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의료계 달구는
"당연지정제 논란" - 상 -


의료계, 완화·폐지 일관된 주장

"위화감 조성 의사가 앞장서선 안돼" 등 반대 의견도


 건강보험당연지정제. 이는 모든 의료기관·약국은 개설과 함께 건강보험요양기관으로 당연지정되고 정당한 이유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어 건보가입자들은 어느 곳에서나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강제(당연)지정제 등은 보건의료계 전반에 걸쳐 합의와 조율을 통해 새제도의 틀을 모색하겠다"고 밝혔고 인수위가 "당연지정제 완화"를 새정부에 제안하면서 최근 보건의료계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인수위와 의료계에 따르면 당연지정제 완화 움직임은 현재 고령화가 급속화되면서 건보재정의 더 큰 적자가 예상되고, 의료산업 선진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향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 특히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다고 인정되는 소화제와 정장제 등을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약사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어서 "재정안정화"에 무게를 둔 검토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당연지정제 폐지와 자유계약제 주장은 건강보험(당시 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부터 논란이 돼 왔고 그간 일방적인 진료비 삭감에 반발하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제기돼 왔던 문제다.

 지난 정부 때에는 경제특구내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민간의료보험 및 영리법인 도입 주장 등과 맞물려 목소리가 높았었다.

 의협은 보험공단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평등한 수가협상을 진행해 왔다며 이의 폐지를 주장해왔고, 이와 함께 의료기관에 건강보험 계약 여부를 선택토록 하는 자율 단체계약제 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엔 보험업계도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도 자동차보험처럼 책임보험 가입은 의무화하고, 종합보험은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 많다.

 그러나 건보공단과 시민단체들은 이 제도가 폐지되면 보장성 높은 고가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특정 의료기관에서 질높은 혜택을 받고, 그렇지 않은 환자는 건보적용 기관만을 이용해야 하는 등 양극화가 심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고소득 가입자들의 건보탈퇴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며, 이럴 경우 미국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사가 건보제도의 전면으로 등장, 사회안전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속에 의사들은 이 제도의 폐지와 완화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본지가 지난 2월 29일부터 3월 3일까지 면접(6명)과 전화취재(44명)를 한 50명(개원의 40명·봉직의 10명)의 의사 가운데 당연지정제 폐지 또는 완화에 80%인 40명이 찬성했으나 반대하는 경우는 6명에 불과했다. 이중 11명은 전제조건을 마련한후 폐지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고, 3명은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들의 주장들을 살펴보면 당연지정제 폐지의 쟁점은 크게 의료양극화, 건보재정부족, 건보의 비효율성, 의료서비스의 질 문제로 나눠볼 수 있다.

 의료양극화는 저소득·취약계층 보장성을 강화하면 오히려 축소될 것이란 주장을 폐지측에서 주장하고 있고, 반대측에선 사적 의료비 급증과 의료 이용 형평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건보재정 부족은 국고지원이나 보험료 인상이 어려워 보완이 된다는 것과 오히려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으며, 건보효율성도 독점적 권리 체제와 단일보험자체제로는 효율이 낮다는 주장과 동일금액 보험료일 경우 건보가 민간보험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입장에서 반대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질 측면에서는 향상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과, 그러한 실질적인 근거는 없으며 자본 종속성이 심화돼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충북의 한 개원의는 "이 제도는 의료혜택의 생색은 정부가 내고 의사는 희생을 감수하게 한다. 그동안 의료기관들은 저수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었고 정부는 건정심을 통해 협상의 형식을 거쳤지만 사실상 의료보험수가를 묶어놓고 일방적으로 휘둘렀다"고 지적했다.

 반면 울산의 한 개원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질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의료제도를 갖고 있다. 의사들이 어려움이 있더라도 위화감을 조성하는 제도를 의사가 앞장서 도입해선 안된다"고 제도의 유지를 강조했다.

 새정부들어 뜨겁게 펼쳐지고 있는 당연지정제 논란. 이 제도는 31년을 맞는 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의료계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