따라 변화 폭이 달라지겠지만 새로운 의료환경을 맞게 된다.

 건강보험 적용환자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는 병원도 생겨나고, 이 병원을 이용할 경우 민영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아니면 고가의 본인부담 진료비를 내야 한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어느 의료기관에서든 진료를 받고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사라지는 것이다. 또 실손형만 가능한 민간보험이 새로운 형태로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미국식 민간의료보험으로 발전할지는 미지수다.

 춘천의 한 개원의는 "이 제도가 폐지되거나 완화돼도 현 보험체계는 유지되기 때문에 환자선택권이 확대된다. 경쟁력 강화로 슈퍼병원이 탄생하면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며, 일부 성형외과·피부과 등은 이미 당연지정제와 관련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완화를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의료계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가능성이다. "누가 주체가 돼 지정을 할 것인가"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 한 중소병원장은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료계는 의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본지가 취재한 50명의 의사 가운데 40명(80%)이 폐지나 완화 의견을 보였고, 이중 11명은 전제조건을 마련한 후 개선하자는 입장을 취했다. 전제조건 마련 후 개선을 주장한 부산의 한 개원의는 "많은 의사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강제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과, 정당한 진료와 청구가 삭감으로 되돌아오는 현실적 박탈감 등에서 폐지 또는 완화를 주장했을 것으로 이해된다"며, 전제조건에 따라 생각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한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은 "이 제도를 폐지하면 공단이 칼자루를 쥐게 되기 때문에 폐지하려면 반드시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민간보험 활성화, 복수의 보험기관 자율가입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특히 "영국이 최근 총병상의 20%, 또는 30% 미만을 본인부담금을 내고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비병상제도를 도입했다"며, 이는 보험료대신 세금으로 운영하는, 사회주의 의료제도의 대표적인 국가로 분류되던 나라가 무상진료로는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가 없자 본인부담금을 내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의료의 기본틀로 무상진료를 하고 본인부담 진료를 통해 만족도를 높이려는 영국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료계는 당연지정제 완화가 모든 의료기관에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고 오히려 또다른 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폐지 또는 완화가 가져오는 앞으로의 환경은 지금보다 더 어울 것이란 염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병원장은 "의사사회가 부작용을 걱정하면서도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의료제도 전반에 걸쳐 불만이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백혈병 치료제로 야기된 성모병원의 예처럼 의료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병원장은 건보재정의 안정화가 당연지정제 완화를 검토하게 된 배경이라면 이참에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통합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연지정제가 새정부 의료제도 개혁의 출발점이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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