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싸다고 찾는 곳 아니다

현 "강제수가" 장점보다 단점 많아

경쟁 요건 보장하면 소비자만족 높아질 것


임 구 일
의료와사회포럼 정책위부위원장
연세미래이비인후과원장


 최근 사회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사회제도의 변화에 따라 의료제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득의 증가, 노인인구의 증가, 의료서비스 욕구 확충에 따른 의료시장의 변화를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얼마 전 각 부처별 규제관련 법안에 복지부가 2위에 오른 기사를 보았다. 의료와 관련된 규제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의료를 신동력 산업이라고 말한다. 미래는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을 차세대 국가적 먹거리로 인정한다.

 금융, 교육, 의료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역시 말로만 신동력 산업이다. 뒤집어 말하면 신동력 산업,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는 의료 분야는 성형, 임플란트 등 보험이 안 되는 분야이고 보험으로 보장되는 분야는 경쟁력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혹자는 가격이 싸니 가격으로 수요를 이끌면 되지 않겠나 말하지만 가격이 싼 만큼 서비스는 그만큼 뒤떨어진다 말할 수 있다.

 각 과별로 비급여의 개발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 버렸다. 산부인과는 여성성형과 비만과 관련된, 안과는 라식 등 급여가 대부분인 과들은 비급여로 급여를 유지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는 의원이 30%를 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전문과목으론 병원이 유지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저것 다 봐야하고 고급화, 전문화, 특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곧 의료시장의 왜곡을 말한다.

 전문화, 특성화는 서비스 질의 상승을 의미한다.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무슨 모니터링이나 통계적 가이드라인의 제시는 또 다른 규제를 의미한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게 놔두는 것이 서비스 질 향상과 직결된다. 이제 의료서비스도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싸다고 병원을 찾지 않는다. 싸고 질 좋은 곳을 찾아다닌다.

 경쟁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 주면 가격경쟁을 하든 서비스경쟁을 하든 소비자의 만족감은 높아질 것이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규제에 발목 잡힌 분야는 성장 동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의료분야에 가장 큰 규제요소는 무엇인가를 짚어보아야 한다.

 당연지정제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아야겠다. 500개가 넘는 의료관련 규제 중 파급효과가 큰 규제가 강제지정제이다.

 당연지정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장점과 동시에 단점도 가지고 있다. 장점으로는 평등의 논리적 시각에는 합당해 보인다. 강제로 수가를 정하고 강제로 환자를 보아야 하니 어떻게 보면 국민들은 싼값에 의원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가격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왜곡되어지니 문제가 발생한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눈에 띈다. 병원이라는 조직은 환자를 봐서 이익을 취한다. 또한 그 이익은 병원운영을 위해 사용되어진다.

 실질적으로 병원서 사용되는 재료, 물류, 인건비의 인상은 의료수가와는 상관없이 올라간다. 그러나 의료수가는 매년 1% 남짓 올려준다. 지금까지는 그러한 저수가체제를 대량의 수요로 메워왔다.

 그렇게 30년이 흐른 현재는 더 이상 이러한 구조의 의료제도는 온건히 존재하기 어려운 시점에 왔다. 병의원의 공급이 넘치고 대량의 수요도 없어진 상황은 심각한 심근경색의 환자와 같다.

 더 이상 방치하다간 심장이식 같은 아주 위험하고 치명적인 제도변화로 치유해야 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일부에서 말하는 당연지정제폐지가 곧 건강보험제도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강제지정제로 전 병원이 당연지정제를 탈퇴하고 민간보험에 들어 진료비가 올라가고 건강보험제도가 붕괴된다는 시나리오는 너무도 극적이다.

 문제는 이제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제 당연지정제는 변화의 시점에 다다른 것 같다.

 이 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의 논점에서 빠져나와 어떻게 제도를 변화시킬 것인가에 논쟁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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